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아버지, 왜 그렇게 보세요

4화

열흘이 지났다. 그 열흘 동안 나는 매일 새벽 마당에 나가 목검을 쥐었다. 단전이 없는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몸이 기억하는 것들을 다시 확인하는 일은 할 수 있었다. 발을 딛는 각도. 어깨의 힘을 빼는 순서. 시선을 두는 지점. 전생의 습관을 하나씩 되짚을 때마다, 이 작은 몸이 삐걱거리며 반응했다. 그 반응이 반가웠다. *전생에서는 검을 쥐는 법을 잊은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 법을 다시 배우는 셈이었다.* 선택 의식이 열리는 아침, 저택의 대청 앞마당에는 처음 보는 인파가 모여 있었다. 진가의 방계 어른들, 하인들, 그리고 몇몇 낯선 얼굴들이 자리를 채웠다. 옷차림으로 보아 다른 가문에서 온 사람들도 섞여 있는 듯했다. 그들의 눈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재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 진우 옆에 서 있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긴장이 아니었다. 이 몸의 체온이 늘 낮은 탓이었다. 전생에서는 수만의 눈앞에서도 심장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이유가 다른 곳에 있었다. 숨기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청 위, 상석에 진무애가 앉아 있었다. 그 곁에는 처음 보는 노인 한 명이 있었다. 등이 굽었으나 눈빛만은 형형했다. 진우가 조그맣게 속삭였다. "장로님이에요. 선택 의식 때만 오시는 분이요. 저번 대에는 다른 분이 오셨다고 들었는데, 이번엔 저 분이래요." "어떤 분이지." "몰라요. 그냥 무서워요." 진우가 어깨를 살짝 움츠렸다. 노인이 손을 들자 마당이 조용해졌다. "진가의 아이들아. 오늘 너희는 처음으로 자신의 근본을 세상에 드러낸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였다. "검을 쥐어라. 아니면 기를 일으켜라. 무엇이든 좋다. 너희 안의 것을 보여라." 그 말과 함께, 마당 한쪽에 늘어선 아이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섰다. --- 첫 번째 아이는 손끝에서 작은 불씨를 피워 올렸다. 불씨는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잠깐 타오르다 꺼졌다. 두 번째 아이는 땅을 가볍게 울렸다. 발밑의 흙이 살짝 들썩였을 뿐이었다. 세 번째 아이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채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 어른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형식적인 박수였다. 나는 그 반응들을 하나씩 눈에 담았다. 누구의 재능이 크고 누구의 재능이 작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 자리가 무엇을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지, 그것이 중요했다. 진우의 차례가 되었다. 진우는 앞으로 나가 손을 뻗었다. 마당의 흙먼지가 소용돌이치며 작은 회오리를 그렸다. 지난번보다 나았다. 흐름이 덜 끊겼다. 회오리는 진우의 무릎 높이까지 일었다가 서서히 가라앉았다. 박수가 조금 더 커졌다. 진우가 돌아와 내 곁에 서며 살짝 웃었다. "떨렸어요." 그가 작게 속삭였다. "손끝이 아직 떨리고 있구나." "형은 다 보여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순서를 알리는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운." 마당의 공기가 순간 달라졌다. 진운이 걸어 나왔다. 걸음마다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턱을 든 채, 시선은 이미 상석의 아버지를 향해 있었다. 그는 허리의 검을 뽑았다. 검이 뽑히는 순간, 주변의 온도가 한 단계 내려간 듬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검신에 희미한 청록빛 기운이 감돌았다. 진운이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 궤적을 따라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마당 한가운데 세워둔 목석 기둥이 반으로 쪼개졌다. 단 한 번의 검격이었다. 쪼개진 기둥의 단면이 매끄러웠다. 힘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육단 검력이다." 누군가 감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 나이에 육단이라니." 다른 목소리가 뒤따랐다. 박수가 크게 터졌다. 진운은 검을 거두며 이쪽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나를 정확히 향했다. 입가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조롱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나는 그 시선을 마주 받았다. 전생에서는 저런 검격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검격 하나에 마당의 모든 이가 숨을 삼켰다. 격차가 명확했다. 나는 그 격차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부정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의 이 몸은, 지금의 이 위치는, 저 격차 아래 있었다. --- "진천." 노인의 목소리가 내 이름을 불렀다. 마당이 조용해졌다.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손에는 진우가 준 낡은 목검을 들고 있었다. 누군가 낮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목검이라니. 저건 검술을 배운 흔적도 없는 아이 아닌가." "방계 자식이라고 들었네. 어미가 죽은 뒤로 저택에서도 잊혔던 아이라던데." 나는 그 소리를 무시했다. 마당 한가운데 서서 목검을 들었다.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단전이 없었다. 진기도 없었다. 기맥은 형태만 존재했다. 이 몸이 가진 것은 오직 텅 빈 몸뚱이 하나였다. 그러나 몸이 기억하는 것이 있었다. 검을 쥐는 방식. 발을 딛는 각도. 시선을 두는 지점. 전생의 몸이 만들어낸 습관이, 이 작은 몸속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수만 번을 반복해 뼈에 새겨진 감각이었다. 단전이 없어도, 진기가 없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목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자세를 낮췄다. 숨을 들이쉬었다. 마당의 공기가 코끝에 닿았다. 흙냄새와 사람들의 숨결이 섞인 냄새였다. 그리고 단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목검을 그었다. 느렸다. 소리도 나지 않았다. 어떤 기운도 일지 않았다. 그저 목검이 허공을 지나갔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당의 공기가 아주 잠깐, 순간적으로 멈춘 듯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발끝에서부터 어깨까지, 힘이 흐트러짐 없이 지나가는 감각이었다. 아주 작았지만, 완전했다. 이 걸음 하나에는 잔재주도, 과장도 없었다. 아버지의 눈빛이 이쪽을 향하는 것도 느꼈다. 그 시선의 무게가 등을 눌렀다. --- "저게 다냐." 진운의 목소리였다. 큰 소리로 비웃으며 던진 말이었다. 마당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목검을 든 채 걸음 하나 옮긴 게 재능이라는 거냐. 아버지, 저것을 보십시오." 진운이 상석을 향해 소리쳤다. "저런 것도 이 자리에 세워야 합니까. 진가의 얼굴에 먹칠하는 짓입니다." 몇몇 어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조하는 웅성거림이 퍼졌다. 나는 목검을 거두고 조용히 물러섰다. 부끄럽지 않았다. 억울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 안의 어떤 감각이 조용히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너무 눈에 띄었다고. 한 걸음이 전부였는데도, 그 한 걸음이 어떤 눈에는 다르게 보였을 것이다. 장로가 손을 들어 웃음을 진정시켰다. "아직 속성을 드러내지 못한 아이다. 조급해할 것 없다." 그렇게 말하며, 장로의 시선이 잠깐 내 걸음의 자세, 목검을 쥔 손의 위치에 머물렀다. 아주 짧은 시선이었다. 그러나 스치듯 지나가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 노인의 눈은 잠깐 사이 내 발의 위치, 무릎의 굽힘, 목검을 쥔 손가락의 배열까지 훑고 지나갔다. 전생의 무인이라면 알아볼 수 있는 종류의 시선이었다. 형체가 아니라 흐름을 보는 눈이었다. 나는 그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저 노인은 무언가를 알아본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확신도 없었다. 그러나 확신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 순간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 --- 의식이 끝나갈 무렵, 상석에서 진무애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당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한 번씩 훑어보았다. 그 시선은 느렸다. 하나하나 값을 매기는 듬한 속도였다. 그 시선이 진운에게서 오래 머물렀다. 만족스러운 듯 보이지도, 그렇지 않은 듯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오래 머물렀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에게서, 그보다 짧지만 더 깊게 머물렀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눈빛에는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 무언가가 있었다. 기대인지, 의심인지, 확인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였다. 전생에서 나는 저런 눈빛을 수없이 받아왔다. 적장의 눈빛, 동료의 눈빛, 황제의 눈빛. 그러나 아버지라는 자의 눈빛을 받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상하게도, 그 눈빛이 가장 읽기 어려웠다. "오늘의 의식은 끝났다." 진무애가 짧게 말했다. 목소리에는 그 이상의 여운이 없었다. 마당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발소리와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겹치며, 방금까지의 긴장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진운이 나를 지나치며 낮게 중얼거렸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넘어가지 못할 거다." 목소리에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자신이 짓밟아 놓겠다는 확신이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진우가 다가와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 "형, 저 아까 그 걸음... 뭔가 이상했어요. 저만 그렇게 느꼈어요?" 나는 진우를 내려다보았다. 이 아이의 눈은 순수했다. 형식적인 박수를 보내던 어른들의 눈과는 달랐다. 무엇을 느꼈느냐고 되묻고 싶었다. 무엇이 이상했는지, 어디가 이상했는지, 이 어린 눈이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답을 들을 자리가 아니었다. "별거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만 답했다.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묻지는 않았다. 마당 위로 첫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가늘고 작은 눈송이였다. 어른들의 어깨 위에, 아이들의 머리 위에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소매 안, 손목의 문양이 아주 미약하게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는 그 열기를 느끼며 소매를 슬며시 눌렀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열기였다. 그러나 장로의 그 짧은 시선이 다시 떠올랐다. 무언가를 가늠하던 눈빛. 만약 그 눈빛이 이 문양의 존재까지 짐작했다면. 나는 소매 안으로 손을 감춘 채, 흩어지는 인파 속에서 걸음을 옮겼다. 눈이 조금씩 굵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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