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장로님, 벌써 후회되시죠

3화

태화문에 들어온 지 나흘째 되던 날, 나는 처음으로 정식 수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 나흘 동안 나는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 아침이면 문도들이 밥을 짓는 연무장 뒤편 부엌에서 잔심부름을 하고, 낮에는 다른 이들의 수련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검을 맞대는 소리, 창을 휘두르며 흙바닥을 박차는 소리, 그런 것들이 매일같이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아직 그 무엇에도 손을 대지 못했다. 나는 그저 이곳의 이방인이었고, 언제 정식으로 문하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나흘째 아침, 선우명이 나를 불렀다. "이제 슬슬 몸을 만들어야 할 때가 되었구나."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는데, 그 시선에는 짐짓 근엄함을 가장한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내가 직접 가르칠까 했다만, 요즘 이 늙은 몸이 예전 같지 않아서 말이다. 큰사형인 박도현에게 기초를 맡기려 하는데, 어떠하냐." "...예, 사부님." 나는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 리도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문도들 사이에서 얕은 웅성거림이 지나갔던 것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큰사형이 직접 기초를 봐준다니, 그 아이 운이 좋구나." "박 대형이 언제부터 저렇게 후배를 아끼셨나. 신기한 일이군." 누군가는 웃으며 그렇게 말했고, 또 누군가는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거렸다. 나는 그 표정들의 의미를 그때는 전혀 읽어내지 못했다. 그저 사람들의 부러움 섞인 눈빛을 받으며 조금 어깨가 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을 뿐이었다. 연무장 뒤편의 작은 뜰로 안내되었을 때, 박도현은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다정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큰 키에 훤한 이마, 정갈하게 묶은 머리와 흰 무복. 태화문의 큰사형답게 그는 늠름한 풍채를 지닌 사내였고, 그 얼굴에 걸린 웃음은 마치 봄볕처럼 따스해서 나는 처음 그를 보았을 때부터 경계심을 놓아버렸다. "왔느냐. 늦지 않았구나." "...예, 사형." 뜰에는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 않아 흙냄새가 짙게 감돌았고, 낡은 돌 위에는 옅은 물기가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그 뜰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어쩐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무언가를 배운다는 사실이, 그것이 설령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오늘부터 기초 기공법(氣功法)을 배우게 될 거다. 어렵지 않으니 겁먹지 마라." 박도현은 나를 돌바닥 위에 가부좌를 틀게 하더니, 등 뒤에 서서 내 어깨를 가볍게 짚었다. 그 손길은 조심스러웠고, 목소리는 다정했다. "허리를 곧게 펴고, 턱은 살짝 당기고. 그래, 그렇게." 그는 내게 호흡을 어떻게 가라앉혀야 하는지, 숨을 얼마나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뱉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기운을 단전(丹田)으로 이끄는 방법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 설명이 지나칠 정도로 세세하고 다정해서 나는 오히려 조금 안심이 되었다. "단전이란 것은 배꼽 아래 세 치쯤 되는 곳에 있는 기의 못이다. 처음엔 그저 그곳에 온기가 모이는 느낌만 알면 된다. 급하게 하지 마라.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예..." "숨을 들이마실 때는 코로, 내뱉을 때는 입으로. 그리고 그 숨이 지나가는 길을 마음속으로 그려보아라. 코에서 목을 지나, 가슴을 지나, 배 속 깊은 곳까지."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처음 몇 번은 그저 숨소리만 크게 들릴 뿐 별다른 감각이 없었다. 그러나 몇 차례 더 반복하자 배 속이 은은하게 데워지는 느낌이 들었고, 나는 그것이 신기하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았다.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그 온기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그의 다정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자,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박도현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그의 말을 기다렸다. "지금까지 모은 그 온기를, 역행시켜서 단전 안쪽 깊은 곳으로 몰아넣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흐르던 기운을 거꾸로 밀어붙이는 것이니, 처음엔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기초를 다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니, 참고 견뎌야 한다." "...역행이라고요?" "그래. 사람의 기운은 원래 아래에서 위로, 밖에서 안으로 흐르려 하지 않는다. 그것을 억지로 거스르게 만들어야 진짜 내공이 쌓이는 법이다. 걱정하지 마라, 다들 그렇게 시작한다." 나는 그 말을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큰사형이었고, 나는 이제 막 문하에 든 신참이었다. 그의 말이 곧 법이었고, 그것을 거스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지시한 대로 숨을 들이마시고, 배 속에 모인 온기를 억지로 아래쪽으로, 더 깊숙한 곳으로 몰아넣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조금 답답한 느낌뿐이었다. 하지만 몰아넣으면 몰아넣을수록 그 답답함은 조금씩 뒤틀리는 감각으로 바뀌었고, 나는 이마에 식은땀이 배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사, 사형... 뭔가 좀 이상한데요..." "괜찮다. 그 정도는 다 겪는 일이다. 계속해라." 나는 그 말을 믿고 다시 숨을 골랐다. 하지만 다음 순간, 뱃속에서 무언가 뒤틀리는 듯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아파요." "참아라. 처음엔 다들 그렇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 부드러움 뒤에 숨은 서늘함을 그때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의 손은 여전히 내 어깨 위에 다정하게 얹혀 있었고, 나는 그 손의 온기를 의지하며 이를 악물었다. 통증은 점점 커져서 배 속이 불에 지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마치 누군가 뱃속에 뜨겁게 달군 쇠꼬챙이를 찔러 넣고 천천히 휘젓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나는 그것을 참아내려고 주먹을 꽉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정신을 온통 배 속의 고통에 쏟아야 했다. "사형, 저... 정말로..." "참아라. 조금만 더." 그 말에 나는 다시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통증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날카로워졌다. 나는 숨이 턱 막히면서 시야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고, 결국 버티지 못한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 쿵! 바닥에 부딪힌 이마에서 피가 흘렀지만 나는 그것보다 뱃속의 통증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 흙바닥의 차가운 감촉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마에 닿았지만, 그것마저도 뱃속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 사형...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나는 겨우 그 말을 뱉어냈다. 목소리는 이미 갈라져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박도현은 그 순간 아주 짧게, 정말 짧게 입꼬리를 올렸다가 다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꾸었다. 그 미소는 스치듯 지나가서, 만약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지 않았더라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이었다. "그럴 리가. 내가 가르쳐준 그대로 했잖느냐." "...맞아요, 그런데..." 말을 끝맺기도 전에 뱃속에서 뭔가가 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실이 한계를 넘어 끊어지는 소리가, 정말로 내 몸속에서 울린 것 같았다. "으아아악!!!"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눈앞이 새하얗게 번쩍였고, 배 속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척추를 타고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손끝, 발끝까지 저릿저릿한 감각이 번져나갔고, 나는 바닥을 긁어대며 몸을 웅크렸다. 그 비명은 연무장까지 울려 퍼졌는지, 곧 여러 사람들의 발소리가 뜰 안으로 몰려들었다. 다급한 발소리, 놀란 목소리, 그리고 뜰의 나무 담장을 넘어 들여다보는 몇몇의 시선까지, 순식간에 작은 뜰이 소란으로 가득 찼다. "무슨 일이냐!" "단전 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저 아이가 왜 저러는가, 박 대형!" 누군가 다급히 외쳤고, 또 누군가는 내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맥을 짚으려 했다. 나는 그 손길조차 뜨겁게 느껴져 몸을 뒤틀었고, 배 속에서 무언가가 계속해서 뒤엉키고 끊어지는 감각이 반복되었다. 소란 속에서 나는 눈앞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시야는 흐릿한 안개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것은, 박도현이 사람들 뒤에 서서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는 모습이었다. 그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눈빛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눈빛은 걱정이 아니라 마치 실험이 성공했음을 확인하는 사람의 눈빛과 닮아 있었다. 차갑고, 고요하고, 만족스러운. '왜... 저런 눈으로...' 그 물음의 답을 알기도 전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의식이 완전히 끊기던 그 순간, 나는 어렴풋이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예정대로군." 그것이 박도현의 목소리였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는지, 나는 끝내 알아내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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