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스타님, 오늘 밤 처형입니다

5화

확인을 눌렀다. 화면이 잠시 로딩되더니, 사진 한 장과 프로필이 떠올랐다. [천예은. 27세. S급, 대한민국 랭킹 7위. 유튜브 구독자 800만 명. 대중에게 '최강의 성녀'로 불리며 각종 CM과 자선 행사에 출연 중.] 사진 속 여자는 하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긴 은발을 어깨 위로 늘어뜨린 채,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찍은 모습이었다. 배경에는 보육원 간판이 보였다. 낯설지 않은 얼굴이었다. 광고에서, 뉴스에서, 심지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도 자주 봤던 얼굴. 최강의 성녀. 그녀를 부르는 별칭이었다. S급 중에서도 치유 계열 능력이 압도적이라, 국가 재난 상황마다 최전선에서 활약한다는 인물이었다. 대중은 그녀를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나도 몇 번인가 그녀의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붕괴 현장에서 빛을 뿌리며 부상자들을 치유하는 장면,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제 힘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라고 말하는 장면.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명했다. 다음 줄로 시선을 옮겼다. [표면상 활동과 별개로, 최근 3년간 실종된 보육원 출신 아동 및 무연고 성인 총 열한 명이 그녀와 관련된 사설 연구시설과 접촉한 기록이 확인됩니다.] 숨이 멎었다. 열한 명. 숫자 하나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해당 시설에서 불법 인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는 제보가 다수 접수되었으나, 길드 차원에서 조사가 은폐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말이 안 됐다. 저 웃는 얼굴이, 저 하얀 미소가. '설마.' 의심이 먼저 들었다. 신도현 건과는 달랐다. 그때는 영상 증거가 명확했다. 폭행 장면, 목소리, 진술서까지. 이번엔 실종자 명단과 접촉 기록뿐이었다. 간접 증거였다. 의뢰자의 정체도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매번 발신자 표시 없이 날아오는 메시지, 확인을 누르면 열리는 화면. 마치 누군가가 저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시험하는 것 같았다. *** [증거 자료 확인을 원하십니까?] 메시지 아래로 선택창 같은 문구가 떴다. 나는 확인을 눌렀다. 파일이 열렸다. 실종자 명단, 각각의 인적사항, 마지막 목격 장소. 그리고 한 장의 지도. 서울 외곽, 인적이 드문 야산 근처에 붉은 점 하나가 표시돼 있었다. 명단을 하나씩 눌러봤다. 대부분 열 살 안팎의 아이들이었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 계약직으로 일하다 연락이 끊긴 청년, 신원 미상으로 처리된 무연고자. 공통점이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는 것. [해당 시설 추정 위치. 민간인 명의로 등록된 사설 연구소. 실소유주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시설 방문 기록 열여섯 건 중 열세 건이 천예은과 동행한 차량으로 추정됨.] 나는 지도를 확대해서 살폈다. 위성사진 속 건물은 평범한 창고처럼 보였다. 도로에서 한참 떨어진, 나무에 둘러싸인 회색 지붕. 이 정도 정보로 사람을, 그것도 국민적 영웅을 처리하라는 거였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만약 이게 틀렸다면. 만약 천예은이 정말로 그저 성녀일 뿐이라면. 나는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도구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만약 저 숫자가 진짜라면. *** 그날 밤, 나는 좁은 방 안을 왔다 갔다 걸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신도현은 명확했다. 눈으로 본 폭행, 들은 비명, 읽은 진술서. 하지만 천예은은 그림자 속 숫자와 지도 한 장뿐이었다. 의뢰자를 믿어도 되는 걸까. 한 번은 정확했다. 신도현에 대한 정보는 사실이었고, 세상은 그 사건으로 뒤집혔다. 하지만 그게 두 번째, 세 번째도 옳다는 보장은 아니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스마트폰 화면을 몇 번이나 껐다 켰다. 화면 속 천예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마치 진짜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게 맞아?' 스스로에게 물었다. 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창문 밖으로 자동차 소리가 지나갔다. 방 안은 조용했고, 시계 초침 소리만 유난히 크게 들렸다.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앉아서 고민만 한다고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나는 근무를 마친 뒤 지하철을 타고 그 지도가 표시한 야산 근처까지 가 봤다. 직접 확인하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었다. 역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버스 안에는 나이 든 승객 몇 명뿐이었다. 창밖으로 논밭과 낮은 산자락이 지나갔다. 외곽 도로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자, 나무들 사이로 낮은 담벼락이 보였다. 창고처럼 생긴 회색 건물. 정문에는 감시 카메라 두 대가 설치돼 있었고, 근처에 낯익은 검은 세단 한 대가 서 있었다. 번호판을 눈에 새겼다. 건물은 겉보기엔 평범했다. 간판도 없었고, 주변에는 인적조차 드물었다. 하지만 정문 위쪽으로 뻗은 통신선의 개수가 이상할 만큼 많았다. 창고라면 필요 없을 만큼. 건물 주변을 크게 돌아 살피는데, 어디선가 낮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왔다. "확인됐습니다. 다음 이송은 예정대로." 남자 목소리였다.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숨을 죽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손바닥에 땀이 배어들었다. 잠시 후, 건물 옆문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나와 트럭에 무언가—혹은 누군가를 실었다. 거리가 멀어 정확히 보이지 않았지만, 그 형체는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들려 옮겨지는 동안 팔 하나가 힘없이 흔들렸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트럭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다. 쿠웅ㅡ 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방금 본 게 무엇인지, 애써 부정하고 싶었지만 눈은 이미 똑똑히 봤다. 이건, 조사만으로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트럭이 시동을 걸고 도로 쪽으로 빠져나갔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춘 채 차량 뒷모습을 눈으로 좇았다. 번호판을 다시 확인했다. 처음 봤던 검은 세단과는 다른 차량이었다. 두 대 이상이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나는 다시 그 사진 속 웃는 얼굴을 떠올렸다. 최강의 성녀.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미소.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보였다. 조금 전까지 야산 근처에서 숨죽이고 있던 사람이, 지금은 평범한 퇴근길 승객처럼 서 있었다. 그 미소 뒤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아직 절반도 알지 못했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다. 화면 한 귀퉁이에 천예은의 얼굴이 잠깐 비쳤다. 자선 행사 관련 기사였다. 그녀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웃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다시 진동했다. 발신자 표시 없음. 손이 저절로 화면을 향했다. [주의: 대상은 S급 중에서도 전투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신중히 접근하십시오.] 문장을 읽는 순간, 처음으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말은, 아무도 그녀와 제대로 싸워본 적이 없다는 뜻이었다. 지금까지 처리했던 대상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다. 신도현도 그랬다. 힘의 크기, 싸움의 방식, 전부 어딘가에 기록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천예은은 아니었다. 치유 계열이라는 것 외에, 실전에서 그녀가 어떤 힘을 쓰는지 아무도 몰랐다. 화면을 다시 내려다봤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있는 그 얼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대였다. 지하철이 다음 역에 도착한다는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내릴 역이 아니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번엔 정말 확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답 없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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