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혼혈 소년의 금단마법

4화

그 냄새는 그것의 왼쪽 어깨 부위쯤 되는 곳에서 흘러나왔다. 다른 부위와는 다른, 미묘하게 신선한 냄새였다. 마치 방금 벌어진 상처처럼. 피 냄새도 아니고, 살 썩는 냄새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는 냄새였다. 이상하게도 그 냄새만은 또렷하게 코에 박혔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윤성민의 몸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었다. 손끝부터 시작해서 팔뚝, 어깨까지 서서히 식어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입술이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태오 형! 성민 형 상태가 안 좋아요!" 내가 소리쳤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강태오가 곁눈질로 확인하고는 표정이 더 굳어졌다. 그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리는 걸 봤다. 강태오도 답이 없다는 뜻이었다. "진우, 성민이 데리고 뒤로!" 배진우가 화살을 내려놓고 윤성민을 부축했다. 활을 놓는 그 짧은 순간에도 배진우의 눈은 그것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채찍 같은 팔이 다시 뻗어왔다. 이번엔 배진우와 윤성민을 향해서였다. 검은 형체가 늘어나는 속도가 눈으로 따라잡기 힘들었다. "위험해!" 조현수가 몸을 던져 막았다. 서걱. 조현수의 어깨가 베였다. 피가 튀었다. 이번엔 진짜 피였다. 붉은 방울이 허공에 흩어지는 게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현수야!" 최민재가 달려가려 했지만 강태오가 그를 붙잡았다. "지금 가면 너도 당해!" 최민재의 팔을 붙잡은 강태오의 손에 힘줄이 섰다. 최민재는 이를 악물고 그 자리에 멈춰 섰지만, 눈은 조현수를 향해 있었다. 오형준이 다시 화염구를 만들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불덩이가 균일하지 않고 자꾸 흔들렸다. "이번엔 다르게 쏴볼게요! 좀 더 좁게, 집중해서!" "어디를 노려!" 강태오가 물었다. "몰라요, 그냥 아무 데나―" 그 순간 냄새가 다시 코를 찔렀다. 왼쪽 어깨. 확실했다. "왼쪽 어깨요!" 내가 소리쳤다. "뭐?" "왼쪽 어깨! 거기가 약해요! 냄새가 달라요!" 오형준이 반신반의하며 화염구를 그쪽으로 조준했다. 손끝의 불꽃이 방향을 바꾸며 흔들렸다. "믿어도 돼?"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내 말에 오형준의 눈동자가 잠깐 멈췄다. 믿는 게 아니라 믿을 수밖에 없어서 믿는 눈치였다. 강태오가 결단을 내렸다. "쏴! 형준, 왼쪽 어깨!" 오형준이 화염구를 날렸다. 콰앙! 이번엔 달랐다. 그것의 몸에서 처음으로 반응이 나왔다. 붉은 눈이 흔들리고, 검은 형체가 살짝 뒤틀렸다. 마치 불에 데인 짐승처럼 몸을 움츠렸다. "먹혔어! 먹혔다!" 오형준이 소리쳤다. 목소리에 안도와 흥분이 섞여 있었다. 나도 순간 안도했다. 이거였구나. 확실한 약점이 있었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그것이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이번엔 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아까의 반응이 부끄러웠던 것처럼, 아니면 화가 난 것처럼. "한 번 더!" 강태오가 소리쳤다. "마력이 부족해요! 재충전 시간이 필요해요!" 오형준의 얼굴에 다시 두려움이 스쳤다. 손끝의 불꽃은 이미 사그라들어 있었다. 그것이 오형준을 향해 돌진했다. "형준!" 최민재가 검을 들고 막아섰지만, 검이 다시 그것의 몸에 흡수되며 사라졌다. 쇠붙이가 마치 진흙 속에 빠지듯 스르륵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안 돼―" 채찍 같은 팔이 최민재의 다리를 훑고 지나갔다. 최민재가 그대로 쓰러졌다. 다리를 붙잡고 뒹구는 모습이 눈에 박혔다. "민재!" 숲은 이미 지옥 같았다. 조현수는 어깨를 붙잡고 신음하고 있었다. 윤성민은 배진우의 부축 속에서 의식이 오가고 있었다. 눈을 뜨는가 싶으면 다시 감겼다. 최민재는 다리를 붙잡고 뒤로 물러났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일곱 명이 들어와서, 이제 제대로 서 있는 건 강태오와 나, 오형준 정도였다. 그마저도 오래 갈 것 같지 않았다. 강태오가 단창을 들고 앞으로 나섰다. "내가 시간을 번다. 다들 물러나!" "태오 형!" "명령이다, 도현!" 그 말투가 평소와 달랐다. 장난기 섞인 형이 아니었다. 진짜 죽을 각오를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이대로 물러나도 되는 걸까. 형이 저기서 시간을 버는 동안 나는 대체 뭘 하고 있어야 하는 걸까. 강태오가 단창을 겨누고 그것을 향해 돌진했다. 정면으로 부딪치는 순간, 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종이인형처럼 가볍게, 그리고 잔인하게. "태오 형!" 그가 나무에 부딪혀 쓰러졌다. 일어나지 못했다. 나무껍질이 부서지며 흩날렸다. 순간 파티 전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윤성민, 조현수, 최민재, 강태오. 모두가 하나씩 쓰러지고 있었다. 오형준의 화력도, 배진우의 화살도, 최민재의 검도, 조현수의 정찰도, 강태오의 리더십도 통하지 않았다. 이대로면 전멸이었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면, 여기서 여섯 명이 다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 왼쪽 어깨는 분명히 반응했었다. 그건 확실했다. 오형준의 화염구가 닿았을 때, 그것의 붉은 눈이 흔들렸다. 착각이 아니었다. "형준!" 내가 소리쳤다. "마력 얼마나 남았어요?" "조금… 한 번 정도?" "그 한 번, 나한테 맡겨요." 오형준이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표정이었다. "뭘 어쩌겠다는 건데?" "놈이 다음에 어디로 움직일지 냄새로 알 수 있어요. 그 순간에 맞춰서 쏘면 확실히 맞아요." 말도 안 되는 소리처럼 들렸을 거다. 나도 안다. 이 상황에서 냄새로 뭘 어쩌겠다는 게 정상적인 소리는 아니라는 걸. 하지만 지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형준이 잠시 나를 노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믿어볼게." 그 짧은 대답에 담긴 무게가 느껴졌다. 지금 이 파티에서 남은 마력 한 번, 남은 기회 한 번을 나한테 건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엔 배진우와 윤성민 쪽으로. 나는 코끝을 곤두세웠다. 그 이상한 냄새의 흐름을 쫓았다. 왼쪽 어깨 부위의 신선한 냄새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숲의 다른 냄새들이 전부 지워지고, 그 하나의 냄새만 남았다. 축축한 흙냄새, 피 냄새, 땀 냄새 전부 배경으로 밀려나고, 오직 그 신선하고 이질적인 냄새만 선명해졌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의 움직임 패턴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완전히 무작위가 아니었다. 공격 직전에 왼쪽 어깨가 아주 미세하게 먼저 움직였다. 마치 그 부위가 진짜 약점이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는 것처럼. 팔을 뻗기 전에 어깨가 살짝 앞으로 기울고, 그 순간에 냄새가 확 짙어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패턴을 눈과 코로 동시에 따라갔다. "형준! 지금이에요! 저기!" 내가 손을 뻗어 방향을 가리켰다. 오형준이 마지막 남은 마력을 끌어모았다. 그의 손끝이 떨렸다. 얼마 남지 않은 힘을 쥐어짜 내는 게 눈에 보였다. "한 번뿐이야. 놓치면 끝이다." 숲 전체가 정지한 듯한 정적 속에서, 화염구가 그의 손끝에서 서서히 형태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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