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5년 전, 4월.
나는 열 살이었다.
부모가 죽고 나서 나는 시립 보호소를 세 번 옮겨 다녔다. 첫 번째 보호소는 정원에 아이가 마흔 명 넘게 있었고, 밥은 하루 두 끼뿐이었다. 두 번째 보호소는 원장이 매를 자주 들었다. 세 번째 보호소에서 도망친 이유는 간단했다. 배가 고팠으니까.
그날 배급받은 밥은 멀건 죽 반 그릇이었다.
나는 그 반 그릇을 다 먹고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창문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담을 넘을 때 무릎이 까졌지만 아프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길로 나는 사흘째 시장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먹을 것을 찾고 있었다.
첫날은 배춧잎을 주워 먹었고, 둘째 날은 과일가게에서 떨어진 사과 꽁다리를 씹었다.
셋째 날, 나는 더 배가 고파서 다리가 후들거렸다.
노점 앞에 놓인 만두 한 접시가 보였다. 김이 아직 올라오고 있었다.
주인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나는 손을 뻗었다.
손끝이 만두에 닿는 순간, 뒤통수를 누군가 세게 잡아챘다.
"어딜 손대!"
나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무릎과 팔꿈치가 시멘트 바닥에 부딫혀 얼얼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빨간 코를 한 아저씨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낡은 점퍼 소매는 해져 있었고 손등에는 굳은살이 두툼하게 박혀 있었다.
"이 새끼, 배고파서 훔치는 거지?" 그가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노려보기만 했다.
맞을 각오를 했다. 세 번째 보호소에서 원장한테 맞을 때처럼, 도망갈 곳도 없이 그냥 맞는 거라고 생각했다.
"흥, 눈은 살아있네."
그가 그렇게 말하며 만두 접시를 통째로 집어 들었다.
나는 몸을 웅크렸다. 그가 접시로 내 머리를 내려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는 접시를 내 앞에 놓았다.
"먹어."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진짜요?" 내가 물었다.
"두 번 말 안 해."
나는 만두를 미친 듯이 삼켰다. 목이 메어 딸꾹질이 났지만 멈추지 않았다.
한 접시에 만두가 여섯 개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세 번 씹지도 않고 넘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저씨는 옆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태웠다.
라이터 소리가 짧게 났고, 그의 손끝에서 불이 붙었다.
담배 연기가 내 쪽으로 흘러왔지만 나는 만두 먹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름이 뭐냐." 그가 물었다.
"김도윤이요."
"박덕수다." 그가 말했다. "갈 데 있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보호소에서 나왔구먼."
나는 놀라서 그를 쳐다봤다.
"거기 애들 다 그런 얼굴을 하고 다녀." 그가 말했다. "눈치는 빨라, 근데 사람은 안 믿어."
그 말이 맞았다.
박덕수는 한참 나를 쳐다보다가, 툭 던지듯 말했다.
"따라와. 밥은 안 굶긴다."
나는 그 말을 믿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배가 부른 상태로 그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다리가 그를 따라갔다.
그의 집은 항구 근처 낡은 창고를 개조한 방이었다. 8평쯤 되는 좁은 공간에 침대 하나와 술병들이 뒹굴고 있었다.
바닥에는 소주병이 열 개도 넘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그물과 낡은 작업복이 걸려 있었다.
방 안에서는 짠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났다.
"청소부다, 나는." 그가 말했다. "돈은 없어도 밥은 있어."
"청소부요?" 내가 물었다.
"항구에서 배 청소하고 짐도 나른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거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소주병을 발로 툭 밀어 벽 쪽으로 치웠다.
"여기 앉아라." 그가 침대 옆 방석을 가리켰다.
나는 그날부터 그 창고에서 살았다.
박덕수는 매일 아침 항구로 일을 나갔고, 나는 그가 없는 낮 동안 집을 지켰다.
낮에는 딱히 할 일이 없어서 방 안을 정리하거나 창밖으로 파도를 구경했다.
창고 밖에는 낡은 배들이 밧줄에 묶여 흔들리고 있었고, 갈매기가 자주 울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밤, 그는 술에 취한 채 나에게 이상한 자세를 가르쳐줬다.
소주 반 병쯤 마신 그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거, 도검결이라는 거다." 그가 말했다. "기초 중의 기초야."
"이게 뭔데요?" 내가 물었다.
"몸을 다스리는 법." 그가 대답했다. "내가 젊었을 때 어깨너머로 배운 거다."
그는 팔을 뻗고 다리를 벌리는 자세를 보여줬다.
그의 다리는 어깨너비보다 넓게 벌어져 있었고, 두 팔은 앞뒤로 곧게 뻗어 있었다.
"이렇게, 숨을 아래로 끌어내려."
나는 서투르게 그의 자세를 따라했다.
다리가 후들거려 금방 무너졌다.
"허리 좀 펴, 새끼야."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 웃음이, 나에게는 오랜만에 본 사람의 진짜 웃음이었다.
보호소 원장도 웃긴 했지만 그 웃음에는 항상 뭔가를 요구하는 눈빛이 섞여 있었다.
박덕수의 웃음에는 아무것도 섞여 있지 않았다.
'이 사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서기를 반복하는 사이, 밤이 깊어갔다.
박덕수는 담배를 하나 더 태우며 내 자세를 지켜봤다.
"됐다, 오늘은 이만하자." 그가 말했다.
그날 밤, 박덕수는 나에게 낡은 이불을 하나 더 꺼내주었다.
이불에서는 곰팡이 냄새가 살짝 났지만, 그래도 두껍고 폭신했다.
"오늘부터 여기서 자." 그가 말했다.
그는 침대 옆 바닥에 그 이불을 깔아주며 툭 던지듯 말했다.
"불편하면 말해라."
나는 대답 없이 이불 속으로 몸을 밀어넣었다.
나는 그 이불에서 처음으로, 보호소가 아닌 곳에서 편하게 잠들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파도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무섭지 않았다.
박덕수의 코 고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고, 그 소리가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이 사람 옆에 있으면 배는 안 굶겠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나와 박덕수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때만 해도 그 시간이 나에게 무엇을 남길지 알지 못했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면서 박덕수는 나에게 매일 밤 그 자세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그저 몸을 다스리는 법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가 나에게 시키는 동작들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