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서문강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대답을 기다렸다.
발밑의 흙은 인간계의 것과 달랐다. 검붉은 빛을 띠고 있었고, 밟을 때마다 마른 먼지가 일었다. 하늘은 낮고 흐렸다. 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인족은."
그가 입을 열었다.
"쇠락하고 있다."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무게가 결코 짧지 않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등을 바라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광활천계에는 세 개의 큰 세력이 있다. 인족, 마신계, 요사계."
서문강이 손가락을 하나씩 접었다.
"백 년 전만 해도 인족은 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성전(聖殿)을 세워 마신계와 요사계의 침탈을 막아냈지.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무엇이 달라졌소."
"인족의 정예들이 줄어들었다. 강자들이 죽어 나갔고, 새로운 강자는 나오지 않았다. 마신계는 매해 더 강한 마족을 배출하고 있는데, 인족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지."
나는 걸으며 그 말을 곱씹었다.
강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인재가 없다는 뜻인가, 아니면 인재를 길러낼 시간이 없다는 뜻인가.
"인족의 숫자는 얼마나 되오."
"백 년 전의 삼분지 일도 되지 않는다."
서문강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리고 그 삼분지 일 중에서도,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자는 더 적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당신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가 그것이오?"
서문강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 눈빛에 처음으로 옅은 웃음이 스쳤다.
"눈치가 빠르군."
"인간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얻은 자를, 이런 시기에 곧바로 성전으로 인도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오."
"그래."
서문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전은 인족의 마지막 방벽이다. 너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성전에는 지금 몇 명의 강자가 있소."
서문강이 대답을 미루었다. 그 침묵이 대답을 대신했다.
"많지 않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열 명 남짓. 그 이상을 기대하지 말아라."
나는 침묵했다.
인간계에서는 내가 곧 최고였다. 만년 천재라는 이름은 그저 겸양의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로 나를 이길 자는 없었다. 스승조차 마지막 삼 년은 나에게 검을 배웠다.
*"네가 나보다 낫다."* 스승은 그렇게 말했다. *"더는 가르칠 것이 없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정점에 섰다고 생각했다. 더 오를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나는 그저 갓 도착한 신참에 불과했다.
"그럼 이곳에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이오?"
서문강이 잠시 걸음을 멈췄다.
대답하기를 망설이는 듯했다.
그 망설임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주었다.
"솔직히 말해주시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서문강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최하위권이다."
손끝이 차가워졌다.
"최하위권."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되뇌었다.
"인간계 최고의 천재가."
"그렇다."
서문강의 목소리에는 조금의 위로도 담겨 있지 않았다.
"이곳의 강자들은 대부분 백 년, 이백 년, 삼백 년을 수련해 온 자들이다. 네가 지금까지 이룬 것은, 이곳에서는 갓 걸음을 뗀 아이의 수준이다."
"삼백 년이라 했소."
"그렇다. 어떤 이는 오백 년을 넘겼다."
나는 그 숫자를 이해하려 애썼다. 인간계에서는 백 년을 산 사람조차 드물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삼백 년을, 오백 년을 수련한 자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
인간계에서는 내가 감히 넘어설 수 없다고 여겨졌던 벽들을 모두 넘어왔다. 열 살에 검을 처음 잡았고, 열다섯에 문파의 모든 선배를 이겼고,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무림에서 나를 상대할 자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그 모든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 있었다.
분노가 아니라 냉정함이 먼저 찾아왔다.
전생과 비슷했다. 열 살에 최하급 제자로 시작했을 때도, 나는 이런 냉정함으로 그 시절을 견뎌냈다.
*"너는 재능이 없다."* 그때 문파의 장로는 그렇게 말했다. *"기초부터 다시 배워라."*
나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매일 새벽 남들보다 두 시간 먼저 일어나 검을 잡았다.
인간계에서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점에 올랐다.
이곳에서는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것뿐이었다.
"좋소."
나는 낮게 말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오."
서문강의 눈빛이 변했다.
놀란 듯한, 그러면서도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
"대부분의 비상자는 이 소식을 듣고 좌절한다. 며칠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도 있지. 어떤 이는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어떤 이는 성전을 떠나려 하다가 붙잡혀 오기도 했다."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오. 하지만 나는 좌절할 시간이 아깝소."
"어째서 그렇게 태연할 수 있지."
서문강이 물었다. 진심으로 궁금한 듯한 목소리였다.
"태연한 것이 아니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미 한 번 밑바닥에서 시작해본 자는, 두 번째가 그리 두렵지 않을 뿐이오."
서문강이 나를 잠시 응시했다.
무언가를 가늠하는 눈빛이었다.
"그 말, 기억해두겠다."
그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군."
그가 짧게 말했다.
"성전으로 가는 길에, 인족의 현실을 좀 더 보여주겠다."
우리는 산맥 사이의 좁은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은 좁고 험했다. 양옆으로 솟은 절벽은 검은 빛을 띠었고, 그 틈새로 마른 나무들이 위태롭게 뿌리를 박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옷깃이 떨렸다.
이곳의 공기는 인간계보다 훨씬 차가웠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김이 나왔다.
서문강은 앞장서서 걸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걸음을 옮기며, 이곳에 대해 더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인족, 마신계, 요사계. 세 세력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인족의 강자는 줄어들고 있고, 마신계는 늘어나고 있다. 성전에는 열 명 남짓의 강자만 남아있다. 그리고 나는, 그 성전에서 최하위권으로 시작해야 한다.
한참을 걷던 중, 저 멀리 폐허가 보였다.
한때 마을이었던 듯했다. 무너진 지붕들과 갈라진 벽들이 흩어져 있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폐허의 규모가 눈에 들어왔다.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수십 채의 건물이 있었던 자리였다. 지금은 그 형체조차 온전히 남은 것이 없었다.
"저것은."
"요사계의 습격을 받은 마을이다. 석 달 전 일이다."
서문강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인족 오백 명이 살던 마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없다."
나는 폐허를 바라보았다.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검게 그을린 나무 기둥들이 서 있었다. 한때 우물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구덩이에는 검은 물이 고여 있었다.
바람이 그 사이를 지나며 낮은 울림을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의 곡소리처럼 들렸다.
"살아남은 자는 없었소?"
"몇몇은 도망쳤다. 하지만 대부분은."
서문강이 말을 끝맺지 않았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요사계는 왜 이 마을을 노렸소."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요사계의 습격은 대개 무작위적이다. 그들에게 인족의 마을은 그저 사냥터일 뿐이니."
그 말이 뜻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냥터. 오백 명이 살던 마을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사냥터였다.
"성전은 이 모든 곳을 지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병력이 부족하다."
서문강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폐허에서 한참을 눈을 떼지 못했다.
무너진 지붕 아래, 작은 신발 한 짝이 반쯗 파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아이의 것으로 보였다.
나는 그것을 오래 바라보았다.
인간계에서는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었다. 전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 철저한 파괴는 아니었다. 무림의 싸움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문파 간의 다툼이었고, 무고한 이들을 향한 살육은 드물었다.
이곳은 달랐다.
여기서는 사람이, 마을 전체가, 그저 사냥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전생에서는 힘이 곧 명예였다. 이번 생에서는, 힘이 곧 생존이었다.
그 차이가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다.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나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폐허를 뒤로하고, 성전이 있는 방향으로.
몇 걸음을 옮겼을 때, 문득 걸음을 멈췄다.
폐허 안쪽, 무너진 담장 너머에서 무언가가 움직인 것 같았다.
착각인가 싶어 다시 눈을 돌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순간, 서문강의 걸음도 함께 멈춰 있었다.
그의 눈이 좁아졌다.
"왜 그러시오."
내가 물었다.
서문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폐허 안쪽을 향해 있었다.
한참의 침묵 뒤, 그가 낮게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다. 가자."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방금 전까지 없던 긴장이 배어 있었다.
나는 다시 폐허 쪽을 돌아보았다.
바람이 잦아든 순간, 무너진 담장 사이에서 낮은 숨소리 같은 것이 들린 듯했다.
착각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러나 손끝은 여전히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