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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며칠이 지났다. 초가집 마당에 낙엽이 지기 시작할 무렵, 이재호가 집으로 돌아왔다. 멀리서부터 지게 끄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를 가득 실은 지게가 삐걱거리며 흔들렸고, 그 소리는 마당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을 타고 점점 커졌다. 도현은 그 소리만으로도 아버지가 돌아온다는 것을 알았다. 목재소에서 몇 달을 지내다 돌아올 때마다 지게에는 항상 나무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고, 그 냄새는 대문을 넘기도 전에 마당을 채웠다. "다녀왔소." 이재호의 목소리는 낮고 무뚝뚝했다. 그는 지게를 마당 한쪽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강서윤을 향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게를 내려놓는 손길에는 익숙함이 있었다. 오래 반복된 동작이라 그런지, 나무가 흔들리지도 않고 바닥에 안착했다. "고생하셨어요." 강서윤이 아이를 안은 채 마루로 나섰다. 그녀의 얼굴엔 반가움이 스쳤다.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도현은 어머니의 품 안에서 그 걸음의 속도를 느꼈다. '기다렸구나.'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재호는 아이를 잠시 내려다봤다. "많이 컸구나." 그의 손이 서투르게 도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손끝이 거칠었다. 목재소에서 얻은 굳은살이 그대로 느껴졌다. 손가락 마디마디에 박힌 굳은살은 나무를 나르고 다듬는 몇 달간의 노동이 새긴 흔적이었다. 그 손이 아이의 정수리를 쓸어내릴 때, 힘의 조절이 서툴러서 살짝 아플 정도였다. 도현은 그 손길에서 어떤 애정도, 어떤 무관심도 아닌 애매한 감정을 느꼈다. '이 사람은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저 표현에 서툰, 일에 몰두한 남자였다. "이번엔 며칠이나 있을 거예요?" 강서윤이 물었다. 목소리에는 기대와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사흘. 나흘 정도 있다가 다시 가야 하오." 이재호는 짧게 답하며 마루에 걸터앉았다. 그의 다리가 뻐근한지 한 번 쭉 뻗었다가 다시 접었다. 오랜 걸음의 여파가 몸 곳곳에 남아 있었다. 도현은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아버지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몸을 굴리는 남자, 그러나 그 대가로 아들의 성장을 거의 지켜보지 못하는 남자. '나쁘지 않지만, 기댈 수도 없다.' 그는 그렇게 결론을 굳혔다. 전생에서 도현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며 살았다. 곁에 없는 부모, 무뚝뚝한 애정 표현, 늘 부족한 시간. 그때는 그것이 서운함이 되어 마음속에 오래 쌓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감정이 다르게 다가왔다. '서운함으로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그는 지금, 이 몸으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 사흘간, 이재호는 마당을 손보고 지붕을 고치는 데 시간을 썼다. 낡은 이엉을 걷어내고 새 이엉을 얹었고, 마당 한쪽에 기울어진 담장을 다시 세웠다. 도현과의 접촉은 드물었다. 저녁 밥상에서 몇 마디 나누는 것이 전부였다. "밥은 잘 먹니." 이재호가 물었다. "네." 강서윤이 대신 답했다. "요즘은 잘 먹어요. 살도 좀 붙었고요." 이재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밥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그것이 이 가족의 자연스러운 리듬이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정도로 충분했다. 도현은 그 시간을 오히려 자신을 위해 썼다. 아버지가 있는 동안에도, 밤마다 그는 감각을 곤두세우고 방 안의 공기를 살폈다. 낮 동안 아버지의 망치질 소리와 어머니의 바느질 소리가 집안을 채웠지만, 밤이 되면 그 소리들은 잦아들었고, 도현은 그 정적 속에서 다른 무언가를 찾아냈다. 요물의 기척은 일정한 간격으로, 그리고 점점 약한 강도로 나타나고 있었다. '첫 번째는 강했다. 두 번째는 약했다. 세 번째는 더 약할 것이다.' 그는 그렇게 추론했다. 마치 어떤 힘이 소진되며 반복되는 것처럼, 요물들은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 패턴에서 하나의 결론을 도출했다. '이것들은 나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이끌리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마치 무언가가 그를 향해 계속 흘러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첫 번째 요물을 상대했을 때를 되짚어 보면, 그것은 분명한 적의를 품고 다가왔었다. 두 번째는 그보다 약했고, 마치 시험하듯 조심스러웠다. 힘의 세기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접근 방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엔 정면으로 밀어붙였다가, 두 번째부터는 은근하게 스며드는 식이었다. 그리고 그 흘러듦은, 위협이 아니라 자원일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점점 확신으로 굳어갔다. 첫 요물을 물리쳤을 때, 그것이 스러지며 남긴 잔상—그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었다. 무언가가 도현의 내부로 흘러들어온 듯한 감각이 분명 있었다. 그 감각은 미약했지만 분명했다. 마치 뜨거운 물 한 방울이 몸속 깊은 곳에 떨어진 것 같은, 짧고 확실한 흔적이었다. '다음번엔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삼켜보자.' 도현은 그렇게 결심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만약 그 판단이 틀렸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아직 이 몸은 갓 걸음을 뗀 아이의 몸이었고, 요물을 상대할 만한 무공도, 힘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전생에서 그는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지 않은 채, 그저 안전한 길만을 골라 살다가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그 삶을 떠올리면 늘 같은 장면이 스쳤다. 병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던 시간들을 후회하던 순간. 그때 그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다. 몸이 굳어가는 걸 느끼면서도, 손끝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었다. '이번엔 다르다.' 그는 그렇게 되뇌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이재호가 떠나던 날, 그는 다시 아이를 잠시 안았다. "건강히 커라." 짧은 인사였다. 그의 팔은 여전히 서툴렀지만, 아이를 감싸안는 힘에는 나름의 조심스러움이 있었다. 도현은 그 인사에서 진심을 느꼈지만, 동시에 거리감도 느꼈다. 아버지는 아이를 내려놓고, 다시 지게를 짊어졌다. 지게 위에는 이번에 새로 다듬은 나무 몇 개와, 강서윤이 싸준 옷가지 보따리가 얹혀 있었다. "몸 조심하세요." 강서윤이 말했다. "그러겠소." 이재호는 그 말만 남기고 마을 어귀로 향했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뒤돌아보면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는 것을, 그는 오랜 세월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강서윤은 그 뒷모습을 오래 바라보다가, 다시 아이를 향해 웃었다. "우리 둘이 또 지내야겠구나." 그녀의 목소리엔 익숙함이 배어 있었다. 이 가족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이미 일상의 일부였다. 강서윤은 아이를 다시 품에 안고 마루로 들어섰다. 그녀의 걸음은 조금 전보다 느려졌지만, 그 표정에는 슬픔보다는 담담함이 더 짙게 배어 있었다. 도현은 그 담담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이별에 익숙해진 사람의 얼굴이었다. 매번 아파하면 살아갈 수 없으니, 조금씩 무뎌지는 법을 익힌 얼굴. +++ 그날 밤, 도현은 평소보다 더 깊이 감각을 열어두었다. 방 안의 어둠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지만, 도현의 감각은 그 어둠 속에서 미세한 균열을 찾고 있었다. 숨을 고르게 내쉬며, 그는 몸 전체를 하나의 그물처럼 펼쳐 놓았다. 요물의 기척이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엔 방향이 조금 달랐다. 이전 두 번은 천장에서 스며들었지만, 이번엔 벽 쪽에서, 낮게, 은밀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스스스— 낮은 소리가 벽을 타고 흘렀다. 마치 무언가가 흙벽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듯한, 조심스럽고도 끈질긴 움직임이었다. '세 번째가 온다.' 도현은 그렇게 직감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엔 도망치거나 밀어내는 대신,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숨을 죽인 채,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심장이 조금씩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두려움인지 기대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만 그 결심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그는 아직 완전히 알지 못했다. 벽 틈에서 스며드는 기척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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