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가짜 성승, 요괴와 걷다

3화

마을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나는 그 냄새의 정체를 눈으로 확인했다. 먼지 냄새, 향냄새, 그리고 뭔가 관공서 특유의 눅눅한 종이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담벼락 앞에 관복을 입은 사내 셋이 서 있었다. 옷은 하늘색 비단이었는데, 소매 끝에 금실로 구름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창이나 칼이 아니라, 손에 붓과 두루마리를 들고 있었다. 【대상: 하늘 감찰관. 지상 순례단의 신원을 조사하는 직책.】 초록 글자가 뜨는 순간 등골이 얼어붙었다. 감찰관이라니. 이건 뭐, 세관 검사도 아니고 회사 인사고과 담당자도 아니고. 근데 딱 그 두 개를 섞은 느낌이었다. "멈추시오." 가운데 선 감찰관이 두루마리를 펼치며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눈매가 가늘고 날카로웠는데, 마치 서류에서 오탈자를 찾아내는 사람 같은 표정이었다. "서천취경 원행단이 맞소?" 강마천이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그 동작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마치 수백 번 연습한 사람 같았다. "그렇습니다. 이쪽이 사부님, 구법승이십니다." 감찰관의 시선이 나에게 옮겨왔다. 눈빛이 마치 세관 검색대 직원 같았다. 저 눈은 분명 캐리어 속 술병 세 개를 이미 눈치챈 눈이다. "이름과 출신을 말해보시오." ···이거 잘못 말하면 큰일 나겠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이름을 물어보는 게 이렇게 무서운 질문이 될 줄이야. 학교 다닐 때 출석 부를 때도 이렇게 심장이 뛰진 않았다. [구법승의 원래 이름은 '현장'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의심받을 확률이 높습니다.] 다행히 귓속 목소리가 정답을 알려줬다. 타이밍이 절묘했다. 딱 0.5초만 늦었어도 나는 아마 "김철수"라고 대답했을 거다. "현장이라 합니다. 취경을 위해 서역으로 가는 길입니다." 최대한 담담하게, 아까 강마천이 쓰던 어투를 따라 흉내 냈다. 목소리 끝을 살짝 낮추고, 눈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으면서도 피하지도 않는, 그런 애매한 균형을 잡으려 애썼다. 감찰관이 두루마리에 뭔가를 적었다. 붓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가 사각사각, 유난히 크게 들렸다. "출발 이후 행적을 보고하시오. 최근 겪은 시련이 무엇이었소?" 시련이라니. 방금 요괴 떼를 잡은 건 말해도 되나? 아니, 말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도 모르는데 일단 사실대로 말하는 게 안전하지 않을까. "방금 요괴 떼 열일곱을 물리쳤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했는데, 감찰관 셋이 동시에 서로를 쳐다봤다. 분위기가 이상했다. 마치 면접장에서 "제 취미는 야근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면접관들이 지어낼 법한 표정이었다. "열일곱을······ 어떤 방식으로 물리치셨소?" 이 질문이 이렇게 세부적으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뭔가 취조실 분위기가 됐다. "제자들이 앞뒤에서 협공하도록 배치했습니다. 좌측 어그로를 먼저 끊고, 후방은······" 말하다가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 감찰관 얼굴이 점점 굳어가고 있었다. 저건 분명 "이 인간 뭔가 이상한데" 하는 표정이다. [구법승은 원래 전투 지시를 내리지 못합니다. 무술도, 전략도 모르는 문인입니다. 그동안은 늘 제자들이 알아서 움직였습니다.] 귓속 목소리가 뒤늦게 정보를 흘렸다. ···야, 그걸 왜 지금 말해. 그 정보를 5초만 먼저 알려줬어도 나는 지금 저렇게 자세하게 병략을 설명하고 있지 않았을 거다. 이건 완전히 사용 설명서를 다 읽고 나서야 "참고로 이 제품은 물에 넣으면 안 됩니다"라고 알려주는 거랑 똑같잖아. "흠." 감찰관이 붓을 든 손을 멈췄다. 그 정지된 순간이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구법승이 병략을 쓰다니, 이전 보고서와 다르오."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등짝이 아니라 아예 척추를 타고 발끝까지 흘러내리는 느낌이었다. 강마천이 옆에서 재빨리 끼어들었다. "사부님께서는 원래도 지혜로우셨습니다. 다만 그 지혜를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을 뿐입니다." 좋아, 강마천, 방금 그건 마음에 든다. 이 남자, 위기 상황에서 임기응변이 상당하다. 저 잘생긴 얼굴에 저런 순발력까지 있으면 대체 반칙 아닌가. 감찰관이 잠시 나를 훑어보더니, 붓을 다시 움직였다. 두루마리 위에 뭔가를 몇 줄 더 적었는데, 나는 그 글자를 읽을 수 없었지만 왠지 좋은 내용은 아닐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기록해두겠소. 다음 순찰 때 재확인할 것이오." 재확인이라는 말이 마치 재구매 유도 팝업처럼 불길하게 들렸다. 구독 취소했는데 다음 달에도 결제됐다는 문자를 받는 기분이었다. 감찰관들이 뒤돌아 마을 쪽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이 어찌나 절도 있는지, 마치 훈련받은 군인 같았다. 아니, 관료지 군인이 아니지. 그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숨을 몰아쉬었다. 참았던 숨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면서 폐가 뻐근했다. "저 사람들 뭐예요?" 목현이 짐수레를 끌며 다가와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 목소리는 평소처럼 낮고 차분했지만, 어딘가 조심스러운 기색이 묻어 있었다. "하늘에서 내려온 감찰관들입니다. 저희 취경단이 진짜 사명을 수행하는지 늘 지켜보고 있지요." "늘, 이라니요." "이번 원행은 여러 번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의 감시가 유독 엄합니다." 엄한 감시라니. 진짜 취업 사이트 면접보다 빡세네. 아니, 면접은 한 번 보면 끝인데 이건 매번 순찰이라니. 이게 무슨 정기 인사 평가야. "몇 번이나 실패했는데요?" 내가 묻자 목현이 짐수레 손잡이를 잠시 고쳐 잡았다. "자세히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전대 구법승들이 여럿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전대라는 말이 유난히 무겁게 들렸다. 그러니까 내 앞에 이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다는 소리 아닌가. 그럼 그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 갔지. 그 질문은 도저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돈석이 하품을 하며 끼어들었다. "사부님, 저것들 신경 쓰지 마시고 얼른 밥부터 먹으러 가시죠. 저기 국밥집 냄새가 아주 훌륭합니다." 방금까지 요괴랑 싸우고, 감찰관한테 조사까지 당했는데 밥 얘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상하게 배가 고팠다. 위장이라는 게 이렇게 상황을 안 가리고 정직할 수가 있나. "······그럽시다." 마을로 들어서는데, 강마천이 곁으로 다가와 낮게 물었다. "사부님, 아까 그 병략은 정말로 어디서 배우신 겁니까." 눈빛이 진지했다. 의심이라기보다는, 순수한 궁금증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게 더 무서웠다. 의심이면 대충 둘러대면 되는데, 순수한 궁금증은 상대가 자꾸 파고들게 만든다. "······그냥, 예전에 병서를 좀 읽었습니다." 대충 둘러댔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는데 강마천이 눈치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강마천은 고개를 갸웃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 * * 국밥집은 마을 초입에서 세 번째 골목에 있었다.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뜨거운 김이 얼굴에 확 끼쳤다. 국밥 냄새, 마늘 냄새, 그리고 어딘가 탄 냄새까지 뒤섞여 있었는데 이상하게 식욕을 자극했다. 돈석은 자리에 앉자마자 국밥 세 그릇을 시켰다. 나는 그 기세에 눌려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 "사부님, 아까 그 감찰관들 말입니다." 식사 도중에 목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들 중 하나가 유난히 저를 오래 쳐다보더군요. 아마 제 정체를 눈치챈 건지도 모릅니다." "정체요?" "제가 본래 무엇이었는지 말입니다." 목현은 더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캐묻지 않았다. 지금은 그런 걸 파고들 여유가 없었다. 그날 밤, 국밥을 세 그릇째 비우고 숙소에 누웠을 때, 나는 감찰관의 마지막 말을 곱씹었다. 다음 순찰 때 재확인할 것이오. 다음번엔 뭘 물어볼까. 이번엔 병략 얘기로 넘어갔지만, 다음엔 또 무슨 질문이 나올지 알 수 없었다. 만약 강마천이 옆에 없을 때 감찰관을 마주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리고 그때는, 강마천이 옆에서 또 나를 감싸줄 수 있을까. 눈을 감았는데,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 천장의 나뭇결을 세다가, 문득 아까 목현이 흘린 말이 다시 떠올랐다. 정체를 눈치챈 건지도 모릅니다. 그 말이 자꾸 귓가에 맴돌았다. 감찰관들이 눈치챈 게 목현의 정체만이 아니라, 어쩌면 나에 대한 것도 포함되어 있는 건 아닐까. 숙소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그 소리가 유난히 스산했다. 혹시 밖에 누가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는 결국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채, 뜬눈으로 새벽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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