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우웅!
지팡이가 손안에서 스스로 뜨거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화로에 갓 넣은 쇠막대를 쥔 것처럼, 손바닥부터 팔뚝까지 열기가 타고 올라왔다.
황피자가 앞발을 들어 올렸다.
발톱 끝이 햇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나는 그것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위에서 아래로, 가장 정직하게 내리쳤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황피자의 앞발이 지팡이에 막혔다.
나무는 부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황피자가 뒤로 튕겨 나가며 사당 기둥에 부딪혔다.
쿠웅.
먼지가 자욱하게 일었다.
기둥이 흔들리며 낡은 서까래에서 흙가루가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지팡이를 고쳐 쥐며 숨을 골랐다.
손아귀가 저릿했다.
한 번 부딪혔을 뿐인데 팔뼈까지 울리는 느낌이었다.
이 짐승,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녀석이 다시 몸을 일으키며 이번에는 옆구리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몸놀림이 아까보다 더 낮고 빨랐다.
땅을 박차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점병술.
점점 흐릿해지는 정신 한구석에서 그 단어가 떠올랐다.
몸속 기운을 짚어낸다고 했던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것처럼 그 이름이 저절로 새겨졌다.
나는 순간적으로 녀석의 몸을 눈으로 훑었다.
시야가 이상하게 넓어졌다.
마치 안개 속에서 등불을 하나 발견한 것처럼, 놀랍게도 어딘가 흐릿하게 빛나는 자리가 보였다.
목덜미 아래, 앞다리와 이어지는 접합점.
그곳이 유독 약해 보였다.
주변보다 색이 옅고, 뭔가 얇은 막처럼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생각할 틈이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지팡이 끝을 그대로 그 자리에 찔러 넣었다.
퍽!
손끝에 전해지는 감각이 달랐다.
단단한 뼈나 근육이 아니라, 무언가 얇은 것을 뚫고 들어가는 느낌.
황피자가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뒤틀었다.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사당 마당을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결대로 쪼개듯이 같은 자리를 반복해서 내리찍었다.
지팡이 끝에서 뜨거운 기운이 계속 뿜어져 나왔고, 그때마다 녀석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녀석은 결국 옆으로 쓰러지더니 낑낑거리며 뒷걸음질쳤다.
앞다리를 절며 몇 걸음 물러서더니, 마당 끝에서 잠시 나를 노려보았다.
눈빛에 담긴 것이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고는 절뚝이며 산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숲이 다시 고요해졌다.
새소리도, 바람 소리도 없었다.
마치 방금 전 싸움이 없었던 일처럼, 사당 마당은 원래의 적막으로 돌아갔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지팡이를 짚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엉덩이를 붙였다.
흙바닥의 서늘한 기운이 옷 위로 스며들었다.
"...이겼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몸속 어딘가가 텅 빈 느낌이었다.
배가 고픈 것과는 다른, 좀 더 근본적인 결핍이었다.
마치 우물 밑바닥을 긁어낸 것처럼, 뭔가 채워져 있던 것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
힘을 쓸 때마다 뭔가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아예 바닥난 것 같았다.
손끝에 다시 힘을 모아보았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마당의 조약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을 더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 끝이 저릿하기는커녕, 그저 평범한 사람의 손일 뿐이었다.
"이거 왜 이럽니까."
당황해서 신상을 돌아보았다.
먼지 쌓인 흙빛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대답은 여전히 없었다.
돌아온 것은 침묵뿐이었고,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답답했다.
이럴 때만 말이 없어지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다만 머릿속 어딘가에서,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한 단어가 떠올랐다.
향화.
사람들의 믿음과 기원이 쌓여 만들어지는 힘.
누가 알려준 적 없는데도, 그 단어의 뜻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이해되었다.
그것이 없으면 신통은 그저 빈껍데기라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으로 다가왔다.
나는 텅 빈 지팡이를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 뜨겁게 달아올랐던 나무 막대기는, 이제 그저 낡고 마른 지팡이일 뿐이었다.
향불도, 제물도, 참배객도 없는 이 산속 사당에서.
내가 다시 그 힘을 채울 방법이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사이, 저 멀리 산 아래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