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잿더미 위의 어린 검

5화

다음 날 아침, 강씨세가의 넓은 연무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밤새 내린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바닥 위로, 방계 자손들의 예비 심사가 열릴 것이었다. 정식 각성식은 며칠 뒤에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그 전에 참가 자격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각자의 기본 소양을 가늠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세가의 오랜 관례였다. 연무장 주변으로는 세가의 원로들과 고위 인사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 붉은 비단 도포를 걸친 자, 검은 무복을 정갈하게 갖춰 입은 자, 저마다의 위치와 신분을 드러내는 복색이 아침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 그 중심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한 명이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태사의(太師椅)에 앉은 그의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었고, 그 앞으로는 향로에서 옅은 향내가 피어올라 연무장 전체를 무겁게 감쌌다. "저분이 할아버지, 강운중 가주님이셔." 도현이 낮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연스레 존경과 긴장이 섞여 있었다. 도윤은 그 노인을 유심히 살폈다. 강운중의 눈빛은 깊고 무거웠으며, 그 안에는 오랜 세월 권력의 정점에서 살아온 자의 위엄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름진 이마와 짙은 눈썹 사이로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 있었고, 손등에는 오랜 수련의 흔적인 굳은살이 두툼하게 배어 있었다. 그러나 도윤의 눈에는, 그 위엄 뒤에 숨겨진 미묘한 피로와 갈등의 그림자도 함께 보였다. 마치 오래도록 삭이지 못한 무언가를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둔 사람의 표정이었다. '할아버지는 겉으로는 평온하나, 그 속은 결코 편치 않은 것 같다.' 가주의 옆자리에는 또 한 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강운중보다 나이가 더 지긋해 보였으나, 눈빛만은 훨씬 날카롭고 예리했다. 마른 체구에 걸친 검은 도포는 얇았으나, 그 안에서 뻗어 나오는 기세는 결코 얇지 않았다. '저 사람이 종조부, 강운창일 것이다.' 도윤은 그렇게 직감했다. 강운창의 시선이 잠시 도윤과 도현에게 머물렀는데, 그 시선에는 명백한 적의가 담겨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가늠하는 노회한 맹수의 눈빛이었다. 연무장 한쪽에는 각성식을 기다리는 방계 자손들이 나이순으로 늘어서 있었다. 열댓 명 남짓이었으나, 저마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어떤 이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어깨를 펴고 있었고, 어떤 이는 창백한 얼굴로 손을 떨고 있었다. 그 모든 시선이 도윤과 도현에게 은근히 쏟아지고 있었다. '폐인의 아들들'이라는 낙인이 그들의 뒷목을 무겁게 짓눌렀다. 예비 심사는 각 참가자가 간단한 기공(氣功) 시범을 보이고, 원로들이 그 잠재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순서는 나이순이었으나, 어느 정도 위치와 배경에 따라 앞뒤가 조정되는 것도 암묵적인 규칙이었다. 몇몇 적계 자손들이 먼저 나서 화려한 검식과 권법을 시연했고, 원로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짧은 평을 남겼다. "제법이구나." "아직 기초가 부족하다." 그런 말들이 오갔다. 도현이 먼저 앞으로 나서 용아검을 뽑아 몇 가지 검식을 시연했다. 아직 미숙했으나, 그 안에 담긴 성실함과 재능은 원로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검을 쥔 손목의 각도, 발을 내딛는 보법의 순서, 하나하나가 서투르면서도 정직했다. 검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서걱—하고 짧게 울렸을 때, 원로 한 명이 옆 사람에게 낮게 속삭이는 것이 도윤의 귀에도 스쳤다. "재목은 될 성싶군." 다음은 도윤의 순서였다. 여섯 살배기 아이가 연무장 중앙으로 나서자, 주변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저 아이가 강태산의 막내라지?" "폐인의 아들이 뭘 보여줄 수 있겠나." "그것도 벼슬이라고 앞에 세워놨나." 그런 속삭임들이 사방에서 들려왔다. 몇몇은 대놓고 코웃음을 쳤고, 몇몇은 동정 섞인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들 사이에서 도윤은 잠시 숨을 골랐다. '저들의 말은 저들의 것이다. 내가 무엇을 보여주느냐는 나의 것이다.' 도윤은 그 시선들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청하촌에서 아버지로부터 은밀히 배운 기초 호흡법을 천천히 시연했다. 화려하지도, 강력하지도 않은 소박한 동작이었으나, 그 안에 담긴 정교함과 균형은 예사롭지 않았다. 들숨과 날숨이 이어지는 사이사이, 그의 작은 몸이 만들어내는 궤적은 흔들림 없이 정갈했고, 단전을 중심으로 도는 미약한 기의 흐름은 눈에 보이지 않았으나 곁에서 느끼는 이들에게는 묘한 이질감을 안겨주었다. 원로들 사이에서 몇몇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동작을 유심히 관찰했다. 특히 강운창의 눈빛이 순간 미묘하게 변했다가, 이내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허어." 원로 하나가 낮게 탄성을 흘렸다. "저 나이에 저런 정교한 호흡을 익히고 있다니, 누가 가르쳤는가." 그때, 연무장 한쪽에서 강태풍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몸집은 크고 다부졌으며, 걸음걸이에는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 "가주님,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큰 소리로 말하며 연무장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방금까지의 웅성거림이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이 아이의 잠재력을 더 정확히 가늠하기 위해, 제가 직접 시험해 보고자 합니다." 강태풍이 도윤을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그 눈빛에는 어제 대문 앞에서 보였던 것과 같은 오만한 조소가 서려 있었다. 그가 도윤을 내려다보는 시선은 마치 벌레를 관찰하는 듯한 것이었다. 강운중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태풍아, 이 자리는 예비 심사일 뿐이다. 어찌 그런 시험이 필요하단 말이냐." "아버님, 각성식에 참여할 자격을 가진 아이라면, 최소한의 담력과 위기 대처 능력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태풍이 능글맞게 답했다. 그의 말에는 그럴듯한 논리가 담겨 있었으나, 그 속내는 명백히 다른 것이었다. '이 자리에서 저 애송이가 얼마나 무력한지, 모두의 눈앞에서 확인시켜 주마.' 그런 생각이 그의 얼굴에 얇게 드리워져 있었다. 강운창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옅은 웃음을 지었다. "태풍의 말도 일리가 있구나. 가주, 한 번쯤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소." 그의 지지에 강운중은 잠시 침묵했으나, 결국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표정에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 역력했으나, 동시에 형인 강운창의 말을 정면으로 거스르지 못하는 무게 또한 함께 실려 있었다. "좋다. 다만 도가 지나치지 않도록 하여라." 허락이 떨어지자, 강태풍은 씩 웃으며 도윤을 향해 다가섰다. 그의 발걸음이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연무장 바닥의 흙이 조금씩 눌리는 소리가 났다. "자, 꼬마야. 삼촌이 가벼운 장풍(掌風) 하나를 날려주마. 이걸 피하거나 막아보아라." 그가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 손바닥 주위로 미약하지만 분명한 기운이 뭉쳐지고 있었다. 뭉쳐진 기운은 흐릿한 파문을 그리며 서서히 그 밀도를 높여갔다. 연무장 전체가 숨을 죽였다. 바람 한 점 없는 아침이었으나, 모두의 등줄기에는 서늘한 긴장이 흘렀다. 도현은 그 광경을 보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앞으로 뛰어나가려 했으나, 원로 한 명이 그의 어깨를 붙잡아 제지했다. "가주님께서 허락하신 시험이다. 함부로 끼어들면 안 된다." 도현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용아검의 검자루를 꽉 움켜쥐었으나, 그 검을 뽑을 수도, 앞으로 나설 수도 없는 처지였다. 도윤은 그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으나, 그 박동 속에서도 머릿속은 오히려 서늘하게 맑아지고 있었다. '태풍은 나를 완전히 해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겁을 주어 굴복시키고, 동시에 내가 아무런 잠재력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만약 그 장풍을 정면으로 맞으면, 다치지는 않아도 크게 나뒹굴게 될 것이다. 그것으로 나는 세가 전체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그는 아버지가 늘 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위기의 순간에는 다리보다 눈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는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연무장 바닥에는 얕은 배수로가 파여 있었는데, 그 배수로는 마침 도윤이 서 있는 위치에서 몇 걸음 옆으로 이어져 있었다. 어젯밤 내린 비로 배수로 바닥에는 얇은 물기가 남아 있었고, 그 깊이는 그의 몸을 완전히 숨기기에는 부족했으나, 몸을 낮추어 굴러들기에는 충분했다. '저 배수로를 이용하면...' 그의 시선이 배수로의 각도와 거리를 재빠르게 훑었다. 세 걸음, 어쩌면 두 걸음 반. 그 정도의 거리라면 충분히 닿을 수 있었다. 강태풍의 손바닥에서 뭉쳐진 기운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쉬이익—! 장풍이 도윤을 향해 곧게 날아들었다.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눈앞의 풍경이 순간적으로 흐릿하게 일그러졌다. 그 순간, 도윤은 미리 계산해둔 대로 몸을 옆으로 굴려 배수로 속으로 뛰어들었다. 작은 몸이 흙바닥 위를 데구루루 굴렀고, 팔꿈치와 무릎에 흙먼지가 하얗게 묻었다. 장풍은 그가 서 있던 자리를 스치듯 지나 뒤편의 나무 기둥에 부딪혔고, 나무 기둥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쩍 갈라졌다. 쿠웅—! 연무장 전체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갈라진 나무 기둥에서 나무 조각 몇 개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파괴력의 여파를 두 눈으로 확인한 이들의 얼굴에 저마다 다른 감정이 스쳤다. 경악, 의심, 그리고 일부는 은근한 감탄까지. 도윤이 배수로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며, 흙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의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담담했다. 옷자락에 묻은 흙이 채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그는 태연하게 강태풍을 바라보았다. "삼촌의 장풍을 완전히 피했습니다." 도윤이 침착하게 말했다. "다만, 이것이 가벼운 시험이라 하셨는데, 나무 기둥이 저렇게 갈라진 것을 보면 그 위력이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말에는 은근한 가시가 숨어 있었다. '당신이 어린아이에게 진심으로 위험한 공격을 가했다'는 사실을, 모든 원로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었다. 강태풍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얇게 돋아 올랐다. 그가 뭐라 반박하려는 찰나, 강운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풍아, 이것이 네가 말한 가벼운 시험이란 것이냐." 가주의 목소리는 낮았으나, 그 안에는 명백한 질책이 담겨 있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이런 위력의 장풍을 날리는 것이 세가의 체통에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저 나무 기둥이 아이의 몸이었다면 어찌 되었을지, 네가 모른단 말이냐." "아, 아버님. 그것은... 제 힘 조절이 조금 지나쳤을 뿐입니다. 결코 저 아이를 해할 생각은..." 강태풍이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났다. 강운창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낮게 웃었다. "허허, 태풍이 다혈질인 것은 여전하구나. 하나 가주, 저 아이의 기지 또한 눈여겨볼 만하지 않습니까. 배수로를 이용해 위기를 피하는 판단력이라니, 여섯 살배기라고는 믿기 힘들군요. 이 늙은이가 세가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으되, 저만한 나이에 저런 판단을 내리는 아이는 처음 보았소이다." 그 말에는 표면적인 칭찬 뒤에 숨은 또 다른 계산이 있었다. '이 아이를 어느 쪽으로 이용할 것인가.' 도윤은 그 시선 속에서 종조부 강운창의 눈빛이 단순한 흥미를 넘어선, 무언가 다른 의도를 품고 있음을 직감했다. 그것은 마치 값어치를 매기려는 상인의 눈빛과도 닮아 있었다. 강운중은 잠시 도윤을 내려다보다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무섭지 않았느냐?" 연무장에 다시 정적이 감돌았다. 모두의 시선이 어린 도윤에게 집중되었다. 도윤은 그 물음에 잠시 침묵했다가, 또렷하게 답했다. "무서웠습니다, 할아버님. 하지만 무서움에 몸이 굳어버리면,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께서 늘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대답에 연무장 전체가 다시 한번 조용해졌다. 강운중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그는 아들 강태산의 이름이 언급되자,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어떤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의 주먹이 소맷자락 안에서 살짝 떨렸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태산이... 그 아이에게 그런 것을 가르쳤단 말인가.' 그는 속으로 그렇게 되뇌며, 애써 표정을 다잡았다. 그의 시선이 잠시 먼 곳, 청하촌이 있을 방향으로 향했다가 다시 도윤에게로 돌아왔다. "오늘 심사는 여기까지 하겠다." 강운중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선언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의 논쟁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실려 있었다. "각성식은 예정대로 사흘 뒤 진행될 것이다. 그날, 이 아이가 무엇을 각성하는지, 모두가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 말과 함께 원로들이 하나둘 자리를 떴다. 저마다 낮은 목소리로 도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연무장을 벗어났다. 강태풍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표정으로 도윤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려 사라졌다. 그의 뒷모습에서 억눌린 분노가 뚜렷하게 느껴졌다. 강태뢰는 멀리서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미소의 의미를 도윤은 아직 읽어낼 수 없었다. 도현이 재빨리 달려와 동생을 끌어안았다. "도윤아, 괜찮아? 정말 놀랐어!"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고, 그 손길에는 방금 전까지의 공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는 동생의 팔과 다리를 이리저리 살피며 상처가 없는지 확인했다. "괜찮아, 형.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도윤이 짧게 답했다. 도윤은 형의 품에 안겨서도, 시선은 여전히 멀어지는 강운창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었다. '종조부가 나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새로운 경계선을 하나 더 그려 넣었다. 강태풍의 적의는 명백하여 오히려 다루기 쉬울 것이나, 강운창의 침묵 속 계산은 그보다 훨씬 위험한 것이었다. 그날 오후, 연무장에서의 소문은 세가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별채로 돌아오는 길에도, 하인들의 수군거림이 도윤의 귓가에 스쳤다. "그 폐인의 아들이 배수로로 몸을 굴렸다지." "태풍 공자님이 단단히 화가 나셨다더군."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사이, 도윤은 아무 말 없이 형의 손을 잡고 걸었다. 그날 밤, 별채로 돌아온 도윤에게 순덕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낮게 속삭였다. 그녀의 손에는 따뜻한 물수건이 들려 있었고, 그것으로 도윤의 팔꿈치에 남은 흙자국을 조심스레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공자님, 오늘 연무장에서의 일... 조심하셔야 합니다. 태풍 공자님은 오늘 일을 절대 잊지 않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녀가 잠시 주위를 살피며 목소리를 더욱 낮췄다. 창문 너머로 인기척이 없는지 확인하는 듯한 조심스러운 몸짓이었다. "각성식 당일, 태풍 공자님께서 다시 무언가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하인들 사이에서 은밀히 도는 이야기인데, 결코 가볍게 들을 것이 아닙니다." "어떤 소문인가요, 유모." 도윤이 조용히 물었다. "자세한 것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사흘 뒤 각성식 당일,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만 돌고 있습니다." 순덕의 목소리에는 억누를 수 없는 불안이 배어 있었다. 도윤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빛났다. 사흘 뒤, 각성식이 열리는 그날. 그것은 단순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이 거대한 세가의 모든 알력과 원한이 한 곳으로 수렴하는 결전의 장이 될 것이었다. 창밖으로 스며드는 밤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졌다. 그 바람 속에서, 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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