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흙더미는 미동도 없었다.
나는 도끼자루를 쥐고 조심스레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더 이상했다.
표면이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미세하게 오르내렸다.
"…돌인가."
나는 나뭇가지를 주워 슬쩍 눌러보았다.
말랑했다.
돌이 아니었다.
그 순간, 흙더미 표면에서 우웅, 낮은 진동이 울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망태기 속에서 사냥칼을 뽑아들었다.
날 끝이 흙더미를 향했다.
숨소리마저 죽였다.
하지만 흙더미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은은한 빛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나는 한참을 그 앞에 서서 지켜보았다.
발목까지 젖은 이슬이 서늘했지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짐승이라면 벌써 달아났거나 덤벼들었을 것이다.
식물이라면 이런 진동은 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인가.
머릿속으로 온갖 짐승과 요괴의 이름을 떠올려보았지만, 어느 것 하나 들어맞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나뭇가지를 다시 들어 흙더미 한 귀퉁이를 슬쩍 찔러보았다.
순간, 흙 표면이 스르릉 하는 소리를 내며 형태를 바꾸었다.
나뭇가지 모양을 흉내 낸 작은 돌기가 삐죽 솟아났다.
나는 숨을 멈췄다.
"이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사냥칼을 쥔 손에서 힘이 빠졌다.
귀동냥으로만 들어왔던 이야기가 있었다. 청화산 깊은 곳에는 별에서 떨어진 신물이 숨어 있다는, 노인들이나 하던 옛말.
어릴 적 화롯가에 앉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속으로 웃어넘겼다. 세상에 별에서 떨어진 물건이 있을 리가 없다고.
허황된 소리라 여기고 넘겼던 그 이야기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손끝이 흙에 닿는 순간, 서늘하지도 뜨겁지도 않은, 묘한 온기가 팔을 타고 올라왔다.
장작이 타오르기 직전, 불씨가 옮겨붙는 그 순간의 온도와 비슷했다.
수십 번 도끼질을 해 장작을 패고, 화로 앞에 앉아 불씨를 지켜온 손이 아니었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온도였다.
나는 홀린 듯 흙더미를 통째로 손에 쥐었다.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가마니 하나 짐도 못 되는 무게가, 이상하게도 손바닥을 눌러왔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
나는 중얼거렸다.
흙더미가 다시 우웅, 진동했다.
마치 대답하듯이.
나는 저도 모르게 픽 웃었다.
"말은 못 해도 대답은 하는구먼."
혼잣말이 부끄러워 얼른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레 망태기 깊숙이 넣었다.
산나물 몇 뿌리와 마른 버섯 사이에 흙더미를 파묻듯 감췄다.
혹시라도 겉에서 빛이 새어나올까 나뭇잎으로 한 번 더 덮었다.
이 존재를 부족 사람들에게 함부로 보일 수는 없었다.
삼로장이 이 신물의 정체를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당장 제물로 바치라 할지, 아니면 부족의 보물로 삼겠다며 나를 밀어내고 빼앗아 갈지.
어느 쪽이든 좋은 그림은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어깨가 움찔했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망태기 속에서 흙더미가 다시 한번,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진동했다.
마치 무언가를 알리려는 듯이.
등에 짊어진 망태기가 미세하게 들썩이는 게 느껴졌다.
혹시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건 아닌지, 나는 자꾸 어깨끈을 움켜쥐었다.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산길이 익숙한 발이었는데도, 오늘은 자꾸 발끝이 걸렸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걸었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 존재는 또 한 번 형태를 바꾸려는 조짐을 보였다.
망태기 속에서 스르릉, 그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처음보다 훨씬 크고 또렷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