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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던전관리청 임시 브리핑실. 좁은 방 안, 형광등 불빛이 유난히 창백했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세 사람이 마주 앉았다. 김도훈, 박서연, 그리고 협회에서 급파된 정재훈이었다. 정재훈의 앞에는 서류철이 세 개나 쌓여 있었다. 그는 그중 하나를 펼치며 미간을 좁혔다. "김도훈 씨." 정재훈이 서류를 넘기는 손끝이 멈췄다. "등록 탐험자 명단에는 있는데, 활동 이력이 전무하군요." 그의 시선이 종이 위에서 김도훈의 얼굴로 옮겨갔다. "오늘이 첫 던전이었습니다." 김도훈이 담담히 대답했다. 정재훈의 눈이 살짝 커졌다. "첫 던전에서... 그런 전투를 했다고요?" 말끝이 살짝 갈라졌다. 믿기 어렵다는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박서연이 태블릿을 내밀었다. "현장 영상 분석 결과입니다. 직접 보시죠." 정재훈은 태블릿을 받아 든 손으로 화면을 재생했다. 정적이 방 안을 채웠다. 김도훈이 몬스터의 앞발을 맨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이 재생됐다. 화면 속에서 거대한 발톱이 그의 어깨를 향해 내리꽂혔다. 그러나 몸은 밀려나지 않았다. 정재훈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이게... 조작된 영상이 아니라고?" "세 대의 카메라에서 동일하게 잡혔습니다." 박서연의 목소리에도 긴장이 묻어났다. "각도도 다르고, 촬영 시간대도 일치합니다. 조작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요." 정재훈은 영상을 몇 번이나 되감았다. 같은 장면이 반복될수록 그의 표정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갔다. 정재훈은 옆에 놓인 측정 단말기를 김도훈에게 내밀었다. 금속 재질의 얇은 기기였다. 표면에 옅은 파란 빛이 감돌고 있었다. "공식 스탯 측정을 하겠습니다. 손을 올려주시죠." 김도훈은 순순히 손을 올렸다. 단말기가 삐빅, 소리를 내며 데이터를 읽어들였다. 빛이 손바닥을 타고 스며드는 감각이 잠시 느껴졌다. 곧 화면에 숫자가 떠올랐다. [공식 측정 결과] 김도훈 STR 415 / VIT 393 / AGI 308 [등급 판정 불가 - 협회 기록 사상 최고치] [특수 칭호 감지: ???] 정재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화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숫자가 바뀌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이게 사실입니까?" "제 개인 측정치와 동일합니다." 김도훈이 대답했다. 정재훈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417이라니. 상위 헌터 평균이 30대인데.'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협회 기록을 머릿속으로 되짚었다. 전국 랭커들의 스탯을 다 합쳐도 이런 수치는 나오지 않았다. 숫자 앞에서 그의 손끝이 떨렸다. 서류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 있었다. "칭호... 이건 또 뭡니까?" 박서연이 조심스레 물었다. 단말기 화면 하단에 작은 문구가 떠 있었다. [미분류 칭호 - 조건 미확인] [해당 스킬: ??? (발동 이력 1회, 조건 불명)] 김도훈은 그 문구를 뚫어져라 봤다. '이건 나도 모르는 힘이다.' 던전에서 몬스터를 상대할 때 발동했던 그 서늘한 감각이 다시 떠올랐다. 피부 아래로 스며들던 이질적인 기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의도한 게 아니었다. 그저 순간, 몸이 저절로 반응했을 뿐이었다. '조건이 뭘까. 위기 상황? 아니면...'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정재훈이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재훈이 서류를 덮으며 말했다. 서류철이 탁, 소리를 내며 닫혔다. "협회는 이런 이례적인 사례를 그냥 둘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김도훈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정재훈의 표정이 신중해졌다. 그는 잠시 손끝으로 책상을 두드리다 입을 열었다. "당분간 저계층 던전만 출입하도록 권고하겠습니다." "권고입니까, 강제입니까?" 김도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공기가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정재훈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김도훈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했다. "...권고입니다. 하지만 협회 소속으로 남으시려면 따라주셔야 합니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박서연이 둘 사이의 공기를 느끼며 손을 저었다. "저, 저기... 일단 오늘은 다들 진정하시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측정 결과도 이상하고, 다들 예민해진 것 같으니까..." 정재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박서연 씨 입장도 이해합니다만, 이건 규정 문제입니다." "규정이라뇨. 아직 협회 차원의 공식 지침도 안 내려왔잖아요." 박서연이 반박했다. 정재훈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시선을 거뒀다. "제 판단으로는, 지금 상태로 상위 던전에 들어가는 건 위험합니다. 김도훈 씨 본인에게도, 협회에도." "위험이라뇨. 오늘 저희를 구한 건 저 사람이었어요." 박서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방 안의 온도가 한층 더 팽팽해졌다. '따를 이유가 없다.' 김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 등록 절차니 규정이니 하는 것들이 애초에 그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굳이 마찰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짧은 대답이었다. 정재훈은 그 태도가 오히려 마음에 걸렸다. 너무 순순했다. 반발할 줄 알았던 상대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자, 오히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이 사람, 뭔가 다른 걸 생각하고 있어.' 그는 애써 그 생각을 지우며 서류를 정리했다. 브리핑실을 나서며 박서연이 뒤따라왔다. 복도의 조명이 유난히 밝았다. "저기, 김도훈 씨." "네." "오늘 정말 대단했어요. 저희 쪽 인력 피해가 훨씬 컸을 텐데." 박서연은 걸으면서도 계속 그를 힐끔거렸다. 김도훈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박서연은 그 말에 잠시 걸음을 멈췄다. '당연한 일... 이라고?'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몬스터의 발톱을 맨몸으로 막아낸다는 건, 목숨을 건 도박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매일같이 겪는 일처럼. 그녀는 잠시 그 옆얼굴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복도 끝, 유리창 너머로 던전관리청 건물 전경이 보였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 건물들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있었다. 정재훈은 브리핑실에 홀로 남아 태블릿을 다시 열었다. 김도훈의 영상을 반복 재생하며 미간을 좁혔다. 발톱이 내리꽂히는 장면, 그리고 그 앞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실루엣.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이런 인물을 저계층에만 묶어둘 수 있을까.' 그는 상부 보고서 작성 창을 열었다. 빈 화면이 그를 마주했다. 제목란에 손이 멈췄다. [요주의 탐험자 관찰 보고 - 대상: 김도훈] 타이핑을 시작하는 손끝에, 미세한 망설임이 남아 있었다. 그는 몇 번이나 커서를 지웠다 다시 썼다. 숫자 415과 393, 그리고 물음표로 남은 칭호. 그 세 가지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이 보고서가 올라가면, 이 사람은 어떻게 될까.' 정재훈은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오늘 이후로, 협회의 시선이 김도훈이라는 이름에서 쉽게 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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