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응접실 안은 평소라면 손님을 맞아 다과를 나누던 밝은 공간이었다. 창가에 놓인 화병에는 아직 시들지 않은 카네이션이 꽂혀 있었고, 벽에 걸린 자작 부부의 초상화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커튼이 반쯤 드리워진 채 조사관과 자작 부부, 그리고 소이만이 마주 앉은 지금은 그 온화함마저 조롱처럼 느껴졌다. 마치 죄인을 심판하는 법정처럼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소이는 자신의 손끝이 무릎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언제부터 이렇게 떨렸던 걸까.
조사관은 종이를 펼쳐 놓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심문을 시작했다. "강소이. 강여진과 최준서의 밀회를 목격한 것이 언제부터입니까." 소이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답했다. "봄부터였습니다." 그 짧은 대답 뒤로 정원의 벚나무가 떠올랐다. 언니가 담장 너머로 누군가와 낮게 웃음을 나누던 그날, 소이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언니가 웃는 모습이 오랜만이라 반가웠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그동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까." 조사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 질문에 답하기 전, 한미연이 먼저 끼어들었다. "이 아이는 원래 이 집에서 뭔가를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요." 그 말은 소이를 옹호하는 것처럼 들렸으나, 실제로는 조사관 앞에서 소이의 존재를 다시 한번 깎아내리는 말이었다. "그러니 뭘 봤어도 그게 뭔지 제대로 판단이나 했을지 모르겠네요." 조명환 자작이 재빨리 덧붙였다. 두 사람의 말은 마치 미리 짜맞춘 듯 매끄럽게 이어졌는데, 소이는 그것이 처음 듣는 조합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리석고 무지한 아이. 그러니 죄를 물을 필요도 없는, 그러나 동시에 신뢰할 수도 없는 존재. 그 그림은 소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이 집안이 그려 온 초상화와 다르지 않았다.
"저는 그저." 소이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목소리가 가늘게 갈라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제가 뭘 말한다고 해서 언니가 그만둘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말에 조사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건 침묵의 이유가 아니라 방조의 이유로 들리는군요." 그가 서류에 무언가를 적어 넣으며 말했는데, 펜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응접실의 정적을 유난히 크게 갈랐다. "방조는 아니에요." 소이가 단호하게 답했다. "저는 그 어떤 계획에도 참여하지 않았어요. 여행 가방을 싸는 것도, 마차를 준비하는 것도,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이 말은 진실이었고, 소이는 그 진실을 붙잡는 것만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어라는 걸 알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쥐면서도,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게 하려 애썼다.
조사관은 미간을 좁히며 서류를 다시 뒤적였다. 종이가 넘어가는 소리가 몇 번이나 이어졌다. "편지에는 강소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그가 인정하듯 말했는데, 그 한마디에 응접실 안의 공기가 순간 미묘하게 흔들렸다. 증거가 없다는 것. 소이의 공모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문서나 증언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이 순간 드러난 것이다. 한미연의 얼굴이 굳어졌고, 조명환 자작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끝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 손끝의 소리는 마치 시계 초침처럼 규칙적이었는데, 무언가를 계산하는 소리이기도 했다. 이 집안에 어떤 손해가 갈 것인가, 자작의 머릿속은 그것으로 가득했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지요." 조사관이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목격하고도 알리지 않은 것 자체가 방조에 해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그건 법적으로 어떤 죄입니까." 자작이 물었는데, 그 목소리에는 딸을 향한 걱정보다 이 사건이 가문에 얼마나 오래 흔적을 남길지에 대한 셈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조사관은 잠시 자작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옅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으나, 이내 표정을 지우고 다시 담담하게 말했다. "판단은 왕실 법정에서 내려질 것입니다." 그는 짧게 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 순간, 응접실 밖에서 낮은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발소리 몇 개였는데, 곧 여러 목소리가 뒤섞이며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멀리서 밀려오는 파도의 첫 물결 같았다. 창밖을 내다본 하인 하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 그의 손에 들린 등불이 흔들려 불빛이 벽에 어지럽게 그림자를 그렸다. "저, 저택 밖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여진 아가씨 이야기를 듣고, 동생이 공모했다는 소문이 벌써 마을에 퍼진 모양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숨이 가빠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 말에 응접실 안의 모두가 굳었다. 한미연은 입술을 깨물며 조명환 자작을 바라보았고, 자작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이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 틈으로 밖을 내다보았는데, 대문 앞에는 이미 낯익은 이웃들과 하인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뒤섞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몇몇은 손에 등불을 들고 있었고, 몇몇은 이미 손가락으로 저택을 가리키며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는 "그 아이도 한통속이었을 거야!"라고 소리쳤고, 또 누군가는 "역시 그 핏줄이 어디 가겠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웃음소리도 간간이 섞여 들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소름 끼쳤다.
소이는 그 광경을 보며 손끝이 차갑게 굳는 걸 느꼈다. 증거도 없이, 오직 소문만으로 사람들은 이미 소이를 죄인으로 정해 놓은 것이었다. 봄부터 지켜보았던 벚나무 아래의 웃음, 그것을 지켜본 대가가 이런 모습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걸까. 언니를 사랑했던 것이, 언니의 비밀을 지켜준 것이 이렇게 큰 죄가 되는 걸까. 소이의 눈앞이 잠시 흐려졌으나 눈물을 삼켰다. 지금 울면, 그것마저 저들에게는 죄의 증거로 보일 것이었다.
"이대로 두면 위험합니다." 조사관이 낮게 중얼거리며 창밖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당혹의 기색이 스쳤다. 웅성거림은 점점 커져 이제는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섞여 들려오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마치 저택 전체를 삼키려는 파도처럼 점점 몰려오고 있었다. 등불의 불빛이 창밖에서 어지럽게 흔들리며, 그 그림자가 응접실 벽 위에까지 스며들어 소이의 발밑까지 닿을 듯 일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