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경보음은 30초 간격으로 세 번 더 울렸다.
시장 사람들이 짐을 챙기다 말고 굳어 있었다.
과일 상자를 들던 할머니 한 분은 그 자리에서 상자를 놓쳤고, 사과 몇 개가 바닥을 굴렀다.
나는 헤드셋을 눌러 청호함과 통신을 시도했다.
"청호함, 여기 청림 지상팀. 침입 경보 발생." 내가 말했다.
응답이 없었다.
잡음만 흘러나왔다.
나는 주파수를 두 번 더 바꿔봤다.
여전히 잡음뿐이었다.
"통신이 안 잡혀." 내가 은채에게 말했다.
"재밍이야." 도현이 창고 밖으로 나오며 말했다. "이 정도 범위면 통신탑도 이미 죽었어."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물었다.
"알 필요 없어. 일단 사람들 지하로 내려." 그가 무시하듯 대답했다.
나는 그 태도에 화가 났지만 지금은 따질 때가 아니었다.
'말투는 나중에 따지자.' 나는 속으로 되뇌며 소총을 고쳐 잡았다.
나는 시장 사람들에게 소리쳐 대피 방향을 알렸다.
"지하 창고로! 서두르세요!" 나는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은채는 반대편 골목으로 뛰어가며 같은 지시를 반복했다.
노점상 몇 명이 좌판을 그대로 둔 채 아이 손을 잡고 뛰었다.
한 남자는 팔던 통조림을 품에 안고 달렸는데, 그 와중에도 상품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 이상하게 슬프게 느껴졌다.
'이 사람들한테는 저게 전 재산일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앞을 봤다.
하늘이 어두워진 건 그로부터 채 2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구름 사이로 세 개의 강하 포드가 떨어졌다.
표면이 은회색으로 번쩍이는, 유기적인 형태의 게스 강하정이었다.
포드가 낙하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서, 나는 순간적으로 몸이 굳었다.
쾅!
첫 번째 포드가 시장 광장 한가운데 떨어지며 흙먼지를 일으켰다.
먼지가 걷히기도 전에 두 번째, 세 번째 포드가 연달아 떨어졌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나는 소총을 들었지만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조준선이 자꾸 흔들려서 세 번이나 다시 잡았다.
'실전은 처음이야.'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장에서 쐈던 표적지와, 지금 저 앞에서 열리고 있는 포드는 완전히 다른 무게로 다가왔다.
포드에서 게스 병사들이 걸어 나왔다.
관절이 없는 듯한 다리, 단일한 눈처럼 보이는 렌즈, 손끝에 부착된 화기.
발걸음마다 금속성 마찰음이 났고, 그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다.
타탓!
첫 발이 발사되고, 시장 상인 하나가 쓰러졌다.
그가 팔던 채소 바구니가 옆으로 쏟아지며 배춧잎이 흩어졌다.
나는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꼈다.
"엄호해!" 나는 소리치며 발사했다.
총알이 게스 한 대의 어깨 장갑을 뚫었지만, 그것은 잠시 흔들리다 다시 움직였다.
'저게 다야? 저렇게 맞고도 저렇게 움직여?' 나는 당황해서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빗나갔다.
세 번째, 네 번째 사격도 정확히 명중하지 못했다.
그때 도현이 내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무기를 들지 않았다.
대신 두 손을 앞으로 뻗었고, 손끝에서 푸른 빛이 일어났다.
"저게 뭐야."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빛은 처음엔 작은 불씨처럼 시작해서 점점 커졌다.
푸른 빛은 순식간에 구체 형태로 뭉쳤다가, 게스 병사 셋을 그대로 들어 올려 벽에 처박았다.
쾅!
장갑이 찌그러지는 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병사들의 몸통이 벽에 눌린 채 몇 초간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바이오틱이야." 은채가 내 옆에서 낮게 말했다. "저 사람 저런 거 못 쓴 지 한동안 됐는데."
"얼마나?" 나는 되물었지만 은채는 대답할 여유가 없어 보였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도 눈앞의 광경을 믿지 못했다.
창고지기라고 소개받았던 남자가, 방금까지 나를 상자 세는 사람이라며 조롱했던 남자가 눈앞에서 무장한 외계 병력을 맨손으로 찢어놓고 있었다.
'저 사람 정체가 뭐야.' 나는 소총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생각했다.
도현의 몸에서 푸른 빛이 잔상처럼 남았다가 사그라들었다.
그는 숨 한 번 크게 내쉬고 다시 손을 뻗었다.
"엎드려!" 도현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췄다.
그의 손끝에서 다시 한번 푸른 파동이 퍼져나갔고, 내 머리 위로 무언가가 지나가는 열기가 느껴졌다.
쾅!
방금까지 내가 서 있던 자리 뒤 건물 벽이 무너져 내렸다.
콘크리트 조각이 어깨 위로 떨어졌고, 나는 그 무게를 그제야 느꼈다.
나는 그제야 이 남자가 방금 내 목숨을 구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 고마워요." 내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인사는 나중에." 그가 짧게 대답했다.
목소리에 여전히 냉정함이 남아 있었지만, 나는 그 짧은 대답 속에서 아주 작은 안도를 느꼈다.
포드는 이제 다섯 개로 늘어나 있었다.
게스 병력이 시장을 완전히 포위하는 형태로 배치되고 있었다.
동서남북으로 흩어진 포드들이 마치 계산된 좌표에 떨어진 것처럼 정확한 간격을 두고 있었다.
나는 그 배치를 보며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건 습격이 아니야. 작전이야.'
우연히 걸린 시장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위치를 노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위, 통신탑 쪽에 뭔가 있어." 은채가 소리쳤다.
나는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
통신탑 아래, 두 개의 실루엣이 서 있었다.
하나는 투리안 특유의 목 인대 구조를 가진 남자였고, 다른 하나는 짙은 청록색 피부의 아사리 여자였다.
둘 다 게스 병력과는 다른, 정갈하게 손질된 갑주를 입고 있었다.
"저건..." 은채가 말을 잇지 못했다. "저건 서한울이야."
그 이름이 나온 순간, 도현의 몸이 굳었다.
그의 투구 안에서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 반응을 보며 저 이름이 도현에게 어떤 무게를 가진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서한울." 도현이 그 이름을 되뇌었다.
목소리에 처음으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분노인지 슬픔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아주 낮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서한울로 추정되는 남자가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거리가 있었지만, 나는 그가 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통신탑 난간에 손을 올리며, 마치 오랜 지인을 만난 것처럼 편안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청림." 그가 확성 장치로 목소리를 키워 보냈다.
그 목소리가 골목 전체에 울려 퍼진 순간, 도현이 소리 없이 그를 향해 달려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붙잡을 새도 없이, 그가 순식간에 시장 골목을 가로질러 사라지는 걸 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