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다음 사흘간, 나는 개울가와 부엌을 오가며 같은 조합을 반복했다.
새벽에 일어나 개울가로 나가 은박초를 뜯고, 정화수정을 갈고, 녹혈이끼를 채집하고, 그것들을 부엌 화로 앞에 늘어놓고 비율을 바꿔가며 끓이는 일이 하루의 전부였다. 은박초 세 줌에 정화수정 한 알을 넣었을 때는 액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유리병 뚜껑을 튕겨내며 천장까지 튀었고, 나는 그 파편을 뒤집어쓴 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은박초를 한 줌만 넣었을 때는 아예 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밍밍한 풀물만 남았다. 녹혈이끼를 두 조각으로 줄였을 때는 색이 탁한 갈색으로 변하며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실패. 실패. 실패.
스무 번 가까운 시도 끝에, 나는 마침내 가장 안정적인 비율을 찾아냈다. 은박초 두 줌, 정화수정 반 알, 녹혈이끼 세 조각. 이 비율로 만들면 폭발도 없고, 냄새도 나지 않고, 결과물도 언제나 같은 옅은 푸른색 액체가 나왔다. 나는 그 비율을 종이에 적어두고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두 줌, 반 알, 세 조각. 두 줌, 반 알, 세 조각.
[클래프팅 성공] '정화수' 획득 (등급: 일반)
[경험치 획득] Lv.1 → Lv.2
시스템 창이 떠오르는 순간,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성공이었다. 우연이 아니라 재현 가능한 법칙이었다. 나는 그제야 이 세계에서 게임 지식을 활용할 방법을 완전히 이해했다. 게임의 레시피는 뼈대고, 현실의 재료 물성이 그 뼈대에 살을 붙인다. 이 원리만 파악하면, 나는 게임 후반부 레시피들도 언젠가 이 현실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었다.
부엌 바닥에 널브러진 실패작들과 그 옆에 얌전히 놓인 정화수 한 병. 나는 그 대비를 보며 웃음이 났다. 스무 번의 실패 끝에 얻은 성공이라니, 게임할 때는 레시피만 알면 무조건 성공이었는데 이 세계는 훨씬 지독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방법을 안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날, 첫 실전 기회가 찾아왔다.
마을 시장 어귀, 곡물상 최 노인의 가게 앞이었다. 최 노인은 이 마을에서 꽤 힘 있는 상인으로, 특히 마녀와 그 가족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인물로 유명했다. 이순영이 약초를 팔러 갈 때마다 값을 후려치고, 심지어 마녀의 손을 탄 물건이라며 만지기조차 꺼려하던 사람이었다.
그날도 이순영이 은박초 한 다발을 들고 최 노인의 가게 앞에 섰다. 나는 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최 노인은 다발을 슬쩍 보더니 코웃음을 치며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마녀 손 탄 풀 따위, 누가 사겠어." 최 노인이 침을 뱉듯 내뱉었다. "재수 없게."
주변 사람들 몇이 그 말에 낮게 웃었다. 누군가는 못 본 척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대놓고 손가락질까지 했다. 이순영이 허리를 굽혀 흩어진 은박초를 하나하나 주워 담는 모습을 보며, 나는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흙바닥에 떨어진 풀잎을 소매로 툭툭 털어 다시 다발로 묶는 그 손이 유독 작고 지쳐 보였다.
화가 나서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오래 눌러 참았던 뭔가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마침 최 노인은 최근 지독한 관절염으로 오른손을 제대로 못 쓴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돌고 있었다. 약방 약도 소용없다며 며칠째 앓는 소리를 냈다는 소문이었다. 실제로 가까이서 보니 그의 오른손 손등은 부어올라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붉게 부풀어 있었다.
나는 품속에서 정화수 병을 꺼냈다. 병 속의 옅은 푸른빛이 시장 골목의 흐린 햇살에 반짝였다.
"어르신." 나는 최 노인 앞으로 걸어가 병을 내밀었다. "손 좀 나아지고 싶으세요?"
최 노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애가 뭘 안다고 나불대냐. 저거 마녀 자식 아니냐."
주변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몇몇은 걸음을 멈추고 이쪽을 힐끔거렸고, 곡물을 사러 왔던 아낙 하나는 대놓고 팔짱을 낀 채 구경할 태세를 갖췄다.
나는 흔들리지 않고 그의 오른손을 붙잡았다. 그가 뿌리치려 했지만, 관절통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놔라, 이 요망한—"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 손등에 정화수를 조심스레 발랐다. 손등 전체에 스며들도록, 붉게 부어오른 관절 사이사이까지 천천히.
순간, 최 노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인상을 팍 쓰며 나를 노려보려던 그 표정이, 몇 초 뒤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이게, 이게 뭐야..." 그가 손가락을 하나씩 굽혔다 펴며 중얼거렸다. "안 아프네. 진짜로 안 아파."
부어 있던 손등의 붉은 기운이 눈에 보이게 가라앉고 있었다. 마치 시간을 되돌린 것처럼, 부풀었던 살이 서서히 원래 크기로 돌아가는 광경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까 팔짱을 끼고 구경하던 아낙도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다가와 최 노인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이순영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최 노인은 한참 동안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주먹을 쥐었다 펴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펴고, 손목을 돌려보기까지 했다. 며칠째 제대로 굽히지도 못했던 손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움직이자, 그의 얼굴에서 경멸의 흔적이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당황과 어색한 계산이 뒤섞여 있었다.
"······저, 저 약초 다시 가져와 보게." 그가 이순영을 향해 헛기침을 하며 말을 바꿨다. "값은, 음, 제대로 쳐주지. 원래 값보다 더."
주변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퍼졌다.
"마녀 자식이 뭔 약을 만든 게야?"
"저거 정화수 아니냐, 정화수를 어떻게 애가 만들어."
"손이 진짜로 나았잖아, 저거 봐."
마녀 자식이 최 노인의 손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시장 골목을 타고 흘렀다. 몇몇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으로 나와 이순영을 번갈아 쳐다보았지만, 대다수는 이미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얻었다는 표정으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웅성거림 속에서 이상한 쾌감을 느꼈다. 게임에서 보스를 잡았을 때와는 다른, 훨씬 현실적이고 짜릿한 승리감이었다. 화면 속 숫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사람의 표정이 실제로 바뀌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감각. 이건 게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이순영은 시장을 나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몇 번이나 나를 힐끔거리며, 뭔가 말하려다 삼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 표정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나쁜 쪽은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몸을 뉘였을 때, 나는 이상한 무기력감에 휩싸였다.
손끝이 저리고, 눈앞이 흐릿해지며,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이불을 덮으려 팔을 들었는데, 팔이 평소보다 세 배는 무겁게 느껴졌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바닥으로 꺼져버릴 것 같은 감각이었다. 마력을 다 쓴 것도 아니었는데, 뭔가 다른 종류의 소모감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는 억지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서리] Lv.3
[마력] 20/20
[상태] 피로 (누적)
마력은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도 몸은 이렇게까지 무거웠다.
상태창에 낯선 항목이 떠 있었다. '피로 (누적)'.
이게 뭐지. 마력 소모와는 별개의 자원이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이 몸 자체가, 원래 이서리라는 존재가 가진 육체적 한계와 관련된 것일까. 나는 몇 번이나 그 항목을 눌러보았지만, 더 이상의 설명은 뜨지 않았다. 그냥 그 네 글자만 덩그러니 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천장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이 힘에는 뭔가 대가가 따른다는 예감이 스쳤다. 게임처럼 마력 게이지만 관리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무언가가 조용히 쌓이고 있다는 예감. 그리고 그 예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방 안의 촛불이 흔들리며 천장에 이상한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스르르 눈이 감기는 걸 느꼈다. 잠에 빠져드는 그 순간까지도, 상태창의 '피로 (누적)'이라는 글자가 눈앞에서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