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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눈을 떴을 때, 하늘이 이상했다. 색이 없었다. 아니, 색이 너무 많았다. 붉음도 아니고 푸름도 아닌, 인간계에서는 본 적 없는 빛깔이 사방에 가득했다. 마치 누군가 하늘에 온갖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그 빛깔들은 서로 섞이지 않았다.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층층이 쌓여 있었다. 나는 바닥에 손을 짚고 일어섰다. 손끝에 닿은 감촉이 낯설었다. 발밑의 땅은 단단했다. 그러나 흙이 아니었다. 옥(玉)처럼 매끄럽고 차가운 돌이었다. 손바닥으로 그 표면을 한 번 쓸어보았다. 냉기가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인간계의 돌과는 결이 달랐다. 마치 오랜 세월 기운이 쌓여 굳어진 것 같았다.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가 인간계와 달랐다. 더 맑고, 더 무거웠다. 마치 기운이 그대로 공기 속에 녹아 있는 듯했다. 폐부 깊숙이 들어온 그 기운이 몸속을 한 바퀴 돌고 나가는 감각이 있었다. 단전이 저절로 반응했다. 미약하게 진동했다. *전생에서는 비상 직후, 이 낯선 기운에 정신을 잃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정신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 기운을 관찰했다. 어디서 오는지, 어떤 성질인지 살폈다. "비상에 성공했군."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검신이 빛을 받아 번뜩였다.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검을 뽑는 데 걸린 시간은 숨 한 번 들이쉴 정도도 되지 않았다. 앞을 보았다. 흑포를 두른 사내가 서 있었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얼굴이었다. 서른처럼 보이기도 했고, 오십처럼 보이기도 했다. 눈빛이 깊고 조용했다. 손에는 아무 무기도 없었다. 그런데도 위압감이 있었다. 무기가 없어야 오히려 더 위험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나는 전생에서 배웠다. "경계할 것 없다." 사내가 손을 들어 보였다. 손등에 굳은살이 없었다. 그러나 그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기운은 미미하게 느껴졌다. 절제된 기운이었다. 억누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서문강이라 한다. 광활천계의 접인자다." 나는 검을 거두지 않았다. "접인자?" "인간계에서 비상하는 자들을 맞아 이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은 자다. 너 같은 자들을 수도 없이 봐 왔다." 서문강의 눈이 나를 훑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어떤 평가가 담겨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마치 물건을 감정하는 눈이었다. "칠겁천뢰를 단 한 번의 도전으로 통과한 자는 최근 백 년 사이 처음이다." 나는 그제야 검을 검집에 넣었다. 칼집에 검이 들어가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주위가 그만큼 조용했다는 뜻이었다. "그게 흔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오?" "흔한 일이 아니지." 서문강이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 것에 불과했다. 그 미소에는 온기가 없었다. 오히려 무언가를 가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칠겁천뢰는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심판이다. 대부분은 세 번, 네 번을 넘겨야 겨우 통과한다. 그마저도 못하고 벼락에 삼켜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자들이 절반이다." 나는 침묵했다. 전생에서도 그 벼락을 몇 번이나 맞았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몸이 타들어가는 감각만은 또렷이 남아 있었다. *전생에서는 다섯 번째 벼락에 이르러서야 겨우 정신을 붙들고 통과했다.* *이번에는 한 번으로 끝냈다.* 그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서문강의 표정을 보면 짐작이 갔다. 결코 작은 차이가 아니었다. "이름이 무엇이냐." "이청운." "이청운." 서문강이 그 이름을 한 번 더 되뇌었다. 입안에서 발음을 굴리듯, 천천히. "천월문의 만년 천재. 그 이름이 여기까지 흘러올 줄은 몰랐다." 나는 놀랐다. "내 이름을 알고 있소?" "접인자는 비상자의 기록을 미리 받는다. 인간계 각 문파의 동향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 서문강이 몸을 돌렸다. "따라와라. 여기 오래 서 있을 시간이 없다."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걸음을 옮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땅은 평평했고, 저 멀리 산맥이 하늘로 솟아 있었다. 그 산맥은 인간계의 어떤 산보다 높았다. 정상이 구름 위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산맥의 능선을 따라 무언가 희미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산 자체가 아니라 산을 둘러싸고 흐르는 기운이었다. 마치 산맥 전체가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인간계에서는 그런 산을 본 적이 없었다. 하늘에는 여러 개의 빛나는 점들이 떠 있었다. 별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움직이고 있었다. "저것은." "비행하는 자들이다." 서문강이 앞을 보며 대답했다. "광활천계에서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자들은 하늘을 자유로이 오간다. 너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것이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마지막 말이 걸렸다. "살아남는다면?" 서문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나는 그의 표정을 살폈다.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어떤 긴장이 배어 있었다. 어깨의 각도, 등의 곧음, 그 어느 것 하나도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발밑의 옥돌이 걸음마다 미세한 소리를 냈다. 짜르릉, 짜르릉. 마치 유리를 밟는 것 같은 소리였다. 멀리서 무언가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종소리 같기도 했고, 어떤 짐승의 울음 같기도 했다. 나는 그 소리가 나는 방향을 살폈다. 산맥 너머, 구름에 가려진 곳이었다. "저 소리는 무엇이오?" 서문강이 잠시 걸음을 늦췄다. "신경 쓸 것 없다. 아직은." '아직은'이라는 말이 유독 무겁게 들렸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인간계에서는. 나는 말을 이었다. "비상은 곧 성공을 의미했소. 살아서 하늘에 오른 자는 이미 인간을 넘어선 존재로 취급받았지." 내 문파에서는, 비상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축제가 열렸다. 문주가 직접 나서 축하를 내렸고, 그 이름은 몇 대에 걸쳐 전해졌다. 하늘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인간계에서는 전설이었다. "이곳에서는 아니다." 서문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곳에서는 그저 시작일 뿐이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서문강도 함께 멈춰 섰다. 그가 나를 돌아보았다. 눈빛이 처음보다 훨씬 무거워져 있었다. 주위의 공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온도가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서문강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표정, 그의 말투가 만들어내는 무게였다. "청운." 그가 처음으로 내 이름만 불렀다. "네가 짊어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지금부터 말해주겠다." 나는 그를 마주 보았다. 숨을 죽였다. "광활천계에는 아홉 개의 문파가 있다. 그중 상위 세 개는 하늘의 지배자라 불린다. 그 아래로 수백 개의 소문파가 있고, 그 소문파 아래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낭인들이 있다." 서문강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 "비상자는 이곳에 오는 순간, 그 서열의 가장 밑바닥에 선다. 인간계에서 아무리 대단한 천재였다 해도, 이곳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미간을 좁혔다. "그 서열이 절대적이오?" "절대적이지 않았다면, 내가 이 말을 할 필요도 없었겠지." 서문강의 눈이 다시 나를 훑었다. "칠겁천뢰를 한 번에 넘긴 자들 중에는, 그 재능만으로 상위 문파의 눈에 들어 순식간에 지위를 얻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그 재능을 노리는 자들도 많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노리는 자들?" "이곳은 인간계와 다르다." 서문강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재능은 곧 자산이다. 그리고 자산은, 훔칠 수 있는 자에게는 훔칠 대상일 뿐이다." 바람이 불었다. 차가운 바람이었다. 인간계에서 느껴본 어떤 바람보다도 서늘했다. 옷깃을 파고들어 살갗을 스치는 그 냉기에, 나는 저절로 몸을 움츠렸다. 서문강의 흑포가 바람에 흔들렸다. 그는 그 바람 속에서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내가 너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접인자로서의 의무 이상이다." 그의 눈빛이 다시 한번 깊어졌다. "천백 년간 이곳에서 수많은 비상자를 봐 왔다. 그중 극히 드문 자들에게서만 느끼는 것이 있다. 살아남을 자와, 살아남지 못할 자를 구분하는 어떤 기운. 너에게서 그것이 느껴진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전생에서는 이런 경고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시작부터, 이 세계가 나를 시험하려 든다.* "살아남을지 아닐지는."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결정할 문제요." 서문강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길었다. 이윽고, 그의 입꼬리가 다시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런 말을 하는 자들 중, 실제로 살아남는 자는 드물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렸다. "드물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지."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흑포가 바람에 나부꼈다. 그 너머로, 산맥의 능선이 여전히 구름 속에 잠겨 있었다. 하늘의 빛나는 점들은 여전히 움직였다. 어떤 것은 빠르게, 어떤 것은 느리게. 그 각각이 이곳의 서열을, 이곳의 힘을 상징하는 듯했다. 나는 그 서늘함 속에서, 이곳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라는 것을 직감했다. 인간계의 정상에 서기 위해 흘린 피와 시간이, 이곳에서는 시작점조차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나는 검의 손잡이를 다시 한번 움켜쥐었다. 그리고 서문강의 뒤를 따라, 낯선 옥돌 위를 걸었다. 멀리서 또 한 번, 그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까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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