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쾅.
곽철산의 손바닥이 노파의 가슴께를 강타했다.
묵직한 진동이 눈밭을 타고 퍼졌다. 나뭇가지 위에 얹혀 있던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그러나 노파는 웃었다. 낮고 긴 웃음이었다.
"호호호……"
웃음소리에 살기가 섞여 있었다. 곽철산의 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그는 손바닥이 닿는 순간 이미 느끼고 있었다.
노파의 몸이 부풀어 오르듯 갈라지며, 그 안에서 암홍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인간의 형체를 벗어 던진 무언가였다.
살가죽이 종잇장처럼 찢어지고, 그 틈에서 흘러나온 빛이 허공을 잡아먹듯 번져 나갔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곽철산의 몸이 뒤로 튕겨나가 눈밭 위로 쓰러졌다. 백발이 검게 타 있었다. 숨소리가 미약했다.
땅에 파묻힌 몸에서 하얀 김이 피어올랐다.
"대호법!"
용비호가 소리쳤지만, 암홍색 기운이 그 사이를 가로막았다.
기운의 벽은 살아 있는 듯 꿈틀거렸다. 용비호의 검이 그것을 갈랐으나, 갈린 자리는 순식간에 다시 메워졌다.
장원은 그 순간, 손목의 얼어붙던 감각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곽철산의 필사기가 그것을 끊어낸 것이었다. 목숨과 바꾼 시간이었다.
장원은 곽철산 쪽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그럴 겨를조차 없었다.
[구공신공 발현 가능 상태 도달]
[진기 축적률 100% 돌파 — 최초 발현]
두 줄의 문구가 눈앞을 가로질렀다. 장원의 숨이 거칠어졌다. 손끝이 뜨거워졌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귓속에서 맥박 소리가 울렸다.
더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감은 눈 안쪽에서, 지금까지 눌러 담았던 무언가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단전 깊은 곳에서, 그는 그것을 끌어올렸다.
구공신공(九空神功)—
허(虛)에서 시작해 실(實)로 맺히는, 아홉 개의 공허한 원.
아홉 개의 원이 하나씩 단전 위로 떠올랐다. 비어 있던 것들이 서서히 형체를 갖췄다.
장원의 전신에서 투명한 기운이 회오리치듯 뻗어 나갔다.
기운이 지나간 자리마다 눈이 녹아 물방울로 흩어졌다. 발밑의 땅이 얕게 진동했다.
암홍색 존재가 처음으로 멈춰 섰다.
용비호를 짓누르던 압박이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뭐냐, 너는."
낮고 갈라진 음성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놀람과 경계가 함께 묻어 있었다. 오랜 시간 그 무엇에도 멈춰 서 본 적 없는 존재의 목소리였다.
장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열 필요가 없었다. 이미 몸이 대답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 순간 그의 존재가 흑매곡 산성 전체의 눈앞에 드러나고 있었다.
투명한 기운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짙었다. 흑매곡의 담장 너머, 굳게 닫혀 있던 문루 위에서도 몇몇 그림자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종의 위장은, 이미 벗겨지고 있었다.
되돌릴 방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