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그림자는 소리 없이 담장을 넘었다. 달빛조차 숨을 죽인 듯 흐릿한 밤, 별채의 지붕 위로 스며든 그 그림자는 마치 어둠 그 자체가 형체를 얻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도윤은 그 즉시 도현을 깨우려 손을 뻗었으나, 몸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판단이 앞섰다. '지금 소리를 내면, 저쪽도 즉시 움직일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몸에 새겨진 습관처럼, 위기의 순간에는 감정보다 계산이 앞서는 사람이었다. 심장은 이미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와 쿵쿵거렸으나, 그의 눈은 냉정하게 방 안을 훑었다.
무기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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