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집 앞 사립문이 보이자 나는 걸음을 서둘렀다.
등에 진 망태기 속 흙더미는 여전히 진동하고 있었다.
우웅.
걸음을 옮길 때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울림.
돌덩이도 아니고 흙덩이도 아닌, 그 무언가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굴었다.
마당에서는 소룡이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놀고 있었다.
퍽!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제법 매서웠다.
소정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손을 흔들어댔다.
"형!"
소룡이 나를 발견하고 나뭇가지를 내던진 채 달려왔다.
나는 재빨리 망태기를 등 뒤로 돌렸다.
혹시라도 어깨끈이 흔들려 안에 든 것이 밖으로 삐져나올까 싶어, 손으로 망태기 아랫부분을 슬며시 눌러 잡았다.
"오늘은 뭐 잡았어?"
"토끼 두 마리."
거짓말은 아니었다.
토끼는 실제로 잡았고, 지금은 부엌 옆 나무 상자 속에 얌전히 담겨 있을 것이다.
그저 진짜 수확은 따로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소룡이 눈을 반짝이며 망태기 쪽으로 손을 뻗었다.
"나도 볼래!"
"저녁부터 먹자. 배 안 고파?"
말을 돌리며 슬쩍 몸을 틀었다.
소룡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다른 놀이거리를 찾아 뛰어갔다.
어머니가 부엌에서 나오며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늦었구나."
"길이 좀 험했습니다."
어머니는 별다른 의심 없이 저녁을 준비하러 다시 들어갔다.
부엌에서 장작 타는 냄새와 국 끓는 냄새가 섞여 올라왔다.
나는 방 안 구석, 이불더미 뒤편에 망태기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이불 자락으로 살짝 덮어놓으니 겉으로는 여느 짐꾸러미와 다를 바 없었다.
식사가 끝나고 동생들이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
소룡은 밥을 먹으며 오늘 잡은 토끼 이야기를 몇 번이나 물었고, 소정은 옆에서 하품을 참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 숨소리가 고르게 잦아드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촛불을 하나 켜고 망태기를 열었다.
흙더미가 나를 향해 은은한 빛을 뿜었다.
촛불보다 옅지만 분명한 빛이었다.
손끝을 가까이 대자 온기가 옮겨붙었다.
화로 곁에 오래 앉아 있을 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온기였다.
"움직여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표면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스르릉.
흙더미가 서서히 길쭉한 모양으로 변했다.
덫의 걸쇠와 흡사한 곡선이었다.
나는 숨을 죽였다.
혹시 잘못 보았나 싶어 눈을 몇 번이나 깜빡였지만, 형태는 분명 내가 떠올린 그대로였다.
생각만으로 형태가 바뀐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좀 더 복잡한 것을 시험해보기로 했다.
토끼가 다니는 길목의 좁은 틈을 떠올렸다.
나무뿌리 사이로 겨우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한 그 틈.
흙더미는 그 틈에 딱 맞는 크기로 다시 줄어들었다.
심장이 쿵, 뛰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형태는 흐트러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이것은 단순한 신물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모양을 그대로 그려내는 존재였다.
도끼로 나무를 쪼갤 때도 결을 따라야 제대로 갈라지는 법인데, 이 흙더미는 결조차 필요 없이 내 생각의 결을 그대로 따랐다.
혹시 더 큰 것도 가능할까 싶어 마음속으로 커다란 덫을 그려보았다.
흙더미가 꿈틀거리며 부풀어 오르려는 찰나.
어머니의 기침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서둘러 흙더미를 원래 모양으로 되돌렸다.
손이 미끄러질 정도로 다급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망태기 깊숙이 숨겼다.
이불을 다시 덮고 촛불을 불어 끈 뒤, 자리에 누운 채로 숨을 고르게 다듬었다.
기침 소리는 잠시 이어지다가 다시 조용해졌다.
다음 날 사냥에 이것을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불씨 하나가 겨울을 넘길 장작더미로 자랄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어둠 속에서 망태기를 다시 한번 손으로 더듬어보았다.
여전히 우웅, 낮게 울리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