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도현아, 안 돼!" 은채가 붙잡으려 했지만 그의 뒷모습은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를 따라 뛰었다.
발밑의 흙바닥이 울렸다. 게스 병력들이 대열을 이루고 서 있었는데, 그 틈을 비집고 지나가려니 어깨가 몇 번이나 부딪혔다.
'저 사람들은 왜 안 막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달렸다.
게스 병사 하나가 나를 힐끗 쳐다봤지만 손을 뻗지 않았다. 마치 이 상황 전체가 자신들과는 무관한 구경거리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통신탑 방향으로 달리는 도현의 속도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 걸음에 3미터씩 나아갔고, 그 발걸음마다 바닥이 진동했다.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심장이 갈비뼈를 두드리는 것처럼 뛰었고, 다리 근육이 타는 듯한 통증을 냈다. 그럼에도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도현씨를 놓치면 안 돼.' 나는 그 생각만 붙잡고 뛰었다.
서한울과 아사리 여자는 그가 접근하는 걸 보면서도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여유로운 태도였다. 서한울은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 있었고, 아사리 여자는 무표정하게 도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급하네, 여전히." 서한울이 말했다.
"네가 여기 왜 있어." 도현이 물었다. 목소리가 낮고 무거웠다.
"콜로니 하나쯤 왜 있냐고 물을 필요가 있나." 서한울이 대답했다. "리퍼 세력한테는 이런 변경 콜로니가 딱 좋은 실험장이거든."
나는 그제야 도현 뒤로 다가가 멈춰 섰다. 숨을 몰아쉬며 두 사람과 도현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 순간, 통신탑 옆에 세워진 낡은 발전 시설 뒤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왔다.
원기둥 형태의 유물이었다. 높이는 사람 키 정도였고, 표면에는 촘촘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문양 사이로 파란빛이 규칙적으로 맥동했다.
"저건 뭐죠." 나는 헐떡이며 물었다.
"프로시안 비콘." 아사리 여자가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인간이 처음 보는 거지, 아마?"
나는 그 유물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빛의 맥동이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심장 박동처럼 느리게, 이제는 경고음처럼 빠르게.
이상하게도 그 빛을 보고 있으니 머릿속이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내 이름을 아주 먼 곳에서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강서은, 뒤로 물러나." 도현이 소리쳤다.
나는 그 경고를 들었지만, 몸이 이미 유물 쪽으로 이끌리듯 다가가고 있었다.
다리가 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게 뭐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발을 멈출 수 없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뗄 때마다 빛의 맥동이 내 심장 박동과 겹쳐지는 것 같았다.
도현이 손을 뻗어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그 손이 닿기 전에 나는 이미 유물 앞에 서 있었다.
손끝이 비콘 표면에 닿는 순간, 세상이 하얗게 지워졌다.
나는 어딘가에 서 있었다.
붉은 하늘 아래였다. 하늘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를 그것은 마치 피가 번진 캔버스처럼 온통 붉은빛으로 얼룩져 있었다.
거대한 촉수 형태의 그림자가 은하 전체를 덮고 있었다.
그 그림자는 살아있는 것처럼 천천히 꿈틀거렸다.
수백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부짖는 것처럼 들렸고, 그 소리는 마치 내 두개골 안쪽에서 직접 울리는 것 같았다.
그 안에서 단 하나의 문장이 반복됐다.
'수확은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 문장을 들으며 무릎이 꺾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고, 눈앞이 명멸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실제로 누가 목을 조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 목소리들이, 그 문장이 내 존재 전체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그 환영은 몇 초였는지, 몇 분이었는지 알 수 없는 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갑자기 끝났다.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도현이 나를 부축하고 있었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붙잡은 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강서은, 정신 차려." 그가 말했다. 목소리에 처음으로 절박함이 섞여 있었다.
"뭐, 뭘 봤어요..."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거대한... 그림자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술이 말라붙은 것처럼 갈라졌다.
"환영을 봤군." 아사리 여자가 흥미롭다는 듯 중얼거렸다. "비콘이 인간한테 반응할 줄은 몰랐는데."
그녀는 몇 걸음 다가와 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마치 실험 대상을 처음 발견한 학자의 눈빛이었다.
서한울이 웃었다.
"재밌는 표본이네." 그가 말했다. "데려가고 싶지만, 오늘은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표본이라니.'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저 사람이 나를 뭐로 보는 거야.'
그는 손을 들어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콜로니 외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연쇄적으로 터졌다.
쾅! 쾅! 쾅!
건물 세 채가 동시에 붕괴했다.
통신탑이 기울어지며 무너져 내렸다. 철제 골조가 뒤틀리는 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철수한다." 서한울이 말했다. "청림은 이제 필요 없어."
그가 아사리 여자와 함께 사라졌다.
정확히는, 순간이동에 가까운 속도로 뒤로 물러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두 사람의 형체가 완전히 지워졌다.
도현이 나를 부축한 채 일어섰다.
"움직일 수 있어." 그가 물었다.
"네..."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지만 억지로 대답했다.
무릎이 후들거렸지만 그의 팔을 붙잡고 겨우 몸을 세웠다.
우리는 시장으로 되돌아갔다.
그곳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건물 절반이 무너졌고, 화재가 여러 군데서 번지고 있었다. 매캐한 연기가 골목 사이를 가득 채워 눈이 따가웠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흥정하던 좌판들이 뒤집혀 나뒹굴었다.
"은채야!" 도현이 소리쳤다.
대답이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나는 그 정적이 방금 본 환영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무너진 건물 더미 사이로 시선이 저절로 향했다. 은채가 서 있었던 자리, 도현을 붙잡으려 손을 뻗었던 그 자리는 이제 잔해에 파묻혀 형체를 알 수 없었다.
내 심장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환영 때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