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원시부족 생존 설계자

5화

뿔피리 소리가 세 번 울리자, 부족원들이 하나둘 공터로 모여들었다. 낮게 깔린 뿔피리 소리는 배 속까지 울릴 정도로 컸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어깨를 움찔했다. 치호가 내 팔을 잡아끌며 걸음을 재촉했다. "늦으면 안 돼. 서둘러." 나는 치호를 따라 그 무리에 섞였다. 공터로 가는 길에는 벌써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앞서 걷고 있었다. 다들 저녁을 기대하는 얼굴이었다. 며칠 동안 부족 전체가 굶은 것도 아닌데, 사냥 고기가 들어온다는 사실 하나로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공터 한가운데에는 이미 거대한 짐승이 놓여 있었다. 뿔이 세 갈래로 갈라진, 몸통 길이가 어른 세 명을 눕혀놓은 것보다 더 긴 짐승이었다. 가죽은 짙은 갈색이었고, 옆구리에는 창에 찔린 자국이 세 군데나 나 있었다. 다리 하나는 이미 잘려나가고 없었다. 사냥 중에 부러졌는지, 아니면 옮기는 과정에서 잘라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사냥대가 이걸 잡아오는 데 며칠이 걸렸다는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부족원들이 짐승 주위로 둥그렇게 둘러섰다. 앞줄에는 전사들이, 그 뒤에는 전사의 가족들이, 그리고 그 뒤에는 일반 부족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노예들은 맨 뒷줄에 서야 했다. 나도 다른 노예 아이들과 함께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내 앞에는 나보다 머리 하나는 작은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그 아이는 발끝을 세워 짐승을 보려 애썼지만, 어른들 등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듯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볼 수 있는 건 앞사람들의 뒷목과 어깨뿐이었다. 잠시 후, 무리 사이로 길이 열렸다. 사람들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만든 그 길로, 고태산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고태산은 내가 그동안 본 어떤 전사보다도 체격이 컸다. 도래의 몸으로 봤을 때 나보다 반 몸쯤은 더 크고 두꺼웠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이 울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온몸에는 마른 핏자국이 여기저기 배어 있었다. 최근에 흘린 것도 있고, 오래되어 검게 변한 것도 있었다. 팔뚝에는 오래된 흉터가 세 줄로 나란히 나 있었는데, 짐승의 발톱에 긁힌 자국처럼 보였다. 허리에는 돌을 갈아 만든 도끼를 차고 있었다. 그 도끼의 손잡이만 봐도 수십 번은 사람의 손에 닳고 닳은 게 느껴졌다. 그의 뒤로 또 한 명의 남자가 따라 나왔다. 반석이었다. 치호가 존경한다고 말했던 그 전사였다. 반석의 가슴팍에는 정말로 불꽃 모양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검은 재를 문질러 만든 문신 같았다. 가까이서 보니 그 문양은 생각보다 정교했다. 불꽃의 끝이 위로 뻗어 올라가는 모양이었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반석은 고태산보다는 조금 젊어 보였지만, 눈빛만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걸음걸이도 고태산과는 달랐다. 고태산은 무겁고 느렸지만, 반석은 가볍고 빨랐다. 같은 전사라도 저렇게 다를 수 있구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두 사람이 짐승 앞에 서자, 부족 전체가 조용해졌다. 방금까지 낮게 웅성거리던 소리마저 뚝 끊겼다. "이번 사냥은 반석이 이끌었다." 고태산이 낮고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가 공터 전체에 퍼지자, 몇몇 부족원들이 반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는 서열에 따라 나눈다." 분배가 시작되었다. 전사들부터 먼저 좋은 부위를 가져갔다. 허벅지살과 등심 부위였다. 그다음은 전사의 가족들이 그보다 조금 작은 조각을 받았다. 그다음은 일반 부족원들. 이때부터는 살점보다는 갈비뼈나 껍질이 붙은 부위가 대부분이었다. 노예들의 차례는 맨 마지막이었다. 남은 건 뼈와 내장 몇 조각뿐이었다. 내 손에 들어온 건 손바닥만 한 내장 조각과, 살점이 거의 붙어있지 않은 갈비뼈 하나였다. 나는 그 조각을 받으면서도 감사하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이거라도 있으면 오늘은 굶지 않아도 돼.' '며칠 전에는 이것보다도 못한 걸 나눠 받았는데.' 그만큼 이 부족에서의 삶이 절박했다. 분배가 끝나갈 무렵, 고태산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돌각." 돌각이 앞으로 나섰다. 돌각은 부족 내에서 노예를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자였다. 몸집은 반석보다 작았지만, 눈빛이 늘 날카롭게 번뜩였다. "저번에 말한 그 노예 새끼, 이 자리에 데려와라." 순간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저번에 말한 노예라니.' '설마.' 돌각이 무리 속에서 나를 찾아냈다. 그의 시선이 뒷줄을 훑다가 정확히 나에게 멈췄다. "이리 나와." 돌각이 소리쳤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억지로 앞으로 걸어 나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흙이 발밑에서 조금씩 부스러졌다. 부족 전체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수십 개의 눈동자가 한꺼번에 나를 향하는 그 감각은, 지금까지 느껴본 어떤 것과도 달랐다. 고태산이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의 눈은 생각보다 더 짙은 갈색이었다. "네가 새로운 먹을 것을 안다고 했다지." "네... 네." 나는 겨우 대답했다. 목소리가 갈라져 나오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도토리를 먹을 수 있게 만든다고?" 돌각이 이미 치호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고태산에게 보고한 모양이었다. 나는 치호를 힐끗 쳐다봤다. 치호는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며칠 전 나에게 그 방법을 물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네, 물에 담가서... 며칠 두면 됩니다." 나는 최대한 자세히 설명하려 애썼다. "떫은맛이 사라지고, 그다음에는 갈아서 먹을 수 있습니다." 고태산은 팔짱을 낀 채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숨소리 하나도 크게 들리는 것 같은 정적이었다. "말로는 뭐든 할 수 있지." 그가 말했다. "보여줘봐." "보름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보름?" 고태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지금 곡식도 부족한데, 보름 동안 도토리를 그냥 물에 담가두라고?" 주위에서 몇몇 부족원들이 헛웃음을 흘렸다. "성공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식량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눌렀다. '이 부족 근처 산에는 도토리가 넘쳐난다.' '저것만 먹을 수 있게 되면, 겨울을 나는 게 훨씬 쉬워진다.' '그걸 알려주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대접이 나아지지 않을까.' 그 계산이 이 순간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나는 그때까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부족원들 사이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다. "노예 새끼가 뭘 안다고." 누군가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석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만약 실패하면?" 짧고 무게 있는 질문이었다. 그 목소리에는 고태산과는 다른 종류의 무게가 있었다. 나는 그 질문에 순간 말을 잃었다. 목구멍이 바짝 말라붙는 느낌이었다. 고태산이 대신 대답했다. "실패하면 처형이다." 공터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방금까지 웅성거리던 소리조차 완전히 사라졌다. "보름 뒤에 결과를 보이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벤다." 고태산이 도끼를 들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끼날이 저녁 햇빛을 받아 번쩍였다. 나는 온몸이 얼어붙는 걸 느꼈다. 손끝부터 시작된 떨림이 순식간에 팔을 타고 올라왔다. '보름.' '보름 뒤에 실패하면 죽는다.' '실패하면.' 머릿속에서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그때 무리 속에서 치호가 슬며시 뒤로 물러나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비밀을 지켜주겠다던 아이가, 지금은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있었다. 치호의 발이 무리 뒤쪽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물러났다. 마치 나와 관련이 없는 사람인 척, 그렇게 몸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네가 물어봐서 대답한 거였는데.' '네가 먼저 궁금하다고 했잖아.' 나는 그 말을 속으로만 삼켰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런 말을 꺼낼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이 보름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그리고 이 부족 안에서 나 혼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으로 깨달았다. 멀리서 짐승의 남은 뼈를 개들이 뜯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마저도 지금 이 순간에는 오싹하게 느껴졌다. 내 목숨이 보름짜리 도토리에 걸려버렸다는 사실을, 나는 그날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한 채 곱씹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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