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몰락 명가의 환생 신동

1화

눈을 뜨면 늘 같은 천장이었다. 금이 간 서까래, 색이 바랜 단청, 어디선가 스며드는 습기의 냄새. 나는 그 천장을 바라보며 며칠이 지났는지 헤아렸다. 이 몸에 자리를 잡은 지 열이레째였다. 전생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눈을 감지 않았다. 이번에는 눈을 뜨는 것조차 힘겨웠다. 손을 들어보았다. 손끝이 떨렸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낯설었다. 굳은살 없는 여린 손이었다. 전생의 내 손은 검을 쥐고 붓을 잡느라 마디마디가 굳어 있었다. 이 손은 아무것도 쥐어본 적 없는 손 같았다. 나는 그 손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조이현. 이 몸의 이름이었다. 원래 이 몸의 주인은 대들보에 목을 맨 채로 발견되었다고 들었다. 가문이 무너진 지 석 달 만의 일이었다. 나는 그 빈 몸에 스며들었다. 왜 하필 이 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천벌이 나를 태우던 그 순간부터, 나는 어디로 떨어질지 알지 못했다. 하늘의 뜻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었다.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곳으로 인간을 던져 넣는 것. 다만 확실한 것은, 내 손끝에 여전히 옥패 조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늘이 나를 벌하려 한다면, 이것만은 남겨두라.* 스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천벌이 나를 태우던 순간, 나는 그 말을 붙잡고 있었다. 손에 쥔 옥패 조각은 여전히 차가웠다. 부서진 모서리가 손바닥을 긁었다. 무늬는 반쪽뿐이었다. 나머지 반쪽이 어디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것이 스승의 행방과, 내가 잃어버린 이름을 잇는 유일한 실마리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 몸은 오래 앓았다. 뼈마디가 앙상하게 만져졌다. 굶주림의 흔적이었다. 전생에서는 몸이 상처를 입어도 하루면 회복되었다. 이번에는 하루를 견디는 것조차 버거웠다. 나는 몸을 다시 눕히고 숨을 골랐다. 문이 열렸다. "도련님, 일어나셨습니까." 박동수였다. 열여섯, 나와 동갑인 시종 소년. 손에 죽사발을 든 채 조심스레 들어섰다. 그의 손은 굳은살로 거칠었다.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손이었다. 나는 그 손을 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는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견뎌왔을까. "동수야." "예." "오늘도 죽이냐." "쌀이 그것뿐이라서요." 그는 웃었다. 웃음이 억지스러웠다. 나는 그 웃음을 알았다. 없는 것을 없다고 말하지 않으려는 웃음이었다. 동수는 죽사발을 내 앞에 놓고 무릎을 꿇었다. 숟가락을 쥐여주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천천히 드세요. 급하게 드시면 체합니다." 나는 숟가락을 받아 들었다. 손끝이 다시 떨렸다. 죽은 묽었다. 쌀보다 물이 더 많은 죽이었다. 그러나 뜨거웠다. 한 술을 삼켰다. 목구멍이 타는 듯했다. 오래 굶은 몸이 뜨거운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천천히요, 도련님." 동수가 다시 말했다. 그 목소리에 걱정이 섞여 있었다. 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골랐다. --- 조가는 한때 이 고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명문이었다. 조부의 조부 대에는 조정에 나간 이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영광은 삼대를 넘기지 못했다. 가장이 도박으로 전답을 날렸다는 말도 있었고, 조정의 눈 밖에 나 재산을 몰수당했다는 말도 있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결과는 같았다. 조가의 가장은 반년 전 병으로 죽었고, 남은 아들은 빚에 쫓겨 목을 맸다. 그 아들의 몸에, 나는 눈을 떴다. 집안 곳곳에 그 몰락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벽에 걸렸던 족자는 사라졌고, 자리에는 못 자국만 남아 있었다. 마루 밑에는 팔다 남은 세간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쌓여 있었다. 한때 이 집을 채웠을 사람들도 모두 사라졌다. 지금 남은 것은 동수 하나뿐이었다. "동수야, 너는 왜 아직 여기 있느냐." 나는 죽을 삼키며 물었다. "주인집이 망했으면 진작 떠나야 하지 않느냐. 다른 집을 찾아가는 것이 네게 나았을 것이다." 동수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죽사발을 내려다보았다. 오래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어르신께서 저를 거둬주셨습니다." "그건 어르신이지 나는 아니다." "도련님도 어르신의 아들이십니다." 그의 눈이 흔들리지 않았다. 고요한 결심이 담긴 눈이었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이 아이는 내가 그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모른다. 그러나 그 눈빛만은 진짜였다. "어르신이 저를 거둬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지금 산속에서 얼어 죽었을 겁니다." 동수가 낮게 말을 이었다. "부모님이 돌림병으로 돌아가시고 저 혼자 남았을 때, 아무도 저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저를 이 집에 들이셨습니다. 밥 한 그릇 값도 안 되는 일이라 하셨지만, 저에게는 목숨을 구해주신 일이었습니다." 그는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니 도련님이 저를 내치시지 않는 한, 저는 여기 있을 겁니다." 전생에서는 곁에 남는 이를 당연하게 여겼다. 이번에는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전생에서는 사람이 나를 따르는 것이 응당한 도리라 여겼다. 스승이 목숨을 걸고 나를 지켰을 때도, 나는 그것을 감사히 여기되 놀라지 않았다. 그것이 스승의 자리이고 제자의 자리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이 아이는 나에게 아무 의리도 없었다. 죽은 조이현에게 진 신세일 뿐, 나에게는 아무 빚도 없었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여기 남아 있었다. "고맙다." 짧게 말했다. 더 이상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동수는 내 말에 잠시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어서 드세요. 식으면 더 못 넘기십니다." 나는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 밤이 되면 나는 옥패 조각을 꺼내 들여다보았다. 손바닥 반쪽만 한 크기, 흐린 옥빛, 가장자리에 새겨진 문양의 절반. 나머지 문양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문양의 뿌리가 도일서원, 성현이 남긴 서원이라는 것만은 짐작할 수 있었다. 문양을 손끝으로 짚어보았다. 새겨진 선의 흐름이 익숙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필체였다. 스승의 손이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춘추서를 찾아라. 윤회필이 있는 곳에서 나를 찾아라.* 스승의 목소리가 귓가에 남아 있었다. 그 목소리는 마지막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늘이 그를 벌하던 그 순간에도, 스승은 나를 향해 웃고 있었다. *네가 어디로 떨어지든, 나는 그곳에서 너를 기다릴 것이다.* 나는 그 말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 십만 년이 지났다. 세상이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지, 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사이 왕조가 몇 번이나 바뀌었을지, 도일서원이 어디로 옮겨갔을지, 심지어 그런 이름이 남아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도일서원이라는 이름만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나누는 몇 마디 이야기 속에서, 그 이름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들었다. 그것이 유일한 출발점이었다. 나는 그 이름을 붙잡고 있는 손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 몸으로, 이 처지로, 그곳까지 갈 수 있을까. 의심이 스쳤다. 그러나 곧 그 의심을 눌렀다. 전생에서는 확신이 있어야만 움직였다. 이번에는 확신이 없어도 움직여야 했다. 창밖으로 바람이 불었다. 서리 냄새가 섞여 있었다. 겨울이 오고 있었다. 바람이 창호지를 흔들었다. 흔들리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나는 옥패를 다시 품에 넣었다. 품속에 넣은 옥패가 차가웠다. 그 냉기가 옷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동수야." "예, 도련님." 그는 화롯가에서 불씨를 살피고 있었다. 손끝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향시가 언제더냐." 동수의 눈이 커졌다. 숟가락을 정리하던 손이 멈췄다. "내년 봄입니다. 그런데 도련님, 몸도 안 좋으신데—" "준비할 것이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걱정과 놀람이 뒤섞여 있었다. 이 몸이 며칠 전까지 앓아누워 있었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몸이 상하시면 어쩌시려고요. 아직 열이레밖에 안 지나셨습니다."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나는 짧게 답했다. 향시. 이 세상에서 신분을 얻고 힘을 쌓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검으로 세상을 헤아렸다. 이번에는 붓을 쥐어야 했다. 낯선 길이었다. 그러나 걸어야 하는 길이었다. "너도 함께 가자." 동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가 다시 닫혔다. 다만 손에 든 죽사발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 떨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나는 알 것 같았다.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떨림이었다. 이 아이도 나만큼이나 이 좁은 집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저는... 글을 모릅니다, 도련님." 동수가 겨우 입을 열었다. "가르쳐주겠다." "제가 그런 걸 배울 처지가—" "내가 정한다."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동수는 나를 오래 바라보았다. 그 눈에 무언가가 차오르고 있었다. 밖에서 개가 짖었다. 낯선 발소리가 골목 어귀에서 멈춰 섰다. 개 짖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발소리도 여러 명이었다. 신발이 땅을 딛는 소리가 무겁고 거칠었다. 동수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이 시간에 누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문짝이 흔들리는 소리였다. "조가의 사람 있소!" 낯선 목소리였다.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투에서 이미 위압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빚쟁이도 아니고, 그저 지나가는 이도 아니었다. 동수가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불안이 스쳤다. "도련님, 제가 나가보겠습니다." "아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그러나 일어섰다. 바닥을 짚은 손끝이 떨렸다. 무릎이 휘청거렸다. 그러나 나는 서 있었다. 동수가 급히 다가와 내 팔을 붙잡았다. "도련님, 아직 몸도—" "내 집에 온 손이다. 내가 맞아야 한다." 나는 그의 손을 밀어내지 않았다. 그의 부축을 받은 채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대문 밖에서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더 거칠었다. "조가의 사람이 있으면 당장 나오시오! 늦으면 재미없을 것이오!" 그 목소리에 담긴 것은 명백한 협박이었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이 집에 남은 것이 나와 동수뿐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전생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내 뒤를 지켰다. 이번에는 등 뒤에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문 앞에 섰다. 찬 바람이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서리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나는 숨을 삼키고, 대문의 빗장에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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