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천 년 잠든 그대를 부르다

1화

새벽 다섯 시, 나는 청명 마법학원 후원의 낙엽을 쓸고 있었다. 30리터짜리 봉투가 벌써 세 개째였다. 손에 든 대나무 빗자루는 손잡이가 반쪽쯤 갈라져 있었고, 그 틈에 낙엽 부스러기가 자꾸 끼었다. 마력 측정에서 1성을 받은 학생은 수업료 대신 잡무를 해야 한다는 게 이 학원의 규칙이었다. 나는 그 규칙에 대해 아무런 불만도 표현하지 않았다. 손등에 낙엽 부스러기가 붙었다. 나는 그것을 털어내지 않고 그냥 두었다. 새벽바람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학원 담장 너머로 아직 불이 켜지지 않은 기숙사 창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3년 중 벌써 두 달이 지났다.' 나는 속으로 셈했다. '아홉 가지 중 하나. 아직 하나도 못 구했다.' 나는 손끝으로 남은 날짜를 꼽아보았다. 3년이면 천일하고도 며칠. 그중 이미 육십일 남짓이 흘렀다. 아홉 가지의 재료 중 단 하나도 손에 넣지 못한 채로. 해가 뜨기 전, 강송이 지나갔다.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원장 보좌역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그가 나를 힐끗 보고는 아무 말 없이 지나갔다. 그것이 우리 사이의 인사였다. 그의 발소리가 자갈길 위에서 멀어질 때까지, 나는 빗자루질을 멈추지 않았다. 오전 수업은 불꽃계 3반, 마력제어술이었다. 담당은 백리결 도사였다. 수업장 안에는 낡은 나무 책상 열두 개가 두 줄로 놓여 있었고, 벽에는 화염구의 회전 방향을 표시한 오래된 도해가 걸려 있었다. 종이는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한쪽 귀퉁이가 찢어진 채로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져 있었다. "오늘은 화염구의 회전 방향을 배운다." 백리결 도사가 말했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파괴력이 커지고, 반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사거리가 늘어난다." 학생들이 저마다 손끝에 작은 불씨를 피워 올렸다. 교실 안이 순식간에 은은한 열기로 채워졌다. 나는 손끝에 마력을 모으려 했지만, 봉인된 90퍼센트의 자리에서는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았다. 겨우 남은 10퍼센트, 그중에서도 1성만큼의 마력이 손끝에서 파리하게 일렁였다. 손끝에 맺힌 불씨는 성냥불보다도 작았다. 그것마저 바람이 살짝 스치면 꺼질 듯 흔들렸다. "하서, 다시 해봐." 백리결 도사가 나를 불렀다. "네." 나는 짧게 대답했다. 학원에서 나는 하서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본명을 쓸 수 없었으므로 아버지가 지어준 가짜 이름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손끝에 집중했다. 파리한 불씨가 흔들리다가 결국 픽 소리를 내며 꺼졌다. 서은채가 내 옆자리에서 화염구를 완벽하게 회전시켰다. 그녀의 조부는 대마도사 5인 중 하나였고, 그녀는 학원 내 제1의 미녀로 불렸다. 그녀가 만든 화염구는 주먹만 한 크기로 매끄럽게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하서, 그거 그렇게 하면 안 돼." 서은채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손목을 좀 더 꺾어야지." 그녀가 자신의 손목을 들어 시범을 보였다. 하얀 손목에서 붉은 불씨가 부드럽게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보지 않고 고개만 살짝 숙였다. "...고마워." 나는 짧게 대답했다. 서은채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뭔가 말하려던 걸 삼키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그녀를 조금 당황하게 만들었다. 수업이 끝나고, 원장실 앞 게시판에 새로운 공고가 붙었다. 신입생 편입 안내. 신족 계열 명문가 자제 특별 전학. 공고문 아래에는 학원 직인이 찍혀 있었고, 종이는 아직 인쇄 잉크 냄새가 채 가시지 않은 새것이었다. 나는 그 공고를 보고도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신족 자제가 학원에 들어오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오후, 검술 수업장으로 가는 복도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들었다. "이천호 님이시라던데." 지나가던 학생들이 소곤거렸다. "천화영춘결을 3단계까지 익혔대." 또 다른 목소리가 이어 붙었다. "듣기로는 신족 본가 직계라던데. 스무 살에 벌써 3단계면 말이 되나."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심장이 한 번, 이상한 방식으로 뛰었다. '이천호.' 나는 그 이름을 속으로 되뇌었다. '내 형, 이도현의 아들.' 5500년의 시간 동안, 나는 조카라는 존재를 실제로 만나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기 전부터 나는 봉인되어 있었고, 그가 성장하는 내내 나는 학원 어딘가에서 잡무를 하고 있었다. 복도 창밖으로 낙엽이 하나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 낙엽이 바닥에 닿기까지의 시간이, 나에게는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검술 수업장 문을 열자, 한 청년이 학생들 앞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영준한 외모였다. 짙은 눈썹과 곧은 콧날, 자신만만한 웃음을 가진 청년이었다. 검을 쥔 손목의 움직임에서 자만심이 뚝뚝 떨어졌다. 그가 입은 검술복은 학원 정규 지급품이 아니었다. 소매 끝에 은실로 놓인 자수가 그의 가문 문장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천화영춘결 3식." 이천호가 말했다. "이 정도면 이 학원에서 나를 이길 사람은 없겠지?" 주변 학생들이 감탄사를 터뜨렸다. 몇몇은 손뼉까지 쳤고, 한 여학생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형 이도현의 흔적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형이 갖지 않은 오만이 가득했다. "거기, 너." 이천호가 나를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뭘 그렇게 쳐다보냐?"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1성짜리가 눈은 높네?" 이천호가 비웃듯 말했다. "이름이 뭐야." "하서." 나는 짧게 대답했다. "하서? 처음 듣는 이름이네." 이천호가 검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뭐, 어차피 기억할 필요는 없겠지만." 주변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러나 속에서는, 5500년 전 어느 밤의 기억이 조용히 깨어나고 있었다. '저 눈빛.' 나는 생각했다. '저 오만한 눈빛을 어디서 봤더라.' 나는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답을 떠올리는 순간, 나는 그것을 다시 밀어 넣었다. 이천호가 나를 지나쳐 걸어가며 어깨를 툭 쳤다. 세게는 아니었지만, 나는 그 접촉만으로도 뭔가가 균열을 내는 것을 느꼈다. 그의 어깨가 스친 자리에 잠시 온기가 남았다가 사라졌다. 그 온기가 사라지는 속도만큼, 나는 옛 기억 하나를 더 밀어 넣었다. '이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누군지, 자신이 누구의 피를 이었는지.' 검술 수업장 창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나는 그 빛 속에 서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한소이.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수업장 안의 소음이 갑자기 멀어지는 듯했다. 학생들의 웃음소리, 검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이천호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까지 전부 아득해졌다. 그 이름과 함께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다. 5500년 전,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얼굴이었다. 나는 그 얼굴을 애써 지웠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았다. 검술 수업장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나는 그 이름의 무게를 어깨에 지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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