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 ›글록17과 탄약 15발을 챙긴 채 처음으로 태백던전 1층 통로에 발을 들인 건 그로부터 사흘 뒤였다. 그 사흘 동안 나는 매일 밤 유튜브에 올라온 사격 자세 영상을 백 번씩 돌려보며 조준선 정렬을 연습했고, 방 안에서 빈 총을 들고 그립을 잡는 시늉만 수십 번을 반복했다. 총알 한 발 나가지도 않는 훈련이었는데도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관리소에서 초보자 그룹 투어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실습이었는데, 인솔은 무성이 직접 맡았다. 집합 장소인 관리소 앞뜰에 도착했을 때, 나는 케이스에 넣은 글록17을 어깨에 메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질적이었는지, 지나가던 관리소 직원 하나가 힐끔 쳐다보고는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신기하다는 눈빛보다는 불쌍하다는 눈빛에 더 가까웠다.
일행은 나까지 포함해 다섯 명이었다. 검을 든 남자애, 스태프를 든 여자애, 방패 든 덩치, 그리고 단검 두 자루를 든 조용한 애 하나. 다들 나를 처음 봤을 때 그 웃음기 어린 표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던전 입구에 모였을 때부터 그들은 서로 눈치를 주고받으며 실실 웃었는데, 그 웃음의 방향이 정확히 내 어깨 위 케이스를 향해 있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
"저거 진짜 총이야?" 방패 든 덩치가 낮게 물었고, 옆의 검사가 대답했다. "장난감 아니야? 저런 스킬도 있나." 스태프를 든 여자애도 한마디 거들었다. "건스미스라는 클래스 자체를 처음 들어봐서." 조용한 애만 아무 말 없이 단검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나를 쳐다봤는데, 그 시선이 오히려 제일 신경 쓰였다.
나는 못 들은 척 걸었다. 이럴 때 반응해봐야 소모되는 건 내 감정뿐이라는 걸 살면서 학습했으니까. 학교에서도, 알바 자리에서도, 심지어 편의점에서 라면 하나 사 먹을 때도 늘 이런 시선을 받아왔던 나였다. 익숙해지면 아무렇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익숙해질수록 속에서 쌓이는 뭔가가 더 무거워졌다.
통로를 따라 20분쯤 걷자 벽 그림자 사이에서 슬라임형 몬스터 하나가 스르륵 기어나왔다. 젤리 같은 몸체가 형광 초록빛으로 번들거렸고, 몸통 안쪽에 희미한 핵이 보였다. 통로 안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다섯 명 중 누구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고, 결국 검사가 자신의 무기를 믿는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검사가 재빠르게 앞으로 나서 검을 휘둘렀지만 슬라임 표면에 미끈하게 튕겨 나갔다. 쨍, 하는 금속성 소리가 울렸다. "뭐야, 안 박히잖아." 검사가 당황하며 뒷걸음쳤다.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는데, 방금 전까지 나를 비웃던 여유는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성이 조용히 지시했다. "핵을 정확히 노려야 합니다. 표면 공격은 무의미해요." 스태프를 든 여자애가 화염 마법을 시전했지만 명중률이 낮아 겉면만 태우는 데 그쳤다. 슬라임은 오히려 더 흥분한 듯 몸을 부풀리며 일행 쪽으로 튀어올랐다. 그 크기가 순식간에 원래의 두 배로 부풀어 올랐고, 통로 벽에 부딪힐 때마다 미끄러운 점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방패 든 덩치가 방패를 들어 막아섰지만 그건 방어일 뿐, 처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다들 우왕좌왕하는 사이 슬라임의 몸체가 점점 커지며 통로 입구를 절반 가까이 채웠다.
그 순간 나는 이미 글록17을 뽑아 들고 있었다. 손끝의 떨림, 심장의 박동, 조준선 정렬까지 유튜브로 백 번은 시뮬레이션했던 동작이 몸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숨을 반쯤 내뱉고 멈추는 그 감각, 방아쇠 압력을 서서히 높이는 그 순간까지 전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총성이 통로에 울렸다. 탕. 단 한 발.
탄환은 정확히 핵을 관통했다. 슬라임은 순식간에 흐물흐물 무너져 초록빛 잔해로 흩어졌고, 그 자리에 작은 빛의 결정 하나가 떨어졌다. [코인 5 획득]이라는 문구가 눈앞에 떠올랐다.
통로 안에 정적이 흘렀다. 검사도, 마법사도, 방패 든 덩치도 전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조용한 단검 든 애까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 변화가 얼마나 극적이었는지 나조차 웃음이 나올 뻔했다.
나는 김이 새어나오는 총구를 슬쩍 바라보며 최대한 태연하게 총을 다시 케이스에 꽂았다. 속으로는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애썼다. 손가락 끝이 떨리는 걸 애써 감췄고, 등줄기로는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지만 표정만큼은 무너지지 않게 버텼다.
"뭐야, 저거 진짜였네." 검사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단 한 발로... 핵을 저렇게 정확히?" 마법사도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세 번 쐈는데도 못 맞췄는데." 방패 든 덩치도 한마디 덧붙였다. "저거 명중률 몇 프로냐, 진짜."
무성만이 담담하게 메모를 적으며 말했다. "건스미스 계열이 명중률 보정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확인한 건 처음입니다." 그는 수첩에 뭔가를 빠르게 적어 내려갔는데, 그 표정에는 놀라움보다 흥미가 더 짙게 배어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확실한 건 있었다. 나를 비웃던 눈빛들이 순식간에 다른 색으로 바뀌었다는 것. 통쾌했다. 씨발,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그림이었다. 열일곱 인생 통틀어 이렇게 시선의 온도가 순식간에 뒤바뀐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승리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통로를 더 나아가자 하급 늑대형 몬스터 두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회색 털가죽에 붉은 눈, 이빨을 드러내며 낮게 울부짖는 소리가 통로 벽에 부딪혀 두 배로 울렸다. 검사와 방패 든 덩치가 앞으로 나섰지만 두 마리가 좌우로 갈라져 협공하는 통에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졌다.
나는 연달아 세 발을 쏘아 한 마리를 처리했지만 두 번째 놈은 빗맞았다. 첫 발은 어깨를 스쳤고 두 번째 발은 아예 벽에 박혔다. 늑대가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드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다시 두 발을 쏘아 겨우 잡았을 때, 상태창에 남은 탄약 수가 눈에 들어왔다.
[남은 탄약: 10발]
15발 중 5발을 벌써 써버린 것이었다. 몬스터 하나 잡는 데 평균 두 발 이상이 든다는 계산이 머릿속을 스치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슬라임 한 발, 늑대 다섯 발. 총 세 마리 잡는 데 여섯 발. 산술적으로만 따져도 이 던전 하나를 다 돌려면 탄약이 두세 배는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던전에 몬스터가 몇 마리나 남아있는지도 모르는데, 탄창은 벌써 3분의 1이 비어 있었다. 남은 인원들은 여전히 검과 스태프와 방패로 몬스터를 상대하며 조금씩이나마 경험을 쌓고 있었지만, 나는 총알이 떨어지는 순간 그냥 맨몸으로 서 있는 고등학생이 될 뿐이었다.
"탄약이... 생각보다 빨리 없어지네요." 나는 무성을 돌아보며 물었다. 목소리에 초조함이 그대로 배어 나왔지만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조달소에서 재구매하시면 됩니다. 다만 코인이 있어야겠죠." 나는 상태창의 코인 수를 확인했다. 슬라임과 늑대를 잡아 모은 코인은 겨우 25. 탄약 15발을 다시 사려면 10코인이 필요했고, 지금 이 페이스로는 던전을 한 바퀴 돌기도 전에 총알도 코인도 동시에 마를 판이었다.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이 돌아갔다. 몬스터 한 마리당 평균 두 발, 코인 획득량은 마리당 5에서 8 사이. 탄약 한 발을 재구매하는 데 드는 코인이 대략 0.7. 이 숫자들을 조합할수록 결론은 하나로 좁혀졌다. 지금 이 속도로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것.
첫 승리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이미 다음 위기를 계산하고 있었다. 총은 있는데 총알이 없으면, 나는 그냥 맨몸으로 몬스터 앞에 서 있는 고등학생일 뿐이었다.
통로 저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무성이 걸음을 멈추고 낮게 속삭였다. "다음 구간부터는 개체 수가 더 많아집니다." 그 말과 동시에 통로 안쪽 어둠 속에서 붉은 눈동자 여러 개가 동시에 반짝였다.
나는 아직 그 숫자가 정확히 몇 개인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