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푸른 고양이가 깨운 검

4화

보름이 지나자, 몸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연기 사중에서 오중으로. 남들이 보면 기적이라 할 속도였지만, 나는 만족하지 않았다. 매일 새벽, 남들이 일어나기도 전에 목봉을 들었다. 팔뚝에 굳은살이 겹겹이 쌓였고, 어깨는 장작을 백 번쯤 패고 난 것처럼 뻐근했다. 그래도 손을 놓지 않았다. 쓸모없는 놈이라는 말을 듣기 싫었으니까. 그날, 산문 밖에서 소란이 일었다. "차가 놈들 어디 있냐!" 낯선 목소리들이었다. 거칠고 탁한, 오랫동안 짐승 가죽을 씹어 먹은 것 같은 목소리. 문파 마당에 있던 제자들이 하나둘 얼굴이 굳었다. 예전 차가와 척을 진 잔당 세력, 흑랑채였다. 수십 명이 몰려온 건 아니었지만, 앞장선 자의 덩치와 눈빛만으로도 마당 공기가 무거워졌다. 대부분의 제자들이 몸을 사리는 사이, 나는 앞으로 나섰다. "...너 같은 게 왜 나서냐." 뒤에서 정남이 비웃었다. 팔짱을 낀 채, 구경이나 하겠다는 얼굴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 걸음을 옮겼다. 땅을 밟는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흑랑채의 우두머리가 나를 보고 코웃음을 쳤다. 가슴팍에 낡은 흉터가 세 줄, 창을 다루는 손목이 두꺼웠다. "연기 사중짜리가 감히." "오중이오." 나는 정정했다. "..." 그가 잠시 말을 잃었다가, 이내 창을 겨눴다. 창끝이 햇빛을 받아 번뜩였다. 나는 목봉을 들었다. 스르릉. 창끝이 바람을 갈랐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귓가를 스쳤다. 나는 몸을 낮추며 그대로 파고들었다. 위에서 아래로. 가장 정직하게. 결대로 쪼개듯이.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가 뒤로 나가떨어졌다. 먼지가 풀썩 피어올랐다. 남은 흑랑채 무리가 얼어붙었다. 지켜보던 문파 사람들의 눈도 커졌다. 연기 사중, 아니 오중 짜리가 흑랑채 우두머리를 단 일격에.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만큼, 마당은 조용해졌다. 정남의 팔짱도 슬며시 풀렸다. 남은 흑랑채 잔당은 우두머리를 질질 끌고 도망치듯 산문 밖으로 사라졌다. 장로 하나가 헛기침을 하며 나를 불러 세웠다. 주름진 얼굴에 은근한 감탄이 섞여 있었다. "이번 일, 잘 처리했다. 포상은 뭘 원하나." 나는 잠시 생각했다. 돈이나 영약을 말할 줄 알았는지, 장로의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흑랑채가 갖고 있던 물건, 저것 좀 주시오." 그들이 떨어뜨린 낡은 지도 한 장을 가리켰다. 장로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이런 걸 원한다고? 은자 몇 냥이라도 받는 게 낫지 않겠나."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 나는 태연하게 웃었다. 사실은 그 지도에 새겨진 진법 문양이, 봉심 경지의 감각으로 봤을 때 예사롭지 않았다. 선이 얽힌 방식이, 단순한 산길 표시가 아니었다. 무언가 큰 세력의 흔적이 묻어 있었다. 장로는 어깨를 으쓱하며 지도를 넘겨줬다. "쓸모없어 보이면 나중에 나 원망 말게." "원망할 일은 없을 겁니다." 밤이 되자, 나는 그 지도를 일부러 흘렸다. 숙소 창가에 걸어두고, 낮에는 일부러 큰 소리로 지도 이야기를 떠들었다. "흑랑채가 뭘 숨기고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소?" 지나가는 제자들에게 넌지시 말을 걸기도 했다. 몇몇은 코웃음을 쳤고, 몇몇은 힐끔거리며 지도 쪽을 쳐다봤다. [미끼를 던지는 거냐.] 청묘가 물었다. 목소리에 미묘한 흥미가 섞여 있었다. "판을 키워야 뭐라도 잡히지." 나는 웃었다. 작은 잔당 하나 처리한 걸로는 부족했다. 이 정도로는 문파 안에서 내 자리가 넓어지지 않는다. 더 큰 놈들을 끌어내야, 내가 서 있을 자리도 넓어질 터였다. 그리고. 이 지도 안에 담긴 진법의 정체를 알아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수확이었다. 그날 밤, 창밖에서 낯선 그림자 셋이 지붕을 넘는 소리가 들렸다. 기왓장을 스치는 소리가 조심스러웠지만, 봉심 경지의 감각을 피할 정도는 아니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미끼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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