‹ 목록으로 폐적영애의 해방

5화

강수련이 처음 이가의 문턱을 넘었을 때, 그녀를 맞이한 것은 환대가 아니라 하인들의 노골적인 눈초리였는데, 기녀 출신이라는 이력은 아무리 백작의 총애를 등에 업어도 씻기지 않는 낙인이었다. 마당을 지나는 그녀의 뒤로 하녀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중 하나는 일부러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높여 "저런 여자가 안채에 드나든다니" 하고 말했으나, 강수련은 그 말을 듣고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턱을 조금 더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 낙인을 견딜 이유가 충분했다. 백작가의 정실인 한소영이 실 마법이라는, 강수련의 눈에는 하찮기 짝이 없는 재주를 지녔음에도 백작의 정식 부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게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부조리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 재주도 없이 몸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저 여자는 그런 하찮은 재주로 정실 자리에 앉아 있구나. 그 생각이 강수련의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시간의 일이었다. 밤마다 거울 앞에 앉아 화장을 지우면서도 그녀는 그 부조리를 곱씹었고, 그럴 때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언젠가는 저 자리가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 그것이 그녀의 밤을 지탱하는 유일한 위안이었다. 한소영이 처음으로 몸이 쇠약해져 자리에 눕던 날, 강수련은 병문안이라는 명목으로 방을 찾았으나, 그 시선에는 조금의 동정도 없었다. "부인, 얼른 나으셔야지요." 그녀가 지나치게 다정한 어조로 말했으나, 방을 나서며 짓던 웃음은 그 말과 정반대의 것이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강수련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복도의 어둑한 불빛 아래서 유독 선명하게 보였는데, 그 웃음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날 이후 한소영의 병세는 이상하리만치 더디게 낫는 대신 서서히 짙어져 갔는데, 그 배후에 강수련의 손이 있었다는 것을 저택 안에서 명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식사를 나르는 하녀조차 그저 국그릇에 무언가를 더하는 강수련의 손짓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뿐이었다. 다만 하나, 어린 이서리만이 어머니의 식사에서 낯선 쓴맛을 느끼고 몰래 그것을 실로 걸러내는 법을 익혀야 했던 것이다. 가느다란 실을 국그릇 위에 늘어뜨려 이물질을 걸러내는 그 손놀림은, 또래 아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 할 조숙함이었다. 그러니 강수련에게 이서리는 단순한 정실의 딸이 아니라, 자신의 계획을 번번이 무산시키는 성가신 방해물이었다. 아무리 양을 늘려도 한소영이 쓰러지지 않는 것이 이서리의 손 때문이라는 것을 강수련이 알아챈 뒤로, 그녀의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졌다. 딸 다인이 태어난 뒤로 강수련의 증오는 더욱 선명한 방향을 얻었다. 다인에게 불 마법의 재능이 나타났을 때, 그녀는 이것으로 자신의 딸이 언젠가 정당한 후계자로 인정받을 것이라 확신했으며, 그 확신을 가로막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정실의 딸 이서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불꽃 하나를 손끝에서 피워 올리며 까르르 웃는 다인을 바라볼 때마다, 강수련은 저 아이가 가진 화려한 재주에 비해 실이라는 것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되새겼고, 그 되새김은 매번 이서리를 향한 적의로 바뀌었다. 그러니 이번 파혼과 신분 박탈의 계획이 무르익었을 때, 강수련이 가장 먼저 손을 들어 찬성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드디어 저 눈엣가시를 치우는군요." 그녀가 이정헌의 곁에서 낮게 속삭였던 그 밤을, 저택의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달빛 아래, 이정헌의 팔짱을 낀 강수련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억눌러온 승리감이 스쳤다. 그날 저녁, 이서리는 짐을 다 꾸리고 마지막으로 뒤채를 나서려던 참이었는데, 그 소식은 이미 저택 전체에 퍼져 있었다. 하녀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그녀의 방문 앞을 지나쳤고, 몇몇은 대놓고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대문 앞에는 소식을 듣고 몰려든 이웃 저택의 하인들과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늘어서 있었으며, 그들의 시선은 하나같이 이서리를 향한 조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 쪼가리나 만지던 아가씨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네." 누군가의 비웃음이 들려왔고, 또 다른 누군가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낮게 웃었다. "그러게, 정실 딸이라고 얼마나 콧대가 높았는데." 옆에서 맞장구치는 목소리도 들렸다. 그 시선들 속에서 이서리는 숨이 가빠오는 것을 느꼈으나,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대문을 향해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가, 그녀에게는 십 년보다 길게 느껴졌다. 손에 쥔 작은 보따리 하나가 그녀가 가진 전부였고, 그 보따리 속에는 실타래 몇 개와 낡은 옷가지가 전부였다. 그때 누군가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는데, 뒤를 돌아보니 집사 박천수였다. "아가씨, 정문 말고 뒤쪽 통로로 가시지요." 그가 낮게 말하며 그녀를 이끌었으나, 그 순간 대문 쪽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 도망치는 거 아니야? 잡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 외침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이서리 쪽으로 몸을 틀었으며, 몇몇은 손에 잡히는 대로 흙덩이를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흙덩이 하나가 그녀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고, 또 하나는 발치에 떨어져 흙먼지를 일으켰다. 박천수가 그녀를 감싸며 뒤쪽 골목으로 뛰어들었고, 등 뒤에서는 성난 함성과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게 섰거라!" 누군가의 고함이 골목 어귀까지 따라붙었고, 이서리의 심장은 목구멍까지 튀어 오를 듯 뛰었다. 이서리는 어머니가 기다리는 왕도의 그 작은 의류점을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는데, 이 낙인의 거리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을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 어둠 속에 가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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