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형광등이 파르르 떨렸다.
이도윤은 모니터를 노려보다가 문득 관자놀이를 짚었다.
두통이 심해지고 있었다.
'요즘 왜 이러지.'
며칠 전부터 시작된 증상이었다.
낮에는 손끝 하나 움직이기 힘들 만큼 무기력했다.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워서, 커피를 세 잔이나 마셔도 정신이 들지 않았다.
반대로 밤이 되면 몸이 이상하게 뜨거워졌다.
체온이 오르는 게 아니라, 몸속 어딘가에서 불씨가 지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사무실에는 이도윤 혼자였다.
야근이 잦아진 지 벌써 보름째였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처음에는 피곤해서 그런가 싶었다.
그런데 떨림이 점점 심해졌다.
이도윤은 잠시 손을 멈추고 눈을 감았다.
귓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낮게 웅웅거리는, 심장 박동 같은 소리였다.
'환청인가.'
이도윤은 손가락으로 귓바퀴를 살짝 두드려봤다.
소리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심장 소리가 아니었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규칙적이었다.
마치 누군가 벽 너머에서 커다란 북을 치는 것 같았다.
'뭐지, 이 소리.'
이도윤은 귀를 손으로 눌렀다.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커졌다.
쿵. 쿵. 쿵.
박자가 점점 빨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속에서 뭔가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었다.
숨이 턱 막혔다.
이도윤은 의자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리며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텅 빈 사무실에 유난히 크게 울렸다.
다리에 힘이 풀렸다.
털썩.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무릎뼈가 딱딱한 타일 바닥에 부딪히는 순간에도, 이상하게 통증보다 다른 감각이 먼저 몰려왔다.
'이게 무슨...'
등줄기를 타고 극심한 통증이 퍼졌다.
마치 뼈마디가 하나씩 다시 짜맞춰지는 듯한 고통이었다.
어깨뼈가 안쪽에서 밀려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척추를 따라 뭔가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가는 것 같았다.
이도윤은 이를 악물었다.
"으윽..."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턱을 악물수록 목구멍 안쪽에서 이상한 열기가 차올랐다.
손등에 핏줄이 검붉게 부풀어 올랐다.
혈관이 살갗 위로 지도처럼 도드라졌다.
이도윤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왜 이래, 도대체.'
시야가 흐려졌다.
창밖 도시의 불빛이 갑자기 눈부시게 밝아 보였다.
아니, 밝아 보이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더 잘 보였다.
멀리 있는 간판의 작은 글씨까지 선명하게 읽혔다.
마치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느낌이었다.
'말도 안 돼.'
이도윤은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손끝이 심하게 떨렸다.
바닥의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오는데도, 몸 안쪽은 여전히 펄펄 끓고 있었다.
입안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혀끝이 뾰족한 무언가에 닿았다.
혀로 확인해보니, 송곳니 끝이 날카롭게 자라 있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이건... 뭐지?'
입술 안쪽을 살짝 베였는지, 피 맛이 옅게 번졌다.
그 맛을 느끼는 순간, 이상하게도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공포가 온몸을 뒤덮었다.
그러나 몸은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변화하고 있었다.
체온이 급격히 낮아졌다.
방금까지 불덩이 같던 몸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동시에 팔다리에서 알 수 없는 힘이 흘러넘치기 시작했다.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것도 아닌데,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책상이 종잇장처럼 부서질 것 같은 감각이 들었다.
이도윤은 정신을 붙잡으려 애썼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 해.'
하지만 의식이 점점 아득해졌다.
귓속의 심장 소리가 점점 커졌다.
쿵. 쿵. 쿵.
그 소리에 맞춰 사무실 벽면의 유리창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책상 위 볼펜 한 자루가 진동을 견디지 못하고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달그락.
작은 소리였는데도 이도윤의 귀에는 유독 크게 박혔다.
'이대로 죽는 건가.'
숨을 쉬려 해도 폐 안쪽이 좁아지는 느낌뿐이었다.
가슴을 움켜쥔 손끝에서 핏줄이 더 검게 물들었다.
그 순간, 몸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쩌저적!
책상 위 서류들이 순간적으로 흩날렸다.
형광등이 일제히 깨져나갔다.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바닥에 반짝이는 조각들을 흩뿌렸다.
어둠 속에서, 이도윤의 두 눈이 붉은 빛을 내고 있었다.
빛은 마치 두 개의 작은 불씨처럼 어둠을 갈랐다.
의식이 완전히 끊어지기 직전.
그는 창밖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누군가의 실루엣을 흐릿하게 보았다.
작은 체구였다.
여학생처럼 보였다.
바람 한 점 없는데도 그 실루엣의 옷자락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구...'
생각을 끝맺지 못한 채, 이도윤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무너졌다.
깨진 유리 조각 위로, 붉게 빛나던 두 눈이 서서히 어둠 속으로 잠겨들었다.
사무실 안에는 정적만이 남았다.
그리고 창밖의 실루엣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