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허수아비 황제, 소년의 열쇠

4화

관군이 도착한 것은 이틀 뒤였다. 동이 트기도 전, 마을 어귀 저편에서부터 말발굽 소리가 울려왔다. 처음엔 먼 우렛소리처럼 희미했으나, 순식간에 땅을 울리는 진동으로 바뀌었다. 두두두두두—! 강찬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에서 자던 어머니도 놀란 눈으로 몸을 일으켰다. "찬아, 저 소리는..." "관군인 것 같아요, 어머니." 강찬의 목소리는 담담했으나, 속으로는 이미 정신없이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다. 이틀이면 충분히 흔적을 지울 시간이라 여겼거늘.' 문 밖으로 나가자 이미 마을 사람들 여럿이 마당 앞에 나와 웅성거리고 있었다. 삼십여 명은 되어 보이는 병졸들이 갑주를 번쩍이며 마을 광장에 늘어섰고, 그 선두에 선 자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외쳤다. "평안촌 사람들은 모두 나와라! 한 명도 빠짐없이!" 집집마다 사람들이 쫓겨나듯 문을 열고 나왔다. 잠에서 덜 깬 얼굴, 겁먹은 얼굴, 영문을 몰라 두리번거리는 얼굴들이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강찬도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무리에 섞였다. 대장이라는 자는 눈매가 사나웠다. 이름은 최영달, 관군 수색대의 대장이었다. 갑주 위로 걸친 붉은 술이 바람에 흔들렸고, 허리에 찬 도의 손잡이엔 손이 늘 얹혀 있었다. "최근 이 근방에서 대호국 장수 하나가 목격되었다. 그자를 숨기거나 돕는 자는 즉시 처형이다!" 처형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굳었다. 몇몇 아이는 어미의 옷깃을 붙잡고 울먹였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눈치를 살폈다. 개중 몇은 자기도 모르게 강찬 쪽을 쳐다보았다. 사흘 전, 산에서 내려오던 강찬의 뒷모습을 본 이들이었다. '내가 사흘 전 산에 갔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다.' 강찬은 속으로 긴장했다. '누가 입방정을 떨면 끝이다. 이럴 땐 먼저 움직이는 것보다, 조용히 기다리는 것이 낫다. 괜히 눈에 띄면 도리어 의심을 사는 법이니.' 최영달이 마을 사람들을 하나씩 훑어보며 걸어왔다. 그의 발소리는 무거웠고, 걸음마다 흙바닥이 움푹 눌리는 듯했다. 사람들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숨을 죽였다. 그의 눈이 강찬 앞에서 멈췄다. "넌 뭐 하는 아이냐." 강찬은 최영달을 올려다보았다. 갑주 너머로 뿜어지는 위압감이 어린아이의 눈높이에서는 산처럼 느껴졌을 것이나, 강찬의 속은 그저 차분했다. '수백 년을 산 몸이거늘, 이런 애송이 하나에게 겁먹을 리가 있나. ...겉으로는 겁먹은 척을 해야겠지만.' "나무를 하러 다니는 아이입니다." 강찬이 답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러나 지나치게 태연해서도 안 되었다. 딱, 적당히. "산에 자주 가나?" "네, 며칠에 한 번씩요." "최근에도 갔나?" 순간, 광장의 공기가 팽팽해졌다. 강찬의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꽉 쥐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 있었다. 강찬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수십 가지의 답을 계산하고 있었다. '여기서 거짓을 말하면 나중에 누군가 증언할 위험이 있다. 이미 여러 명이 사흘 전 내가 산에 간 걸 보았으니, 부정하면 오히려 의심이 커진다. 진실을 말하되, 방향을 틀어야 한다. 저들이 찾는 답이 아니라, 저들이 믿을 만한 답을 내놓아야지.' "사흘 전에 갔습니다." 강찬이 담담하게 답했다. "산 위쪽에서 화전 태우는 연기를 보긴 했는데, 사람은 못 봤습니다." 최영달의 눈이 가늘어졌다. "화전? 이 시기에 화전을 태운다고?" 강찬의 등줄기에 서늘한 기운이 스쳤다. 그러나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저도 이상하다 싶었습니다." 강찬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마을 어른께도 여쭤봤는데, 아마 산 너머 다른 마을 사람이 아닐까 하시더라고요." 덕구 아저씨가 그 말을 듣고 슬쩍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짜맞춘 것도 아니었으나, 이틀 전 강찬이 지나가듯 흘린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예, 저도 그날 냄새를 맡았습니다." 덕구 아저씨가 헛기침을 하며 덧붙였다. "산 너머 쪽인 것 같았습니다. 바람 방향이 그쪽에서 불어왔거든요." 최영달은 잠시 강찬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이 마치 속을 꿰뚫으려는 듯했다. 강찬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겁먹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열세 살 아이가 관군 앞에서 겁먹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으니. '겁먹은 것처럼 보이되, 지나치게 겁먹으면 안 된다. 지나친 두려움은 도리어 숨기는 것이 있다는 신호로 읽히거늘.' 최영달의 눈빛이 아이의 얼굴을 오래도록 살폈다. 강찬은 그 시선을 견디며 속으로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다섯을 넘기면 위험하다. 사람이 사람을 의심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넷을 세었을 때, 최영달이 결국 시선을 돌렸다. "수색대는 산을 뒤져라! 마을 집집마다도 수색한다!" 명령이 떨어지자 병졸들이 흩어져 마을을 뒤지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싸리문이 거칠게 열리고,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강찬의 집도 예외는 없었다. 병졸 셋이 들이닥쳐 방과 헛간을 뒤집어 놓았다. 이불이 뒤집히고, 항아리 뚜껑이 열리고, 장작더미가 무너지듯 흩어졌다. 강찬의 어머니가 겁에 질려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강찬은 겉으로는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헛간 마루 밑. 저기까지 들여다보면...' 옥주와 영패. 그 장수가 마지막 순간에 넘겨준 물건들이 그곳에 숨겨져 있었다. 만약 병졸들이 마루판을 뜯어낸다면 모든 것이 끝이었다. 병졸 하나가 헛간 도구함을 뒤지기 시작했다. 강찬의 손끝이 저절로 굳었다. '제발...' 속으로는 온갖 계략과 도주로까지 그려보고 있었으나, 겉으로는 그저 겁먹은 아이처럼 어머니 옆에 붙어 서 있을 뿐이었다. "여긴 별거 없는데." 병졸이 도구함을 대충 열어보고는 다시 닫았다. "낫이랑 지게뿐이군." 병졸의 발끝이 마루 근처를 스쳤다. 강찬의 숨이 순간 멎었다. 마루 밑까지는 살피지 않았다. 다행히 병졸들의 수색은 그리 세밀하지 않았다. 워낙 많은 집을 짧은 시간에 훑어야 했으니, 대충대충 살피고 넘어가는 자들이 많았다. 강찬은 그제야 조금 숨을 돌렸다. 어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한 듯 아들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산에서도 별다른 것을 찾지 못한 수색대는 결국 반나절 만에 물러갔다. "숯가마 자리에 탄 재가 좀 있었는데, 그건 그냥 화전 자리 같습니다." 병졸 하나가 최영달에게 보고했다. "사람이 머문 흔적은 없었습니다." 최영달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마지막으로 마을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 눈길이 다시 한번 강찬을 스쳐 지나갔을 때, 강찬은 등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만 가라. 가라, 어서.' 최영달이 말에 올랐다. "다시 오게 될 것이다. 그자를 찾을 때까지는." 말발굽 소리가 다시 울리며 관군이 마을을 떠났다. 두두두두두—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마침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마을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관군이 떠난 뒤, 마을은 한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광장에 모였던 사람들이 하나둘 흩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강찬의 어머니가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몇 번이고 아들의 얼굴을 살피며, 무언가 묻고 싶은 것을 참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날 밤, 강찬은 혼자 헛간에 앉아 마루 밑에서 옥주와 영패를 꺼내 다시 살펴보았다. 호롱불 하나가 헛간 안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불빛 아래, 옥주는 서늘하고 푸른 광택을 뿜어냈다. 마치 그 안에 무언가 살아 있는 것이 잠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서늘한 옥주의 표면을 손끝으로 쓸며, 그는 결심했다. '이걸 지켜야 한다. 이걸 지키는 것이... 그 장수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니.' 강찬의 머릿속에 사흘 전 그 장수의 마지막 얼굴이 떠올랐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도 끝까지 옥주를 놓지 않으려던 손, 그리고 그 손이 강찬의 손에 이것을 넘겨주던 순간의 눈빛. '그저 죽어가는 병자를 도운 것뿐이었거늘. 어찌 이런 짐을 짊어지게 되었는지.' 자조하듯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 말투에는 이미 후회의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어딘가 담담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것을 남산왕이라는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는 것도. '남산왕이라... 이름만 들어도 범상치 않은 자로군. 대체 어떤 인물인지.' 강찬은 그 물건들을 다시 깊숙이 숨기며, 자신의 삶이 이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열세 살 아이의 몸으로 살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거늘, 벌써부터 이런 거대한 흐름에 휘말리는가. '수백 년을 잠들어 있다가 겨우 깨어났더니, 이번엔 남의 나라 정쟁에 발을 들이게 되었구나. 참으로 얄궂은 운명이로다.' 마루판을 다시 덮고 흙으로 덮어 흔적을 지운 뒤, 강찬은 헛간을 나섰다. 밤하늘엔 달이 밝게 떠 있었고, 마을은 여전히 무거운 정적 속에 잠겨 있었다. 그러나 그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대호국에서도, 그 장수의 실종을 알아챈 자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들의 발길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이 작은 마을, 평안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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