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오빠, 우리만 사랑해

2화

거실 소파에 앉은 도현은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낯선 공기, 낯선 향, 낯선 온도. 5년 만에 돌아온 집인데도 모든 것이 처음 보는 것처럼 서걱거렸다. 서은과 보름은 그의 양옆에 나란히 앉아 팔을 붙잡은 채였다. 마치 놓치면 다시는 못 잡을 것처럼,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손끝이 살갗을 파고들 정도였다. 도현은 팔뚝에 남을 손자국을 상상하며 미간을 좁혔다. 도현은 조심스레 팔을 빼내려 했다. 그러자 두 손이 동시에 더 세게 그를 붙잡았다. 손톱이 셔츠 소매 위로 살짝 걸렸다. — 잠깐만, 나 좀... 숨 좀 돌리고. 그의 목소리에 서은이 눈을 크게 떴다. 눈동자가 순식간에 물기를 머금었다. — 왜, 우리가 부담스러워? 오빠가 그럴 리 없잖아. 보름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서은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눈빛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 아니, 오빠는 그냥 놀란 거야. 5년 만이니까. 서은이 너무 급하게 들이대서 그래. — 내가 급했다고? 너도 똑같았잖아. — 내가 언제. — 방금도 오빠 팔 안 놨잖아, 너. 두 사람의 말이 부딪히기 시작하자 도현은 이마를 짚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귀 안쪽에서 겹쳐 울리며 이명처럼 번졌다. 이 상황을 이해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5년 전, 이 집을 떠날 때만 해도 서은과 보름은 초등학생 티를 겨우 벗은 여동생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양팔을 붙든 두 사람에게선 그런 유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 그만, 둘 다. 도현이 낮게 말했다. 목소리에 섞인 피로감이 두 사람의 말을 순간 멈춰 세웠다. 그때, 조용히 다가온 발소리가 있었다. 카펫 위를 미끄러지듯 걷는, 절제된 걸음. — 도련님. 낮고 정중한 목소리였다. 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아까 현관에서 인사를 건넸던 메이드였다. 단정하게 틀어 올린 머리, 흐트러짐 없는 유니폼의 주름. 명찰에는 '이청아'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도련님이 알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서은과 보름의 표정이 동시에 굳었다. 방금까지 서로를 향해 날카롭던 시선이, 순식간에 이청아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 청아 언니, 그런 얘기 할 필요 없어. 서은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보름도 곧바로 거들었다. — 맞아. 오빠 이제 막 왔는데 그런 걸 왜 지금. — 나중에 해도 되는 얘기잖아. 이청아는 흔들림 없이 시선을 도현에게 맞췄다. 두 소녀의 항의는 그녀의 눈빛 앞에서 힘을 잃고 흩어졌다. — 도련님이 판단하실 문제입니다. 저는 사실만 전할 뿐이니까요. 도현은 두 동생의 팔을 조심스레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팔에 남은 온기가 낯설게 식어갔다. — 얘기 들어볼게. 서은과 보름이 동시에 그를 따라 일어서려 했다. 두 사람의 몸이 거의 동시에 소파에서 튕겨 나왔다. 이청아가 그 앞을 살짝 막아섰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두 사람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무게가 있었다. — 잠시 두 분은 방에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두 소녀의 눈빛에 불만이 스쳤지만, 이청아의 단호한 태도 앞에서 결국 자리를 비켜주었다. 서은이 먼저 몸을 돌렸고, 보름이 뒤이어 계단으로 향했다. 두 사람이 계단을 오르며 힐끗힐끗 뒤를 돌아보는 시선이 도현의 등에 오래 남았다. 마지막 계단을 오를 때까지도, 두 시선은 그의 뒷모습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재로 자리를 옮긴 후, 이청아는 문을 닫았다. 딸깍, 걸쇠가 걸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도련님이 지방으로 내려가신 직후, 서은 아가씨와 보름 아가씨는... 크게 힘들어했습니다. 도현은 미간을 좁혔다. — 힘들어했다니. — 두 분 다 두 달 가까이 방문을 걸어 닫고 밖으로 나오지 않으셨어요. 학교도 가지 않으셨고요. 식사도 방문 앞에 두면 조금씩만 드셨습니다. 도현의 손끝이 굳었다. 그건 몰랐다. 할아버지 댁에서 지내는 동안, 그런 소식은 한 번도 전해 들은 적이 없었다. 그가 알던 5년 전의 기억은 그저 어린 두 동생이 손을 흔들며 배웅하던 모습, 그것뿐이었다. — 왜... 아무도 나한테 말 안 했지. — 사모님과 회장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도련님이 신경 쓰지 않도록. 도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목 안쪽이 답답해졌다. 숨을 들이켰다가 천천히 내뱉었지만, 답답함은 가시지 않았다. — 그럼 그동안 두 아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아무도 나한테... 말끝이 흐려졌다. 이청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그를 살폈다. 그녀의 눈이 도현의 얼굴에 스치는 그림자를 하나하나 읽어내는 것 같았다. —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두 분 다 오빠에 대한 마음이... 조금씩 변해간 게. — 변했다는 게 정확히 무슨 뜻이야. 이청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손끝이 스커트 자락을 짧게 매만졌다. 하지만 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 서은 아가씨는 방 안에서 도련님 사진을 보며 하루를 보내셨어요. 몇 시간이고 앨범을 펼쳐놓고, 같은 사진을 몇 번이고 손끝으로 쓸었다고 들었습니다. 보름 아가씨는... 도련님의 옛 물건을 곁에 두고 지내셨습니다. 도련님이 입으셨던 셔츠를 베개 옆에 걸어두시고, 도련님 필체가 남은 노트를 서랍 깊은 곳에 보관하셨어요. 두 분 다, 단순한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조금 다른 방향이었습니다. 도현은 숨을 삼켰다. '이건 그리움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로 자라버린 거란 말인가.' 가슴 안쪽이 서서히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그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이라고, 그렇게 넘기고 싶었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 두 분이 서로에게도 예민해지신 게 그때부터입니다. 도련님이라는 존재를 두고, 은연중에 경쟁이 시작된 거죠. — 경쟁이라니, 그게 무슨... — 서은 아가씨가 새 옷을 사면 보름 아가씨도 똑같이 사셨습니다. 보름 아가씨가 도련님 얘기를 하면 서은 아가씨는 반드시 더 오래, 더 자세히 그 이야기를 이어가려 하셨어요. 두 분 다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 하셨습니다. 그게, 도련님과 관련된 일이라면 예외 없이. 도현은 이마를 짚고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5년의 시간이 그가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두 동생을 바꿔놓았다는 사실이, 무겁게 가슴을 눌렀다. 그가 떠나 있던 시간 동안, 이 집 안에서는 그가 전혀 알지 못했던 시간이 조용히, 그러나 격렬하게 흘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 부모님은... 알고 계셔? 이청아는 잠시 침묵했다. 창밖에서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유리창을 낮게 두드렸다. — 정확히는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모른 척하고 계신 걸지도요. 그 말에 도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집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방치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알고도 못 본 척, 혹은 정말 몰랐던 척. 어느 쪽이든 그에게는 낯설고 서늘한 사실이었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자기 딸들인데. — 두 분 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지내셨습니다. 학교도 다시 나가셨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요. 겉모습만 보면, 그저 평범한 자매처럼 보였을 겁니다. — 그럼 그 속은. 이청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 것 자체가 대답이었다. — 도련님, 이건 제 판단이 아닙니다. 다만 두 분의 마음이 지금 매우 진지하다는 것만은... 미리 알고 계셔야 할 것 같았습니다. 도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 아래로 뜨거운 숨이 새어 나왔다. 5년 만에 돌아온 집에서, 그를 기다린 것이 이런 무게였을 줄은 몰랐다. 서재의 문틈으로 낮은 발소리가 들렸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는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도현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밖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문틈으로 새어드는 빛을 가로막은 그림자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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