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오빠, 우리만 사랑해

4화

복도의 불빛이 유난히 밝았다. 도현은 그 빛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방금 있었던 일—서은의 입술이 뺨에 닿았던 그 순간의 온기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 손등으로 뺨을 훔치던 그 손짓을,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그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보름이었다. 그녀는 복도 끝에서 팔짱을 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표정은 담담했지만, 눈빛만은 그렇지 않았다. 도현이 그녀를 발견하고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보름이 먼저 다가왔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손바닥이 그의 손등을 감싸고,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차가운 손이었다. 하지만 그 차가움 속에 뭔가 뜨거운 것이 숨어 있는 듯했다. — 오빠, 나랑 얘기 좀 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도현이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녀는 그를 반강제로 자신의 방 앞까지 끌고 갔다. 그의 발이 미처 저항할 새도 없이 끌려갔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자마자 등 뒤로 잠금 장치를 걸었다. 딸깍. 작은 소리였지만 도현의 심장을 크게 울렸다. 그 소리는 방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다르게 만들었다. 조금 전까지의 복도와는 전혀 다른 밀도의 공간이었다. — 문은 왜 잠가. — 방해받지 않으려고. 보름의 대답은 짧았고, 그 짧음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그녀가 그의 팔을 붙잡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 바로 붙어 앉았다. 어깨와 어깨가 맞닿았다. 도현은 살짝 몸을 뗐지만, 침대가 좁아 더 물러날 곳이 없었다. 방 안에는 옅은 향수 냄새가 배어 있었다. 창문은 닫혀 있었고,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가로등 빛이 두 사람의 실루엣을 어슴푸레하게 비췄다. — 언니가 오빠한테 뭐라고 했는지 다 봤어. 뺨에 입술 자국까지 남기고. 보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낮지 않았다. 도현은 저도 모르게 뺨을 손등으로 닦았다. 이미 지운 자국이었지만, 손이 먼저 반응했다. 보름의 눈빛이 그 행동을 지켜보며 차갑게 가늘어졌다. — 왜, 지우려고? 그럼 나도 남겨야겠네. 그녀가 손을 뻗어 도현의 얼굴을 감쌌다. 손끝이 뺨을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도현의 몸은 그것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지만, 등 뒤는 이미 벽이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 보름아, 이런 거 하지 마. — 왜? 언니는 되고 나는 안 돼? 보름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도현은 순간 말이 막혔다. 그녀의 눈이 그의 얼굴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시선이었다. — 그런 게 아니라... — 나 언니랑 똑같이 힘들었어. 오빠 없는 5년, 나도 그 시간을 버텼다고. 그녀의 손이 그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 이번엔 손가락을 하나씩 얽으며, 마치 놓지 않겠다는 듯 힘을 실었다. 손가락 사이로 전해지는 온도가 도현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 나 오빠랑 결혼하고 싶어. 언니도 똑같은 말 했을 거 아니야. 도현은 숨을 삼켰다. 이 집안의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방향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그를 짓눌렀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혔다. 서은의 얼굴과 보름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둘 다 그가 알던 얼굴이 아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 보름아, 우리는 남매야. 이건 그냥... 있을 수 없는 일이야. — 있을 수 없다는 게 무슨 뜻이야. 오빠가 안 된다고 하면 진짜 안 되는 거야? 보름의 눈에 물기가 어렸다. 하지만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물기가 그녀의 말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 나는 오빠가 없으면 안 돼. 그거 하나는 확실해. 그녀가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체온이 그대로 전해졌다. 도현은 그 무게를 느끼며 숨을 죽였다. 어떤 말도 지금 상황을 나아지게 만들지 못할 것 같았다. — 나 언니한테 안 질 거야. 만약 오빠가 다른 여자를 만나거나, 언니한테 마음이 기울면... 보름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낮게 이어갔다. 그 침묵의 순간이 도현에게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 나 절대 못 참아. 무슨 짓을 해도, 그건 절대 안 돼. 그 말에 실린 무게가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 도현은 그녀의 손을 살짝 빼내려 했지만, 보름은 오히려 더 세게 붙잡았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플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 오빠, 나 좀 봐줘. 그녀가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도현은 그 눈빛에서 물러설 수 없는 확신을 읽었다. 서은과 다른 결의 진지함이었다. 서은은 애원했지만, 보름은 선언하고 있었다. 그 차이가 도현의 등줄기를 더욱 서늘하게 만들었다. — 나는 오빠를 나눠 갖는 것도 싫어. 다른 여자든, 언니든. 도현의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시계 초침 소리만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이 집에서 나가야 해. 하루라도 빨리...」 하지만 그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방을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 보름아, 일단 이 문부터 열어줘. 그녀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느리고 신중했다. 그리고 문고리에 손을 얹은 채로 돌아섰다. 그 순간에도 시선은 도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 오빠, 하나만 약속해줘. — 뭘. — 언니 편 들지 마. 아직은. 그녀의 목소리에 숨겨진 긴장이 도현의 귀에 오래 남았다. 그 말은 부탁이 아니라 경고처럼 들렸다. 도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딸깍. 문이 열리고, 그는 복도로 나섰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얼굴을 스쳤다. 방금까지 갇혀 있던 열기와는 전혀 다른 서늘함이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는 그의 뒤로, 보름의 시선이 오래도록 따라붙고 있었다. 마치 그의 등 뒤에 시선이 박힌 듯한 느낌이었다. 도현은 그대로 복도를 걸었다. 걸음마다 발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리고 계단을 오르기 직전, 그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보름의 방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하지만 그 문 너머에서 느껴지는 무게는, 아직도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서은도, 보름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답을 찾지 못한 채, 그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어느새 무거워져 있었다. 이 집의 두 자매 사이에서, 그는 이미 발이 묶여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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