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비상종이 울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상급 마법약사 우진의 손에 끌려 상층부로 향했다.
"움직여, 뇌조! 탑주님이 너를 찾으신다고!"
"저를요?"
"나도 몰라, 일단 가자니까!"
우진의 손아귀는 생각보다 억셌다. 손목이 아플 정도로 잡아끌면서도 그는 내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럴 정신도 없었을 것이다. 계단을 두 개씩 건너뛰며 오르는 그의 등 뒤로, 마탑 전체가 낮게 진동하고 있었다.
'뭔데 이래.'
계단을 오르는 동안 공기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엔 착각인가 싶었는데, 한 층씩 올라갈수록 확실해졌다. 타는 냄새와 함께, 오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낙뢰가 떨어진 곳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였다. 어릴 때 마을 뒷산에 벼락이 떨어졌을 때 났던 그 냄새와 똑같았다. 살짝 비린 듯하면서도 코끝이 저릿한, 잊을 수 없는 냄새.
계단 벽을 짚은 손바닥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이 건물 전체가 울고 있었다.
마탑 최상층의 넓은 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마도구들이 깨진 소리, 사람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누군가의 비명 같은 신음 소리. 발밑에는 유리 파편과 부서진 결정석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나는 그 모든 소리 속에서 하나의 존재를 감지했다.
거대한 마력이었다.
그것은 홀 중앙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압도적이면서도 불안정한, 마치 새어나가는 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흩어지는 마력이었다. 그 마력의 파동이 피부를 스칠 때마다 팔에 소름이 돋았다.
'이 정도 규모의 마력이라니.'
여태껏 마탑에서 마주쳤던 어떤 마도구, 어떤 술사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는 크기였다.
"탑주님, 저 왔어요."
우진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낮고 담담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왔구나."
묵현 님이었다. 검은 머리, 검은 눈을 가진 그는 언제나 평범한 인상이었지만, 목소리만은 방 안의 모든 소음을 가르고 또렷하게 들렸다. 그의 주변으로 마탑 소속 마법사 몇이 진땀을 흘리며 방어막을 유지하고 있었다.
"뇌조, 이리 와보아라."
나는 그의 목소리를 따라 다가갔다. 발끝에 무언가 부서진 파편이 걸렸다. 홀 중앙 근처였다. 바닥은 온통 검게 그을려 있었고, 그 위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무언가와 마주쳤다.
뜨거운 숨결이었다.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거친 호흡이었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간격이 이상하게 길었다. 마치 폐가 아니라 훨씬 거대한 무언가로 숨을 쉬는 것 같은.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손끝에 닿은 것은 살갗이었다. 뜨거웠다. 열이 펄펄 끓는 사람처럼. 아니, 그 이상이었다. 손끝이 얼얼할 정도의 열기였다.
"……이게 뭐예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신이다."
묵현 님이 짧게 답했다.
"뇌신, 뇌강. 낙뢰와 함께 이곳에 떨어졌다. 마력이 극도로 고갈된 상태다."
나는 손을 거두지 못했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이질감이 심장을 두드렸다. 사람의 살결과는 다른,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감촉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흘러나오는 압도적인 마력의 잔향. 그것은 뭔가 낯익은 냄새를 품고 있었다. 오존, 타는 냄새, 그리고 그 아래 깔린,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어떤 감각.
"살려야 한다."
묵현 님의 목소리에는 감정이 실려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명령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제가요? 저는 마도구사예요. 회복 마법 같은 건 배운 적도 없는데……"
"네 손끝을 믿는다."
그는 그렇게만 말했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손을 거두지 않았다. 뜨거운 살갗 아래, 무언가 심장처럼 뛰는 것이 있었다. 규칙적이지 않았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위태로운 박동이었다. 그 박동이 한 번씩 크게 튈 때마다, 주변 마도구들이 짧게 진동했다.
'심장이 아니라, 마력의 핵이려나.'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렇게 짐작했다.
"이 사람…… 이대로 두면 죽는 건가요?"
"신은 쉽게 죽지 않는다. 다만 힘을 잃은 신은, 인간보다 훨씬 위험하지."
묵현 님의 말이 등골을 서늘하게 했다.
"마력이 완전히 고갈되면, 그의 존재를 지탱하던 것들이 무너진다. 그가 지닌 힘 중 일부는 스스로도 제어하지 못할 만큼 강렬하니까."
"무슨 힘이요?"
묵현 님은 대답 대신,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는 어딘가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
"곧 알게 될 거다."
그 순간, 내 손끝 아래에서 낮은 신음이 들렸다.
그르륵.
짐승 같기도, 사람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손끝에 닿아 있던 살갗이 미약하게 움직였다. 나는 놀라 손을 떼려 했지만, 그 전에 커다란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
뜨거웠다. 손목이 데일 듯했다.
살갗이 익어버릴 것 같은 열기였는데도, 손목을 붙잡은 힘은 놀랍도록 정확했다. 마치 놓치면 안 되는 것을 붙잡듯이.
"……누구냐."
낮고 거친 목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치고는 지나치게 낮고, 마치 먼 곳에서 울리는 천둥처럼 잔향이 남았다. 그 목소리가 귓속을 파고들 때, 나는 이상하게도 두렵기보다는 어딘가 먹먹한 기분이 들었다.
'왜, 무섭지가 않지.'
이상한 일이었다. 홀 안의 모두가 긴장한 채 숨을 죽이고 있는데, 나만 이 열기 속에서 낯선 안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는……"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의 손에서 무언가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력이었다. 통제되지 않은, 미친 듯이 뻗어나가려는 마력의 파동. 홀 안의 마도구들이 하나둘 진동하기 시작했다. 벽에 걸려 있던 결정석 램프가 지지직 소리를 내며 깜빡였다.
웨에에엥.
경보음이 울렸다.
"뇌조, 손을 떼지 마라!"
묵현 님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주변에서 방어막을 치던 마법사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그 뜨거운 손을 붙잡았다. 손목을 붙잡힌 채로, 오히려 내가 그의 손을 마주 붙잡았다. 그리고 손끝을 통해, 나는 그의 안쪽에서 무너지고 있는 마력의 흐름을 느꼈다.
거대한 강이 둑을 잃고 범람하는 것 같은 흐름이었다.
어딘가 낯설지 않은 흐름이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손끝에서 시작된 열기가 팔을 타고 어깨까지 올라왔다. 심장이 그 흐름에 맞춰 뛰기 시작하는 것 같은, 기이한 동조감이었다.
'나, 이 흐름을 알아.'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 존재를 오늘 처음 만났다. 그런데 왜 손끝이 이렇게 익숙한 걸까.
그 물음에 답을 찾기도 전에, 손목을 붙잡은 힘이 더 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