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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부패 기운이 대늑대룡의 몸 전체를 뒤덮으며 형태가 서서히 변했다. 등에 솟은 비늘이 갈고리처럼 날카롭게 자라났고, 턱이 두 배쯤 벌어지며 침이 뚝뚝 떨어졌다. 턱 안쪽에서 검붉은 살덩이가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저건 또 뭐야. 이빨 안에 이빨이 또 있는 건가. 살덩이가 부풀어 오르면서 그 안에서 작은 뼈 조각들이 자라났다. 이빨이 이빨을 낳고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아! 포효가 아까와는 완전히 다른 음역대였다. 귀가 아니라 뼈로 전해지는 소리 같았다. 몸속 장기가 소리에 맞춰 진동하는 느낌이 들었다. 위장이 뒤틀리고 고막 안쪽에서 삐이익, 하는 이명이 울렸다. 설화가 벽에 등을 붙인 채 숨을 참았다. "저건··· 아까하고 달라요." "저도 보이거든요." "방금 이빨 안에서 이빨이 또 나온 것 같은데." "저도 봤어요. 안 보고 싶었는데." 【최종 형태 전환 완료. 부패 밀도 최대치.】 "최대치면 이제 뭐가 더 나오는데?" [더 이상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다행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가이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럴 때만 조용하지. 꼭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만 입 다무는 습성이 있는 것 같다. 대늑대룡이 앞다리를 힘껏 굽히며 도약할 준비를 했다. 바닥 돌들이 진동으로 튀어 올랐다. 돌 하나가 내 발끝에 튕겨 정강이를 때렸다. 아팠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아프다는 게 억울했다. 나는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검으로 정면승부는 불가능했다. 아까 한 방에 소검이 반쯤 녹았으니까. 정확히는 반쯤이 아니라 칼날 절반이 녹아서 뚝 떨어진 거였다. 그게 바닥에 떨어지면서 지글거리는 소리를 냈을 때, 나는 그 소검이 학교 앞 무기점에서 육 개월 할부로 산 물건이라는 걸 떠올리고 잠깐 현실적인 슬픔에 잠겼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는데도. 그러면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허리춤에 매달린 프로토타입 마력 배터리를 손끝으로 쓸었다. 지금까지는 학교 앞 마법공학상에서 산 시제품이라 두 개 이상 동시 전개는 시도조차 안 해본 물건이었다. 사장 아저씨가 팔면서 분명히 말했다. "이거 아직 실험용이라 두 개 같이 쓰지는 마세요, 손님." 그 말을 들으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그냥 샀다. 지금 와서 후회해봤자 늦었다. [동시 전개는 실험 단계입니다. 신체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지금 그거 걱정할 때야?" [그래도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고맙긴 한데, 선택지가 없잖아." 설화가 그 대화를 듣고 눈을 크게 떴다. "동시 전개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마법 무기가 두 개예요?" "네. 근데 한 번도 같이 써본 적은 없어요." "지금 처음 써보시는 거예요?!" "실험이라는 게 다 처음이 있는 거잖아요." "그게 지금 실험할 타이밍이에요?!" "그럼 나중에 여유롭게 실험해볼까요? 저 발톱 좀 치워달라고 부탁하고?" 설화가 말을 잃었다. 나도 사실 자신 없었다. 그냥 말이라도 세게 해야 다리가 안 풀릴 것 같아서 그런 거였다. "불안하시면 눈 감고 계세요." 말은 태연하게 했는데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손끝만이 아니라 무릎까지 후들거렸다. 설화가 못 보게 다리에 힘을 꾹 줬다. 오른손에 힘을 집중하자 손목 배터리에서 금빛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지지직, 지지직. 작은 번개 알갱이들이 손등을 타고 기어올랐다. 살갗을 따라 벌레가 지나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따갑고, 저리고, 어딘가 짜릿하기도 했다. 왼손에도 동시에 힘을 밀어 넣었다. 이번엔 반대로 푸른 냉기가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퍼져나갔다. 숨결이 하얗게 서릴 만큼 차가운 기운이었다. 손등에 하얗게 서리가 앉는 게 눈에 보였다. 얼음 알갱이가 손톱 사이사이까지 파고들었다. 【고유 무기 '大雷' 전개 확인.】 【고유 무기 '大紅蓮' 전개 확인.】 두 알림이 동시에 뜨는 건 처음이었다. "이름이 왜 이렇게 안 어울려, 얼음인데 대홍련이 뭐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사이에도 몸속에서 뭔가 팽팽하게 당겨지는 느낌이 들었다. 명치 아래가 조여드는 것 같았다. 심장이 두 배로 빨리 뛰는데, 그 박동이 손끝의 번개와 냉기에 맞춰 엇갈리는 느낌이었다. [신체 부하 상승 중. 12퍼센트, 27퍼센트···] "그거 계속 세는 거 그만해줄래?" [정확한 정보 전달이 제 역할이라서요.] "지금 필요한 정보는 저 놈 어디를 찌르면 죽는지거든." 가이드는 이번에도 침묵을 지켰다. 정말 알고도 안 알려주는 건지, 몰라서 못 알려주는 건지 헷갈렸다. 대늑대룡이 도약했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거대한 몸체가 그림자를 만들며 그대로 내리쳐졌다. 시야 전체가 회색과 검붉은 색으로 뒤덮였다. 비늘 틈에서 부패한 살점이 흘러내리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썩은 고기와 쇳내가 섞인 냄새였다. 설화가 뒤에서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하늘님!"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그 목소리 하나가 지금 이 순간 내가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끈처럼 느껴졌다. 금빛 번개가 오른손 검신을 타고 흘렀다. 푸른 냉기가 왼손 손등을 뒤덮으며 얼음 결정이 손끝에서 자라났다. 두 힘이 팔을 타고 어깨 근처에서 부딪히는 감각이 들었다. 뜨겁고 차가운 게 동시에 살갗을 긁는 느낌,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헬멧 카메라 렌즈가 여전히 빨간 불을 깜빡였다. 그 뒤로 수만 개의 눈이 지금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나는 처음으로 온몸으로 실감했다. 누군가는 팝콘을 씹으며 이걸 보고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후원 버튼을 누를지 안 누를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이 순간에 떠오르는 게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대늑대룡의 앞발이 그림자처럼 시야를 가득 채웠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동시에 써본 적 없는 두 힘을 한 몸에 담은 채, 나는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신체 부하 41퍼센트. 권장 한계치를 넘었습니다.] "그건 나중에 걱정할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팔 전체가 저려오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몇 초만 더 버티면 정말로 뭔가 끊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대늑대룡의 발톱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발톱 끝에서 부패한 진액이 실처럼 늘어져 떨어졌다. 그 방울이 바닥에 닿는 순간 돌바닥이 지글거리며 녹아내렸다. 번개와 얼음이 뒤섞이며 손끝에서 이상한 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본 적 없는 빛깔이었다. 금빛도 아니고 푸른빛도 아닌, 처음 보는 색. 그 색을 확인할 새도 없이,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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