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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서문강의 눈빛이 굳어졌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접인산 쪽을 바라보았다. 붉은 빛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산 정상 부근의 안개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소." "모르겠다." 서문강이 낮게 답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전생에서 나는 확신 없는 목소리를 신뢰하지 않았다. 확신 없는 자는 판단을 미루다 죽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번 생, 서문강의 그 흔들림이 오히려 신뢰를 만들었다.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자였다. "삼두 마조의 기운일 수도, 그저 산의 자연현상일 수도 있다. 지금 확인할 시간은 없다." 그가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성전에 도착하는 것이 먼저다. 그곳에서 정식으로 보고하겠다."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접인산을 돌아보았다. 붉은 빛의 잔상이 눈꺼풀 안쪽에 새겨진 듯 사라지지 않았다. 가슴 한쪽이 서늘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문강을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나는 걸음을 옮겼다. --- 반나절이 지나고, 우리는 마침내 커다란 성벽 앞에 도착했다. 성벽은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인간계 최대 규모의 문파 성벽보다도 몇 배는 컸다. 고개를 뒤로 젖혀야 끝이 보였다. 전생에서 나는 이만한 규모의 성벽을 본 적이 없었다. 인간계의 모든 문파를 통틀어도, 이것과 비교할 만한 것은 없었다. 성벽 위에는 창을 든 병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들의 눈빛이 아래를 향했다. 지나가는 모든 이를 훑는 눈빛이었다. 경계심이 몸에 배어 있는 자들이었다. "성전이다." 서문강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자부심인지, 두려움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성문이 열리자 안쪽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광장에는 수백 명의 수련생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이 광장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는 그 기운을 몸으로 느꼈다. 숨이 무거워졌다. 인간계 최고 수준이라 여겼던 나의 기운이, 이곳에서는 평범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발끝부터 서서히 밀려오는 압박감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압박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항상 압박을 주는 쪽이었지, 받는 쪽이 아니었다. 이번 생, 나는 받는 쪽이었다. 그 사실이 낯설었다. "저들 모두가 성전의 정식 구성원이오?" "수련생들이다. 정식 전사가 되기 전 단계지." 서문강이 앞장서 걸었다. 그의 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오랫동안 이 길을 걸어온 자의 걸음이었다. "저들 중 상위권도 네가 이곳에서 마주할 벽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으로 광장의 모든 것을 새겨 넣었다. 어떤 자세로 검을 쥐는지, 어떤 방식으로 기운을 운용하는지, 발을 어디에 놓는지, 호흡을 어떻게 끊는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한 수련생이 검을 내려칠 때마다 지면이 살짝 흔들렸다. 또 다른 수련생은 검 끝에서 서리가 피어올랐다. 또 다른 이는 맨손으로 허공을 갈랐는데, 그 궤적을 따라 공기가 얇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모든 것이 낯설고, 모든 것이 위협적이었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광경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웃거나, 도전했을 것이다. 이번 생, 나는 침묵하며 배웠다. 광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커다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성전의 본전(本殿)이었다. 건물의 규모는 광장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지붕 끝이 구름에 닿을 듯했다. 계단 위에 한 인물이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은빛 갑주를 입은 노년의 사내였다. 눈빛이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 속에 압도적인 무게가 있었다. 그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 계단 전체가 무거워 보였다. "저 분은." "성전의 전주(殿主)시다." 서문강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 목소리에는 존경과 경계가 동시에 섞여 있었다. "인족 최고 강자 중 한 분이다." 나는 그를 향해 예를 갖췄다. 허리를 굽히며, 손끝의 떨림을 애써 감췄다. "이청운이라 합니다." 전주가 나를 내려다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시선은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기운을, 나의 근골을, 나의 눈빛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시선이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전생에서 나는 이보다 더한 시선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 그러나 그때의 시선은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금의 시선은 평가에서 나온 것이었다. 전혀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칠겁천뢰를 단번에 통과했다고 들었다." 전주의 목소리는 낮고 위엄이 있었다. 목소리가 울릴 때마다 공기가 진동하는 것 같았다. "그렇습니다." "드문 일이다." 전주가 한 발 다가왔다. 그 한 발에 담긴 기운의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숨을 삼켰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 재능이 살아남는 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나는 침묵했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련생으로 등록시키게." 전주가 서문강을 향해 말했다. 서문강이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전주가 다시 몸을 돌려 본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뒷모습에서, 나는 알 수 없는 무게를 느꼈다. 인간계의 문주들과는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인간계의 문주들은 권력과 부의 무게를 짊어졌다. 전주가 짊어진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수백 년, 수천 명의 목숨을 짊어진 자의 무게였다. 그 등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나는 시선을 떼지 못했다. --- 등록을 마치고 배정받은 숙소로 향하는 길, 서문강이 나와 함께 걸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성전 전체가 붉은 노을에 물들었다. 접인산에서 본 붉은 빛이 다시 떠올랐다. 나는 애써 그 생각을 밀어냈다. "오늘 밤은 쉬어라." 그가 말했다. "내일부터 정식 수련이 시작된다. 앞으로 몇 달간, 너는 이곳 최하위권에서 시작할 것이다." "각오하고 있소." "각오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서문강이 걸음을 늦췄다. "이곳에서 최하위권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너는 아직 모른다." "알게 되겠지요." 내 대답에 서문강이 잠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옅은 놀라움이 있었다. "두렵지 않은가." "두렵소." 나는 솔직히 답했다. "그러나 물러설 곳이 없소." 서문강이 걸음을 멈췄다. 숙소 앞이었다. 작은 목조 건물이었다. 문 위에 낡은 현판이 걸려 있었다. "한 가지 더." 그가 목소리를 낮췄다. 주위를 한 번 둘러본 뒤였다. "오늘 접인산에서 본 붉은 빛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 밖에 내지 마라." "왜요?" "성전 내부에도, 마신계와 은밀히 손을 잡은 자들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숨이 순간적으로 멈췄다. "확실한 것은 아니다." 서문강이 덧붙였다. "소문일 뿐이다. 그러나 근거 없는 소문도 아니다." "누구를 의심하는 것이오." "모른다. 그것이 문제다." 그가 짧게 웃었다. 웃음이라기보다는 자조에 가까운 소리였다. "이곳에서 오래 지낸 자들도,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지내야 하오." "조심하는 것이 좋다." 서문강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이곳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곳이다. 검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 "명심하겠소." "명심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그가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 말이 경고처럼 들렸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경고를 무시했다. 경고를 무시한 대가로 나는 배신당했고, 죽었다. 이번 생, 나는 그 경고를 새겨 넣었다. "오늘은 이만 쉬어라." 서문강이 몸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나는 홀로 숙소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낯선 별자리가 가득했다. 인간계에서는 이 정도로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었다. 별빛이 유난히 차가웠다. 그러나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 인족은 조용히 무너지고 있었다. 접인산의 붉은 빛, 성전 내부의 배신자에 대한 소문, 최하위권에서 시작해야 하는 나의 현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나를 짓눌러왔다. 전생에서 나는 이런 무게를 홀로 견뎌내야 했다. 이번 생도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물러설 곳은 없었다. 나는 숙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방이었다. 침상 하나, 낡은 탁자 하나, 그것이 전부였다. 인간계에서 내가 지냈던 방보다도 좁았다. 그러나 불평할 자격이 없었다.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었다. 내일부터, 진짜 싸움이 시작될 것이었다. 나는 침상에 걸터앉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칠겁천뢰를 뚫고 이곳까지 온 것이 시작이었을 뿐, 끝이 아니었다. 그날 밤, 나는 오랫동안 잠들지 못했다. 창밖의 별빛 사이로, 붉은 빛의 잔상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다만 하나는 확실했다. 그 빛이 다시 나타날 때, 나는 결코 그것을 모른 채 지나칠 수 없을 것이었다. 바람이 문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방 안을 채웠다. 나는 눈을 감았다. 내일이 오면, 성전의 최하위권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그리고 그 시작 어딘가에, 접인산의 붉은 빛과 성전 내부의 배신자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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