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8살에 버려진 성녀

1화

여덟 살 겨울, 나는 내가 버려진다는 사실을 가장 정확한 어른들의 말투로 통보받았다. 그날 아침부터 이상했다. 유모가 평소보다 일찍 나를 깨웠고, 평소에는 입지 않던 옷을 꺼내 입혀 주었다. 목깃이 뻣뻣한 옷이었다. 나는 그 옷이 불편해서 몇 번이나 목을 만졌던 것을 기억한다. 유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 머리를 빗기는 손이 평소보다 오래 머물렀다. 서재로 불려간 것부터 이상했다. 그 방은 아버지가 손님을 맞을 때만 여는 곳이었고, 나는 그날까지 그 문턱을 두 번 넘어본 적이 없었다. 문 앞에 서서 나는 잠깐 망설였다. 두드려야 하는지, 그냥 들어가야 하는지 몰랐다. 안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렸다. "들어오라 해라." 문을 연 사람은 집사였다. 나는 그의 손에 이끌려 들어갔다. 방은 어두웠다. 커튼이 반쯤 쳐져 있었고, 책장에서 나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버지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어머니는 그 옆에 서 있었다. 두 사람 다 나를 보지 않았다. 나를 보지 않는 채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백화신전에서 요청이 왔소. 다희의 반동을 감당할 성녀가 필요하다고." "다인의 마력이 안정적이라니 다행이지요." 두 문장 사이에 내 이름이 끼어 있었다. 다행이지요, 라는 말이 나를 향한 것인지 그들 자신을 향한 것인지 그때는 구분하지 못했다. 지금은 안다. 그건 나를 향한 말이 아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발끝이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닿아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 어른들의 대화는 나를 사이에 두고 오갔지만, 나를 향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희는 그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사흘 전 마법 수업에서 반동을 크게 맞아 코와 입술이 터졌고, 유모가 밤새 곁을 지켰다고 들었다. 나는 그 애의 방문 앞을 지날 때마다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아무도 나를 그 방에 들여보내지 않았다. 다희가 아프면 저택 전체가 조용해졌다. 사용인들의 발소리마저 낮아졌고, 어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방을 오갔다. 나는 같은 태에서 나온 자매였고 같은 힘을 지니고 태어났다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반동을 겪은 적이 없었다. 힘을 쓰고도 코피 한 번 흘린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자랑스러운 일인 줄 알았다. 유모는 내가 힘을 쓸 때마다 대단하다고 말해주었으니까. 어른들은 그걸 축복이라 불렀다가, 곧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불렀다. 쓸모. "다인아." 어머니가 처음으로 나를 불렀다. 목소리는 다정했다. 다정했다는 게 이상했다. 그 목소리를 듣기 위해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 여덟 살의 나는 알지 못했다. "넌 착한 아이니까 다희를 도와줄 수 있지?" 나는 그때 여덟 살이었다. 착한 아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말고 다른 대답을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끄덕였다. 내가 무엇에 동의했는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그제야 처음으로 나를 보았다. 짧게, 확인하듯이. 그리고 다시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 시선이 내게 머문 시간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정도였다. 그날 밤 나는 짐을 챙겼다. 유모가 옷가지를 작은 가방에 넣어주었다. 인형 하나를 넣으려 했더니 유모가 조용히 그것을 빼냈다. "신전에서는 필요 없을 거예요." 나는 왜 필요 없는지 묻지 않았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마차는 다음 날 아침에 왔다. 다희가 문 앞까지 뛰어나와 내 옷자락을 붙잡고 울었다. 가지 말라고, 언니가 없으면 무섭다고 말했다. 그 애의 얼굴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코 옆에 붉은 자국, 입술 끝의 딱지. 그 얼굴로 나를 붙잡고 우는 다희를 보면서, 나는 잠깐 기뻤다. 누군가 나를 붙잡는다는 게,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게 그렇게 낯설고 좋은 감정이었다. 하지만 오빠 도현이 다희를 떼어놓았다. "공작가의 명예를 위한 일이야. 울지 마라." 명예. 그 단어가 나를 마차에 태우는 이유였다. 도현은 나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다희의 어깨를 감싸며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만 보았다. 아버지는 배웅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머니는 창가에서 손수건을 쥔 채 서 있었는데, 그게 나를 위한 눈물이었는지 다희를 두고 가는 나를 대신해 흘리는 안도였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마부가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혼자 마차에 올랐다. 자리에 앉고 나서야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창밖으로 저택의 현관이 보였다. 아무도 그 앞에 서 있지 않았다. 마차가 출발했을 때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저택의 정문이 점점 작아졌다. 다희의 은색 머리카락이 창가에서 반짝였다. 그 애는 손을 흔들지 않았다. 그저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마차 안은 조용했다. 마부는 말을 걸지 않았고, 나는 창밖의 풍경이 낯선 것으로 바뀌어가는 것을 오래 지켜보았다. 익숙한 마을의 지붕들이 사라지고, 낮은 산등성이가 나타났다가, 다시 넓은 평지가 이어졌다. 배가 고팠지만 아무도 먹을 것을 챙겨주지 않았다는 걸 반나절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그런 것이려니 했다. 백화신전에 도착한 건 사흘 뒤였다. 신전은 하얬다. 벽도, 기둥도, 바닥까지도 새하얀 돌로 지어진 그곳은 마치 세상의 색을 다 걷어낸 것처럼 창백했다. 마차에서 내렸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곳에는 색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늘조차 그 하얀 벽에 반사되어 색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늙은 신관이 나를 맞이했다. 그는 내 얼굴을 오래 들여다보다가 짧게 말했다. "눈동자가 이쁘구나. 좋은 신호다." 좋은 신호. 나는 그 말이 좋은 뜻인지도 모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착한 아이였으니까. 신관은 내 손을 잡고 신전 안으로 데려갔다. 복도는 길었고, 지나칠 때마다 다른 신관들이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 시선들 중 누구도 웃지 않았다. 방에 도착할 때까지 신관은 몇 마디를 더 건넸다. 이곳의 규칙, 식사 시간, 예배 시간. 나는 그 말들을 하나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다희의 얼굴과 다희의 손이 붙잡았던 내 옷자락의 감촉만 남아 있었다. 그날 밤, 배정된 방에 홀로 남았을 때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어 울었다. 그동안 참았던 건 아니었다. 그저 그날까지는 울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저택에서는 아무도 나를 지켜보지 않았으니까. 신전의 새하얀 천장 아래서, 나는 처음으로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넘겨진 물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침대는 넓었지만 낯설었다. 이불에서는 낯선 향이 났다. 나는 그 향을 맡으며 저택의 내 방 침구에서 났던 냄새를 떠올리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흐려지고 있었다. 문밖에서 늙은 신관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지만, 나는 그 방을 나갈 곳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창밖으로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이었다. 나는 그 어둠을 오래 바라보다가, 결국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에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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