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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감찰원 안치소는 성 서쪽, 감찰원 본청 지하에 있었다. 돌벽 사이로 냉기가 스며 나왔고, 벽에 걸린 등불은 몇 개뿐이라 실내가 어둑했다. 발밑에서 물기가 밟히는 소리가 났다. 지하수가 스며든 탓이었다. 이서연은 안내를 받아 좁은 통로를 지났다. 통로는 좁고 낮아서 고개를 조금 숙여야 했다. 관리 하나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다시 앞으로 걸었다. 신분 낮은 학생 하나가 시신을 확인하러 왔다는 사실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는 태도였다. 관리의 걸음은 익숙했다. 이런 일을 수십 번은 해봤을 걸음걸이였다. "여깁니다." 관리가 천으로 덮인 대를 가리켰다.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서연의 손이 천 자락에 닿았다.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괜찮다. 확인만 하면 된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으나, 몸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심장이 목 끝까지 올라온 듯 뛰었다. 천을 걷었다. 백현담이었다. 그러나 온전한 형태는 아니었다. 왼쪽 어깨부터 가슴까지 살이 뭉텅 뜯겨 나갔고, 상처의 결이 짐승의 발톱과는 달랐다. 마치 손가락 같은 것으로 후벼 판 흔적이었다. 상처의 폭이 일정했다. 짐승의 발톱이라면 다섯 갈래로 흩어져야 했으나, 이 상처는 좁고 깊었으며 간격이 고른 네 줄이었다. 이서연은 숨을 멈췄다. 그 상태로 얼마나 서 있었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눈앞이 흐려졌다가 다시 또렷해졌다. 울음은 나오지 않았다. 놀랍게도, 몸이 슬픔보다 먼저 상처의 형태를 읽고 있었다. '스승님은 늘 말씀하셨다. 감정보다 기록이 먼저다.' 백현담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 목소리를 따라, 그녀는 눈에 보이는 것을 하나씩 새겼다. 상처의 깊이, 방향, 살이 뜯긴 각도. "확인 다 되셨습니까." 관리가 물었다. 사무적인 어투였다. 그는 이미 다음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상처가." 이서연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이 상처, 짐승의 것이 아닙니다." "저희가 판단할 문제는 아닙니다." 관리가 짧게 답하며 다시 천을 덮으려 했다. 손놀림이 빨랐다. 마치 이 일을 빨리 끝내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잠시만요." 이서연이 손으로 천을 막았다. 관리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학생 신분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이 상처는 손가락 형태입니다. 짐승의 발톱이라면 다섯 줄이어야 하는데, 이건 네 줄이고 간격이 균일합니다. 인귀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리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서연은 그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그 굳음 속에는 당황이 아니라 익숙함이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익숙함이었다. "보고서에 기록하겠습니다." 그가 말했으나,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것을 이서연은 느꼈다. 기록하겠다는 말과 실제로 기록될 것이라는 확신 사이에는 커다란 틈이 있었다. "제 이름도 함께 남겨주십시오." 이서연이 말했다. "제가 상처를 확인했고, 그 소견을 밝혔다는 사실을." 관리는 대답 없이 천을 덮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 안치소를 나온 뒤, 이서연은 학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감찰원 본청 앞 광장에 잠시 앉아 있었다. 돌계단은 차가웠고, 저녁 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녀는 그 냉기를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은 온통 상처의 형태와 관리의 표정으로 가득했다. 그때 마차 소리가 들렸다. 화려한 장식을 두른 마차였다. 구대규수회 소속 규수들의 마차였다. 조유란과 그 무리가 감찰원에 볼일이 있어 온 모양이었다. 마차가 멈추자 시종이 재빨리 발판을 내렸다. 조유란이 마차에서 내리다 이서연을 발견했다. 비단옷 자락이 계단 위에서 흔들렸다. "이서연 학생 아니야." 조유란이 부채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웃음에는 여유가 있었다. 신분의 차이에서 나오는 여유였다. "여긴 왜 있어? 아, 그 학자님 일 때문이구나." "...예." 이서연이 짧게 답했다. 일어서야 할지, 앉아 있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안타깝네." 조유란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실려 있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발견한 사람의 어조였다. "그래도 감찰원 하급 학자였으니, 임무 중 죽는 건 흔한 일이잖아. 너무 상심하지 마." 무리 중 하나가 낮게 웃었다. "신분이 낮으니 위험한 임무를 도맡았겠지. 안 그래?" 그녀의 시선이 이서연의 낡은 옷차림을 훑고 지나갔다. 또 다른 규수가 맞장구쳤다. "그러게. 우리 같으면 그런 임무는 절대 맡을 일 없지." 이서연의 손이 무릎 위에서 굳게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스승님은 감찰원의 정식 학자였습니다." 그녀가 낮게 말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았다. "임무를 도맡은 것이 아니라, 자원해서 나가셨습니다." "아, 그래?" 조유란이 흥미를 잃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관심이 사그라드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몇 호흡도 되지 않았다. "어쨌든 안타깝다는 말은 진심이야. 다음 학당 모임에서 봐." 그녀는 부채를 접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무리도 뒤따랐다. 마차는 그렇게 지나갔다. 남은 것은 마차 바퀴가 흙바닥에 남긴 자국뿐이었다. 이서연은 그 자리에 한동안 서 있었다. 광장의 소음이 멀게 들렸다. 슬픔은 이미 컸다. 그런데 그 위에 모멸감이 얹혔다. 스승의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흔한 일, 신분 낮은 자의 당연한 위험쯤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 그녀를 더 아프게 했다. 죽음조차 신분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세상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백현담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는 늘 그렇게 말했다. 신분이 낮아도, 배움에 뜻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그 말을 되뇌던 그가, 결국 그 신분 때문에 가장 위험한 임무에 자원해야 했던 것일까. 이서연은 그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자원했다고 했지만, 정말 자유로운 선택이었을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은 나오지 않았다. +++ 밤이 깊었다. 이서연은 백현담의 연구실을 찾았다. 학당 밖, 감찰원 소속 학자들에게 배정된 작은 건물이었다. 낮에는 몇 번 드나들었지만, 밤에 홀로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스승은 늘 문단속을 철저히 하는 사람이었다. 실내는 그가 남긴 상태 그대로였다. 책상 위에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서류와 해부 도구, 그리고 낡은 노트 몇 권이 쌓여 있었다. 먹물 냄새와 약재 냄새가 뒤섞여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그 냄새가 스승의 존재를 다시 실감케 했다. 이서연은 노트를 펼쳤다. 대부분은 귀물의 생태와 해부 기록이었으나, 몇 페이지는 다른 필체로 급하게 적혀 있었다. 글씨가 흔들려 있었다. 서두르며 적었다는 뜻이었다. '인귀의 개체 수가 늘고 있다. 감찰원 상층부는 이를 숨기려 한다.' '감염은 확인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할 가능성이 있다.' 이서연의 눈이 그 문장에 멈췄다. 손가락이 종이 위를 천천히 짚었다. 감염. 그 단어는 학당에서도, 성 안 어디에서도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었다. 귀물은 성벽 밖에서 넘어오는 외부의 위협이라고만 배웠다. 감염이라는 표현은 마치 그 위협이 이미 성 안으로 들어와 있다는 뜻처럼 들렸다. 노트를 더 넘기자, 낯선 지명과 숫자가 적힌 페이지가 나왔다. 날짜와 위치, 그리고 짧은 표식들이었다. 무엇을 뜻하는지 당장은 알 수 없었으나, 그것이 위험한 정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스승님은 무엇을 알고 계셨던 걸까.' 이서연은 노트를 조심스럽게 품에 넣었다. 손끝이 다시 떨렸다. 이번에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날 밤, 그녀는 결심했다. 스승을 죽인 것이 짐승이 아니라면, 그 진짜 정체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승이 숨겨온 진실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스승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 그 말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배움만으로 충분하다는 말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된다는 뜻이었을지도 몰랐다. 학당으로 돌아가는 길, 이서연의 발걸음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밤바람이 차가웠지만, 그녀는 품 안의 노트를 꽉 움켜쥐었다. 그 무게가 낮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멀리서 개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문득 걸음을 멈췄다. 골목 어귀, 어둠이 짙게 깔린 곳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듯했다. 인기척은 아니었다. 그러나 짐승의 것도 아니었다. 이서연은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서서 어둠을 응시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오른 서늘함은 착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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