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독 사냥꾼 시험까지 6개월

3화

썩은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들어오기 전까지는 몰랐다. 격리구역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곳이 이렇게까지 다른 공기를 품고 있을 줄은. 바깥의 공기는 그냥 도시의 공기였다. 매캐하고 텁텁하고, 어딘가 익숙한 인간 냄새가 배어 있었다. 여기는 아니었다. 습기와 부패, 그리고 뭔가 살아있는 것의 배설물 냄새가 뒤섞여서 코 안쪽을 긁었다. 건물들은 반쯤 무너져 있었다. 콘크리트 골조가 드러난 자리마다 검은 곰팡이가 지도를 그리듯 번져 있었다. 창문 유리는 대부분 깨졌고, 남은 몇 개는 뿌옇게 흐려져서 안쪽을 보여주지 않았다. 여기 살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박준혁이 창끝으로 앞을 가리켰다. "저기 웅덩이. 독설치 서식지야." 목소리가 낮았다. 숨소리처럼 조용했다. 작은 웅덩이 주변에 뭔가 붉게 물든 흔적이 남아 있었다. 처음엔 핏자국이라고 생각했다. 피는 아니었다. 독설치의 체액은 원래 붉은빛을 띤다고, 어머니에게 배운 적이 있었다. 어릴 때 부엌에서 도감을 펼쳐놓고, 어머니가 손끝으로 그림을 짚어가며 설명했던 기억이 스쳤다. 이빨은 세 갈래, 체액은 핏빛, 서식지는 습한 웅덩이 근처. 지금 눈앞에 있는 게 그 그림이랑 똑같았다. 기묘하게 안심이 됐다. 적어도 뭘 상대하는지는 안다는 뜻이었으니까. "조 짜서 움직이지." 최덕수가 명령을 내렸다. 나와 박준혁, 그리고 처음 보는 사냥꾼 둘이 한 조가 됐다. 둘 다 나이가 나보다 위였고, 갑옷 여기저기에 긁힌 자국이 많았다. 하나는 덩치가 크고 말이 없었고, 다른 하나는 마르고 눈빛이 계속 두리번거렸다. 최덕수 본인은 뒤에서 지도를 펴들고 있었다. 전방에는 절대 나서지 않았다. 그 사실이 계속 눈에 걸렸다. 마치 가시가 목구멍에 걸린 것처럼, 삼켜지지도 뱉어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 첫 사냥은 순조로웠다. 웅덩이 근처에서 독설치 한 마리가 먼저 튀어나왔다. 몸통은 쥐만 한 크기였고, 털은 젖은 걸레처럼 뭉쳐 있었다.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순간, 박준혁의 창이 먼저 그 목덜미를 꿰뚫었다. "하나." 그가 짧게 세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거의 동시에 나타났다. 마른 사냥꾼이 화살로 하나를 맞췄고, 남은 하나는 내가 처리했다. 창을 내리찍는 순간, 손끝까지 저릿한 반동이 올라왔다. 독설치의 마지막 발버둥이 다리에 닿았을 때, 축축하고 뜨거운 느낌이 스쳐서 소름이 돋았다. 독설치 세 마리를 잡았고, 은화 여섯 닢어치 현상금이 확정됐다. 숫자로만 보면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밤이 되어 야영지에 불을 피웠다. 마른 사냥꾼이 나뭇가지를 모으고, 덩치 큰 쪽이 불을 붙였다. 타닥, 타닥, 나무 타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있는 소리처럼 들렸다. 최덕수가 회계 장부를 꺼내 숫자를 적었다. 나는 우연히 그 장부를 옆에서 봤다. 딱히 훔쳐볼 생각은 없었다. 그냥 불빛에 종이가 반사돼서,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갔을 뿐이었다. 적힌 숫자가, 실제 포획량과 달랐다. 세 마리인데 두 마리로 적혀 있었다.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착각인가, 하고 다시 봤다. 아니었다. 분명히 숫자가 하나 줄어 있었다. 펜 끝이 종이 위에서 멈춘 자리를 다시 봤다. 삼(三)이 아니라 이(二). 명백했다. "뭘 그렇게 보나." 최덕수가 장부를 접었다. 웃는 얼굴이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그는 다시 웃었다. 이상하게 친절한 웃음이었다.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았다. 그 웃음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그의 얼굴 반쪽이 그림자에 잠겼다가 다시 드러나기를 반복했다. 마치 웃음이 얼굴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 밤이 깊어지자 박준혁이 옆에 앉았다. "너도 봤지." 작은 목소리였다. "장부 말입니까." "이 팀에서 두 번 세 번 뛴 애들이 그러더라. 마지막 정산에서 늘 한두 마리씩 사라진다고." 그가 창을 무릎에 세우며 한숨을 쉬었다. "근데 신고할 데가 없어. 소포장업자가 정부 임무를 받아온 이상, 걔가 곧 법이야." 말투는 무심했지만 눈빛엔 피로가 짙게 배어 있었다. 몇 번이나 이런 밤을 지새워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럼 그냥 참는 겁니까." "참는 게 아니라, 방법이 없는 거지." 그가 잠깐 말을 멈췄다. 불씨가 탁, 하고 튀었다. "나도 처음엔 억울해서 따졌어. 근데 그날 밤에 내 텐트 밑에서 뱀 한 마리가 나왔더라. 독사였어. 우연이라고 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좋았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30골드를 모으기 위해 온 이 임무에서, 정작 보상이 깎이고 있다는 사실은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계산이 다시 돌아갔다. 마리당 은화 두 닢. 세 마리를 잡았는데 두 마리로 적혔다면, 하루에 은화 두 닢씩 사라지는 셈이었다. 열흘이면 은화 스무 닢. 그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 여기 온 이유를 떠올리면 더 선명해졌다. 목표는 30골드였다. 그 숫자에서 조금씩 갉혀나가는 걸 눈앞에서 봐야 한다는 게, 뭔가 뱃속을 긁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근데 왜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합니까." 박준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신참은 알아야 하니까. 몰랐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는 것보단, 알고 당하는 게 나아." 씁쓸한 위로였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고마웠다. 불이 사그라들 때까지 우리는 별말 없이 앉아 있었다. 저 멀리서 뭔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인지 바람인지 구분이 안 됐다. *** 다음 날 새벽, 조를 나눠 더 깊은 구역으로 들어갔다. 안개가 짙어서 시야가 몇 걸음 앞까지밖에 닿지 않았다. 습기가 얼굴에 닿는 느낌이 물수건을 덮은 것처럼 무거웠다. 건물들의 형태가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드러났다가, 다시 삼켜졌다. 마치 거대한 짐승이 숨을 쉴 때마다 세상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각. 발소리가 들렸다. 나와 박준혁이 걸음을 멈췄다. "다른 조 아냐?" 그가 낮게 물었다. 모르겠다. 다른 사냥꾼 둘의 위치는 좀 전까지 무전으로 확인되고 있었다. 지금은 신호가 끊겼다. 다각. 다시 한 번. 이번엔 조금 더 가까웠다. 발소리의 리듬이 이상했다. 사람 걸음이라면 좌우로 흔들리는 박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일정했다. 너무 일정했다. "돌아가자." 내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낮아져 있었다. 다리가 먼저 반응했다. 뒤로, 뒤로. 돌아섰을 때, 우리가 들어온 길목에 커다란 철문이 내려와 있었다. 쿠웅. 둔중한 소리가 안개 속에 울렸다. "뭐야 이거." 박준혁이 문을 밀어봤다.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어깨로 문을 밀치는 소리가 났다. 쿵, 쿵. 두 번, 세 번. 문은 마치 처음부터 벽이었던 것처럼 반응이 없었다. 무전기를 꺼냈다. 지지직 하는 잡음뿐, 응답이 없었다. "최덕수! 최덕수, 들리십니까!" 내 목소리가 안개 속에서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가, 금방 흡수되듯 사라졌다. 응답 없음.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갇혔다. 이 격리구역 안에, 우리 둘만. 박준혁이 창을 고쳐 잡았다. 그의 손이 살짝 떨리고 있는 걸 봤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게, 이상하게도 조금은 위로가 됐다. 그리고 안개 저편에서, 다각, 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번엔 하나가 아니었다.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