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포식하는 갓난 도사

3화

밤이 지나고 해가 뜨기 무섭게, 초가집 마당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이 찾아왔다. 닭이 울었고, 처마 밑 그늘이 조금씩 길어졌다. 강서윤은 아이를 업고 우물가로 나섰고, 도현은 그녀의 등에서 흔들리며 여전히 지난밤을 곱씹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나를 노리고 있었다.' 도현은 그렇게 확신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형체는 명확히 그를 목표로 다가왔고, 그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려 했다. 방향도, 속도도, 망설임 없이 그를 향해 쏟아졌던 그 서늘한 기운을 그는 잊지 않았다. 하지만 강서윤에게 그 사실을 알릴 방법은 없었다. 말을 할 수 없었고, 설령 말을 할 수 있었다 해도 그녀가 반투명한 요물의 존재를 믿을 리 없었다. 마을 사람들 눈에는 그저 갓난아기가 밤마다 유별나게 우는 것으로 보일 뿐이었다. '나는 혼자다.' 그는 다시금 그 결론에 도달했다. 그 고립감은 모멸감으로 이어졌다. 전생에서도 도현은 늘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부모는 일찍 세상을 떠났고, 친구는 얕았고, 회사는 냉정했다. 야근을 밥 먹듯 하던 시절, 그는 늘 마지막에 사무실 불을 끄던 사람이었다. 누구도 그의 어깨를 대신 짊어져 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생에서도, 갓난아기의 몸으로 다시 그 굴레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를 억눌렀다. "도현아, 오늘은 유난히 조용하구나." 강서윤이 등 뒤로 손을 뻗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다정함이 배어 있었다. 손끝이 닿는 자리마다 온기가 스며들었다. 도현은 그 다정함에 잠시 마음이 풀렸다. '이 사람만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되뇌었다. 우물가로 향하는 걸음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등에서 나는 냄새—젖과 풀과 옅은 땀 냄새가 섞인 그 익숙한 향기가 그를 감쌌다. 하지만 그 사랑이 그를 대신 싸워줄 수는 없었다. 어머니의 온기는 위안이었을 뿐, 방패는 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몸을 다시 돌아봤다. 손가락은 겨우 물건을 붙잡을 정도였고, 목은 아직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강서윤이 몸을 조금 기울이면 머리가 그대로 옆으로 넘어갔다. '이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전생에서라면 도망치거나 무기를 들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그는 그저 침대에 눕혀진 짐짝과 다를 바 없었다. 그 무력함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정신은 명석했지만 육체가 따라주지 않는 간극, 그것이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이었다. 회사에서라면 서류 한 장으로, 전화 한 통으로 해결될 문제도 이 몸으로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힘이 필요하다.' 그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한 힘이 아니라, 이 세계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근본적인 힘. 지난밤, 형체가 그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려 할 때, 모유를 통해 얻은 기운이 그것을 물리쳤다. 그 사실이 도현의 머릿속에 하나의 실마리로 남았다. '생명력이 저것들에게 통한다.' 그는 그 가설을 곱씹었다. 만약 그 힘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다면, 다음번엔 도망치지 않고 맞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문제는 방법이었다. 갓난아기의 몸으로 어떻게 그 기운을 붙잡을 것인가. 그의 아버지 이재호는 여전히 집에 없었다. 강서윤은 우물가에서 물을 긷는 동안 이웃 아낙과 짧게 대화를 나눴다. 두레박이 우물 벽을 긁으며 내려가는 소리가 났다. "바깥어른은 언제 돌아오시나요?" 아낙이 물었다. "글쎄요, 목재소 일이 바쁘다 하니 다음 장날쯤에나 오시겠지요." 강서윤의 목소리에는 옅은 쓸쓸함이 섞여 있었지만, 그녀는 이내 웃으며 도현을 다시 다독였다. "애기가 낯빛이 좀 안 좋아 보이는데, 밤에 잠을 잘 못 자나요?" 아낙이 도현의 얼굴을 살피며 다시 물었다. "요 며칠 유난히 자주 깨긴 하네요. 아무래도 아직 세상이 낯설어 그런가 봅니다." 강서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그 말이 도현에게는 아프게 박혔다. 그녀는 진실을 모른 채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도현은 그 대화를 들으며 아버지의 부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 사람에게 기댈 순 없다.' 그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라는 존재는 그에게 아직 실체 없는 이름에 불과했다. 얼굴을 마주한 기억조차 희미했다. +++ 그날 이후, 도현은 밤마다 방 안의 공기를 예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성인의 정신은 감각을 훈련하는 데 익숙했다. 회사에서 위기를 넘길 때 그가 쓰던 방식—상황을 관찰하고, 패턴을 찾고, 대응을 준비하는 것—을 그는 이 갓난아기의 몸으로도 시도했다. 첫째 날 밤은 조용했다. 방 안의 어둠은 그저 어둠일 뿐이었고, 강서윤의 숨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둘째 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도현은 눈을 감은 채 귀를 기울였고, 피부에 닿는 공기의 온도 변화까지 신경을 세웠다. 아무것도 없었다. '경계가 헛수고일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긴장을 놓지는 않았다. 사흘째 되는 밤, 다시 그 서늘한 감각이 스며들었다. 스산- 공기가 미세하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마치 방 안의 온도가 한 뼘씩 아래로 내려앉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엔 강도가 약했다. 형체도 지난번보다 작고 흐릿했다. 윤곽이 뭉개진 그림자처럼, 벽과 허공의 경계에서 흐물흐물 떠오르는 정도였다. '패턴이 있다.' 도현은 그렇게 직감했다. 매번 같은 존재가 아니라, 계속해서 다른, 그러나 점점 약해지는 형체가 반복해서 찾아오고 있었다. 그는 그 밤, 울음을 터뜨리는 대신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그는 그 두려움을 억누르며 눈을 뜬 채 형체를 좇았다. 형체가 다가오는 속도, 방식, 그것이 노리는 부위—모든 것을 관찰했다. 위험했지만, 정보가 없이는 아무것도 대비할 수 없었다. 전생에서 그는 늘 위기 앞에서 먼저 상황을 파악하려 했다. 그것이 그가 살아남는 방식이었다. 형체는 방바닥을 스치듯 미끄러지며 다가왔다. 움직임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흔들리며 다가오다가 잠시 멈추고, 다시 방향을 틀어 다가오는 식이었다. '망설이고 있다.' 도현은 그렇게 판단했다. 지난번 형체보다 확실히 약했고, 확실히 조심스러웠다. 형체는 결국 그의 가슴께로 다가왔고, 도현은 다시 젖을 찾아 울음을 터뜨렸다. 강서윤이 즉시 반응했고, 어둠 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손이 아이를 안아 올렸다. "우리 도현이, 또 배가 고팠구나." 그녀는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옷깃을 풀었다. 생명력이 다시 형체를 밀어냈다. 이번에도 그것은 스러졌다. 흐릿한 윤곽이 옅어지다가 결국 완전히 사라졌고, 방 안의 서늘함도 함께 걷혔다. '세 번째가 있을 것이다.' 도현은 그렇게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반복되는 무언가였고, 그 반복 속에는 분명한 규칙이 숨어 있었다. 마치 누군가—혹은 무언가가—그를 시험하듯 매번 조금씩 다른 형체를 보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이 규칙을 이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것이 위협이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 그는 그렇게 되뇌었다. 아직 확신은 없었지만, 그 가능성이 그의 안에서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강서윤의 품에 안겨 젖을 물면서도, 도현의 머릿속은 쉬지 않았다. '형체가 약해지는 것은 반복 때문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가.' 그는 그 물음의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다음번 형체는, 어쩌면 이번보다 더 약할 수도, 혹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다가올 수도 있었다. 방 안이 다시 고요해졌다. 강서윤은 아이를 다독이며 다시 잠을 청했지만, 도현은 어둠 속에서 눈을 뜬 채 천장을 응시했다. 그의 귀는 여전히 방 안의 미세한 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곤두서 있었다. 세 번째 형체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그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반드시 온다는 사실만은, 이상하게도 확신할 수 있었다.
♡ 좋아요 0 · 로그인 후 좋아요/별점/댓글 참여 가능

댓글 0

  •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