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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낙뢰 사건이 있고 사흘이 지났다. 뇌강은 마탑 최상층의 별도 처소에 격리되어 요양 중이었다. 마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 외부인의 접촉은 엄격히 제한되었다. 나는 그 사흘 동안 창밖만 내다봤다. 마탑 아래로 오가는 견습생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뇌강의 상태가 어떤지, 그날 내 손을 통해 흘러 들어온 기억이 무슨 의미였는지 곱씹기만 했다. 그러던 사흘째 되던 날, 묵현 님의 집무실로 불려갔다. 집무실은 조용했다. 종이 넘기는 소리와, 묵현 님의 낮은 숨소리만이 들렸다. 책상 위에는 낡은 마도구 도면 몇 장이 흩어져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힐끗 보며 자리에 앉았다. "부탁이 있다." 묵현 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뇌강은 지금 마력 탈진 상태다. 그런데 그가 지닌 마안—환인 신의 가호로 생긴 매력의 힘이, 마력이 약해질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발산되고 있다." "매력이요?" "신의 매력이다. 인간의 정신을 잠식하는 종류의 것이지. 이미 몇몇 연구원들이 그의 처소 근처에 갔다가 이상 증세를 보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등이 서늘해졌다. "어떤 증세요." "집착, 광기, 통제 불가능한 애착. 뇌강 본인도 그 힘을 완벽하게 다스리지 못한다. 그것이 신의 마안이 가진 부작용이다." 묵현 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집착이라니.' 나는 손끝으로 옷자락을 매만졌다. 뇌강의 손을 처음 붙잡았을 때 느꼈던 이상한 끌림이 떠올랐다. 그게 단순한 신비로움이 아니라 신의 힘이었다는 건가. "그래서 너에게 부탁하려는 일이 있다. 그의 매력을 억제할 수 있는 마도구를 만들어라. 안경 형태가 적절할 것이다." "제가요? 저는 견습생이에요." "네 손끝이라면 가능하다고 믿는다." 묵현 님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이 일은, 아무도 몰라야 한다. 견습 마도구사가 은밀히 진행하는 개인 과제 정도로만 알려질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견습생인 척, 안경을 개발해라." 나는 잠시 침묵했다. '위장하라는 거구나.' 평범한 견습생인 척, 실제로는 신의 마안을 억제하는 마도구를 만드는 일. 그것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었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짧게 잡아도 한 달은 필요할 거다. 신의 마안을 억제하는 물건이니 재료부터 까다롭겠지." "재료는 어디서 구해요." "그것도 네가 알아서 해야 한다. 다만 마탑의 자재실은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허가해두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으로 벌써 필요한 마석의 종류와 렌즈에 새길 문양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만약 제가 못 만들면요?" "만들 수 있다." 묵현 님은 단호하게 말했다. "네 안에는 이미 그럴 능력이 있다. 다만 아직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마치 그가 나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지.' 나는 그의 기색을 살폈다. 묵현 님의 목소리는 여느 때처럼 담담했지만, 그 말이 향하는 방향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처럼. "탑주님." "응." "제 어머니, 은서라는 이름이었나요." 방 안에 잠깐 정적이 흘렀다. 책상 위의 도면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크게 들렸다. "……그 이름을 어디서 들었지." "그날, 뇌강의 마력을 통해서요. 팔찌가 반응했을 때, 기억이 흘러 들어왔어요." 묵현 님은 다시 침묵했다. 그 침묵은 조금 전보다 길었다. 나는 그 침묵을 견디며 손목의 팔찌를 다시 만졌다. 차갑고, 부서진 그 감촉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은서는 뇌강의 전 신관이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안맹이었다. 너처럼. 그리고 신관이 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편견 속에서도, 뇌강의 곁을 오래 지켰지." 나는 숨을 멈추었다. "그녀가…… 저와 같았다고요." "그래. 다만 그녀는 신관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감내해야 했다. 특히 청연의 신관, 선유라는 여자에게서." 낯선 이름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말하는 묵현 님의 목소리에서, 나는 어떤 경계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선유는 뇌강에게 오랫동안 집착했다. 은서를 결함품이라 부르며 몰아냈지. 그리고 결국 은서는 신전을 떠나 도현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기로 했다." "도현이라는 분은, 제 아버지인가요." "그래." "어떤 사람이었어요." 묵현 님은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조용한 사람이었다. 은서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감내했지. 뇌강도 그를 아꼈다. 가호를 내려줄 만큼." 나는 그 말에 목이 메었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의 이야기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조금씩 채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교회 앞에서." "그래." 묵현 님은 짧게 대답했다.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다. 그날, 두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다만 너는 살았다. 뇌강이 도현에게 내렸던 가호의 잔재가, 아마도 너를 지켰을 것이다." 나는 그 말을 곱씹었다. 손목의 팔찌를 만졌다. 파손된, 아무 마력도 통하지 않는 그 물건. '이게 나를 살렸다는 거구나.'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그것을 애써 눌렀다. "이 팔찌는 아버지의 것인가요." "그렇다. 원래는 도현이 뇌강에게서 받은 가호의 증표였다. 무언가를 격납하는 마도구였는데, 그날의 습격으로 파손되었지." "격납이요? 뭘 격납하는 거였는데요." "그건 나도 모른다. 도현이 직접 만든 물건이었으니까." 의외의 대답이었다. 아버지가 마도구를 직접 만들었다는 사실이, 지금 내가 마도구사가 되려는 것과 이어져 있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왜 저에게는 지금까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묵현 님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흔들림이 섞였다. "선유는 아직 은서를 결함품이라 부르며 혐오하고 있다. 만약 네가 은서의 딸이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녀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른다." 나는 그 말에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내가 위험하다는 거구나.' "선유라는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요." "청연의 신전에 있다. 뇌강과는 다른 신을 모시는 곳이지. 다만 두 신전은 오래전부터 교류가 있어서, 그녀가 마탑에 올 일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으면서도 무겁게 다가왔다. "그래서 안경을 만드는 임무도, 이 사실을 아는 것도 모두 비밀로 해야 한다." 묵현 님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했다. "뇌조, 너는 지금부터 평범한 견습생인 척, 뇌강에게 접근해야 한다. 조심해서."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손끝으로 팔찌를 꽉 쥐었다. 책상 위 촛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내 마력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탓이었다. 안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굳어가고 있었다. 두려움과는 다른, 결심 같은 것이었다. '평범한 견습생인 척.' '그리고 뇌강에게 접근해서, 그를 지킬 물건을 만든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다시 한번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부서진 팔찌 너머로, 나는 아직 얼굴도 모르는 부모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뇌강의 뜨거운 손길이 겹쳐 떠올랐다. '설마 뇌강도, 알고 있는 걸까.' 그 생각이 들자, 손끝이 차갑게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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