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대박났는데 엄마가 이상하다

5화

정미경의 손끝이 목덜미를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동안, 준서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온몸의 감각이 그 손끝 하나에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분명 사람의 것이었으나, 그 온기가 자신에게 닿는 순간마다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전율은 도무지 사람이 사람에게 느껴야 할 감각이 아니었고, 그 이질감이 준서를 더욱 깊은 혼란 속으로 밀어넣고 있었다. '이건 어머니잖아. 절대 이럴 수는 없어.' 이성은 계속해서 경종을 울렸으나, 몸은 이미 그녀의 온기 앞에서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그는 스스로에 대한 낯선 혐오와 동시에 억누를 수 없는 긴장을 함께 느꼈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오던 손끝이 어깨선을 따라 미끄러지듯 움직였고, 그 손길에서 느껴지는 것은 결코 모정이라 부를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정미경의 숨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졌고,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샴푸 향과 뒤섞인 낯선 향수 냄새가 준서의 코끝을 스쳤는데, 그 향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결코 느껴본 적 없는 냄새였다. '설마 이것도, 그 시스템이 말했던 대가라는 건가.' 순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생각에 그는 소름이 돋았는데, 임무 완료 후 떠올랐던 경고 문구가 다시 선명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 대가는 예고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 문구를 처음 마주했을 때만 해도 준서는 그것을 단순한 위협용 문장, 혹은 임무 실패에 대한 경고 정도로 치부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친어머니가 그의 손목을 감싸고 귓가에 숨결을 흘리는 이 상황이 정말 그 문구가 예고했던 '대가'라면, 이건 결코 우연이라 부를 수 없었다. '설마 시스템이 이걸 노리고 일부러···' 가장 가까운 곳. 가장 소중한 존재. 그 단어들이 지금 이 순간과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 준서의 심장을 더욱 세게 조여왔다. 하지만 그 의심을 구체화할 여유도 없이, 정미경의 입술이 그의 귓가에 아주 가까이 다가왔다. "준서야,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지." 속삭임처럼 낮게 흘러나온 그 말에는 애원과 명령이 절묘하게 섞여 있었고, 준서는 그 이중적인 어조 속에서 자신이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지점 가까이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소리는 분명 부드러웠으나, 그 안에 담긴 압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을 되돌릴 여지 자체를 처음부터 봉쇄해버리려는 듯한 어조였다. '아무한테도 말 안 할 거지, 라니. 이건 이미···' 준서의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가는 순간, 그의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대답을 해야 할지, 그녀를 밀어내야 할지, 아니면 이 모든 상황 자체를 부정해야 할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았다. 바로 그때, 허공 어딘가에서 익숙한 이명이 짧게 울렸다. 위이이잉··· 동시에 그의 시야 한켠에 반투명한 창이 조용히 떠올랐다. [숙주의 감정 상태에 이상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신규 임무가 생성될 조건이 충족되고 있습니다···] [측정 중··· 측정 중··· 측정 중···] 그 문구를 확인한 순간 준서는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오싹함을 느꼈는데, 이 시스템이 지금 이 방 안의 상황까지 관측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이성을 다시 한번 붙잡아 세웠다. 시스템은 언제나 그의 심박수와 감정을 관측한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그가 느끼는 이 낯선 긴장과 혐오와 저항까지도 전부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지금 이걸 보고 있다고···? 이 미친···' 그는 반사적으로 몸을 살짝 뒤로 빼내려 했지만, 정미경의 손은 이미 그의 손목을 지그시 감싸 쥐고 있었고, 그 힘은 부드러웠으나 결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확고했다. 손목을 감싼 손가락의 압력이 미묘하게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준서는 이 여자가 자신의 저항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의심을 품었다. "왜 그래, 긴장했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움에 가까운 여유가 묻어 있었고, 그 표정을 마주한 준서는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점점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정미경의 눈매가 살짝 휘어지며 웃음을 만들어냈는데, 그 미소가 준서에게는 어머니의 것이 아닌, 전혀 다른 누군가의 것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이 사람, 정말 내 어머니 맞나.' 그런 생각이 스치는 순간 준서는 다시 한번 자신을 다잡으려 애썼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혼란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법이었다. 그러나 몸은 이미 손목을 붙잡힌 채였고, 머릿속은 시스템 창의 문구와 정미경의 속삭임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시야 한켠의 창은 여전히 깜빡이고 있었다. [측정 중··· 78%.] [측정 중··· 85%.] [측정 중··· 92%.] 숫자가 올라갈수록 준서의 심장은 더욱 세차게 뛰었다. 저 숫자가 100퍼센트에 도달하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덜컹! 현관 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거실을 채웠다. "엄마! 나 왔어, 저녁 아직 안 먹었으면 나랑 같이···" 동생 이도윤의 목소리였다. 발걸음 소리가 거실을 지나 복도를 따라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준서의 심장은 오히려 더 세게 뛰기 시작했다. 지금 이 방문이 열린다면, 도윤이 이 광경을 목격한다면. '제발, 제발 여기까지 오지 마.' 준서의 머릿속에 처음으로 명확한 바람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정미경의 손이 준서에게서 떨어졌고, 그녀는 방금까지의 여유로운 표정을 지우고 재빠르게 옷매를 다시 정돈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는데, 그 신속함이 오히려 이 모든 것이 처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준서의 가슴 한켠에 새겨 넣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몇 번 쓸어넘기고, 옷깃을 매만지고, 표정을 다잡는 그 일련의 동작이 마치 오랫동안 몸에 익힌 습관처럼 매끄럽게 이어졌다. '저렇게 빨리, 저렇게 자연스럽게···' 그 생각이 준서의 가슴에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만약 정말로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면,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가 몰랐던 무언가가 이 집 안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벌어지고 있었다는 뜻이 될 터였다. "금방 나갈게." 정미경은 낮게 속삭이며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고, 문턱을 넘기 직전 뒤를 돌아 준서를 향해 한 번 더 시선을 던졌는데, 그 눈빛에는 방금까지의 은밀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짙게 남아 있었다. 그 시선이 준서의 살갗에 남은 온기와 겹쳐지면서, 그는 마치 자신의 몸에 낙인처럼 무언가가 새겨진 듯한 착각에 휩싸였다. 방문이 완전히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준서는 겨우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후우···" 방문이 닫히고 홀로 남은 준서는 소파에 주저앉은 채로, 여전히 허공에 떠 있는 시스템 창의 문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목에는 아직도 그녀가 붙잡았던 힘의 잔상이 남아 있는 듯했고, 목덜미에는 그녀의 손끝이 지나간 자리가 여전히 서늘하게 느껴졌다. 거실에서는 정미경과 도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윤이 뭔가를 물었고, 정미경이 태연하게 대답하는 소리가 문 너머로 흐릿하게 전해졌는데, 그 태연함이 준서에게는 오히려 더 소름 끼치게 다가왔다. '저 사람은 지금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고 있어.' 준서는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시야 한켠의 창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위이이잉··· [측정 완료.] [신규 임무 생성 조건 충족 완료.] [다음 접속까지 남은 시간 : 07:00:00.] 그 숫자가 마치 초읽기를 알리는 시계처럼 무겁게 다가왔고, 준서는 오늘 하루 사이에 자신의 삶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뒤틀려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움켜쥐었다. '대가는 예고 없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 문구가 이제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예언처럼 느껴졌다. 남은 일곱 시간 뒤에 무엇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지, 준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이 집 안에서, 무엇 하나 예전과 같을 수는 없으리라는 것. 거실 너머로 정미경의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가 준서의 귓가에 오래도록 남아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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