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가짜 채약사, 진짜 혼사냥꾼

5화

소문은 사실이었다. 허대호라는 자가 소연의 집을 찾아왔다. 중급 영석 스무 개의 채무. 갚지 못하면 영농으로 끌려간다 했다. 소연은 벌써 얼굴이 하얘져 있었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그런 소연의 어깨를 잡았다. "방법을 찾아볼게." 그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결심했다. 돈이 필요했다. 큰돈이. 거리로 나섰다. 나붙은 방들을 하나씩 훑었다. 잡일, 심부름, 허드렛일. 액수가 작았다. 그러다 한 장에서 눈이 멈췄다. 만귀곡 탐사, 채약사 모집. 위험 수당이 컸다. 스무 개는 충분히 채울 수 있는 액수였다. 망설임은 없었다. 나는 지원했다. 조장은 유하준이라는 사내였다. 연기 칠 층, 침착한 눈빛.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약초는 좀 아나?" "조금." 짧게 답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내일 새벽 출발이다. 늦지 마라." 합류가 결정됐다. 그날 밤, 동굴로 돌아왔다. 습기 찬 냉기가 익숙했다. 오랜만에 거리의 어둠을 살폈다. 숨을 죽이고 골목 끝을 응시했다. 2년간 느껴지던 시선이 없었다. 아무리 신경을 곤두세워도 잡히지 않았다. 감시가 끊긴 지 오래였다. 왜 끊겼는지 알 수 없었다. 확인할 여력도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누군가 나를 필마급으로 오판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오판의 대가로 내가 여기까지 왔다는 것. 그 오판이 언제 깨질지, 그것만이 두려웠다. 다음 날 새벽, 만귀곡 입구에 섰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었다. 안개 너머로 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낯선 냄새였다. 피 냄새 같기도 했다. 유하준이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안개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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