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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음 날 아침, 대전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문턱을 넘는 순간부터 공기가 달랐다. 향로에서 올라오는 연기마저 평소보다 짙게 느껴졌다. 삼정승과 육조의 판서들, 그리고 나. 왕비가 조회에 참석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러나 어젯밤 전언을 받은 이상,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치맛자락이 스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신하들의 시선이 나에게 잠깐씩 머물다가, 이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짧은 시선들 속에 이미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낌새가 있었다. '다들 알고 있었구나.' 나만 몰랐던 것이다. 전하가 상석에 앉았다. 이헌, 나의 남편이자 이 나라의 왕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평소와 다른 결기가 있었다. 턱은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고, 시선은 흔들림 없이 앞을 향했다. 나는 그 결기가 무엇을 향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하고자 하는 말이 있소." 전하의 목소리가 대전을 울렸다. 낮고, 무겁고, 이미 결정된 것을 통보하는 자의 목소리였다. "남작 윤가의 딸, 아리는 곧 왕실의 핏줄을 낳을 것이오. 나는 그 아이와 그 어미를 정당한 자리에 두고자 하오." 대전이 순간 정지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옷깃이 스치는 작은 소리마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정당한 자리라 하심은... 무엇을 뜻하시는 것이옵니까." 좌의정이 조심스레 물었다. 목소리 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윤아리를 제2왕비로 책봉할 것이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에 쥔 부채의 살이 부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뚝. 작은 소리였지만, 나는 분명히 들었다. 내 손안에서 상아로 만든 부채살 하나가 갈라져 있었다. 부챗살 끝이 손바닥을 살짝 파고들었지만, 통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전 안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신하들 중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못했다. 시선들이 나에게로, 그리고 다시 전하에게로 오갔다. 나는 그 시선들이 향하는 방향을 하나하나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한 시선에는 동정이, 전하를 향한 시선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릎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힘을 주었다. "전하." 내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제2왕비라는 자리는 지금까지 이 나라에 존재한 적이 없는 자리이옵니다." "만들면 되는 것이오." 전하가 짧게 답했다. 너무 쉽게. 그 대답이 오히려 나를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둔 대답 같았기 때문이다. "만드는 것과 존재하지 않던 것을 갑자기 세우는 것은 다릅니다. 그것은 법도의 문제이지, 전하의 뜻만으로 결정될 일이 아니옵니다." "왕비, 그대는 지금 짐의 결정에 반하려는 것이오?" 전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나는 그 눈빛을 마주보았다.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저는 다만 절차를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더 말을 잇지는 않았다. 대전이라는 자리는 감정을 드러내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다. 여기서 한 마디를 더 얹으면, 그것이 곧 내일의 소문이 되고, 다음날의 상소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신하들은 여전히 침묵했다. 누구도 나를 거들지 않았다. 좌의정도, 우의정도, 그저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린 채 서 있었다. 육조의 판서들 역시 각자의 손끝만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들의 침묵이 나를 더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 사람들은 이미 계산을 끝냈구나.' 누구의 편에 서야 살아남는지, 이미 답을 정해둔 얼굴들이었다. 조회가 끝나고, 나는 처소로 돌아왔다. 궁궐의 회랑을 지나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영이 몇 번이나 무언가를 물으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방문을 닫는 순간,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부러진 부채를 내려놓는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그 떨림을 한동안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오랫동안 보관해온 목함을 열었다. 그 안에는 지난 몇 해 동안 내가 적어둔 기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종이마다 날짜가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그날 전하가 남긴 말들이 촘촘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는 그 종이들을 하나씩 넘기며 찾기 시작했다. 손끝이 종이를 넘길 때마다 마른 소리가 났다. 찾았다. 삼 년 전, 전하가 정무 회의에서 남긴 말이었다. "내명부의 근간은 하나의 왕비다. 그것이 왕실의 질서다. 이를 어지럽히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벌하겠다." 그 말과 어제의 발표는 명백히 상충했다. 나는 그 두 종이를 나란히 펼쳐놓고 한동안 바라보았다. 글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붓의 필체까지 똑같은데, 그 안에 담긴 뜻은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방 안의 등불이 이유 없이 흔들렸다. 불꽃이 한 번, 두 번, 위태롭게 일렁이다가 다시 잠잠해졌다. "마마." 소영이 방으로 들어왔다. 내가 펼쳐놓은 종이를 보더니, 그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이럴 수가 있나요! 삼 년 전에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이제는...!" "소영아." "그 계집도 그렇지요. 신분도 미천한 것이 어찌 왕비 자리를...!" "소영아." 나는 다시 한 번 그녀를 불렀다. 그녀가 겨우 입을 다물었다. 숨을 몰아쉬는 소리가 아직 방 안에 남아 있었다. "화를 낸다고 바뀌는 건 없어." "그럼 마마는 이대로 두고만 보실 거예요?" 그녀의 눈에는 억울함과 걱정이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종이 두 장을 다시 목함에 넣었다. 손끝으로 목함의 뚜껑을 천천히 닫았다. "아니." 짧게 답했다. "두고 보지는 않을 거야. 다만 나는 소리 내지 않을 거고." 소영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이불 속에서 몇 번이나 몸을 뒤척였다. 창밖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조차 유난히 크게 들렸다. 조정의 신하들은 나를 돕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전하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좌의정의 눈빛, 우의정의 침묵, 그 모든 것이 답이었다. 이 싸움은 처음부터 나 혼자의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궁에서 누구보다 오래, 누구보다 정확하게 모든 것을 적어온 사람이었다. 그것이 나의 유일한 무기였다. 창밖으로 달빛이 스며들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붓을 들었다. 먹을 가는 소리가 방 안에 낮게 울렸다. 벼루에 스며드는 먹물의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오늘부터 나는 전하의 모든 말과 행동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기록으로 이 자리를 지킬 것이다. 붓끝이 종이에 닿는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걸로 정말 막을 수 있을까.'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물러설 곳도 없었다. 붓끝이 종이 위를 천천히 미끄러졌다.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가는 손끝이, 그제야 조금씩 떨림을 멈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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