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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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지도 담당 학생이라는 명목으로 매일 방과 후 상담실에 불려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담임도 아닌 서연이, 굳이 나를, 그것도 매일. 처음엔 뭔가 착오가 있는 줄 알았다. 학년 부장이 전달해준 종이 한 장에는 내 이름과 서연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고, 그 밑에는 '방과 후 상담 지도'라는 문구가 도장처럼 찍혀 있었다.
"이게 뭡니까." 첫날 상담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따지듯 물었다. 문을 열 때부터 이미 화가 나 있었다는 걸, 나는 안다. 서연은 책상 위 서류를 정리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대답했다.
"학교 규정이야. 너 지난 학기 무단결석 세 번, 지도가 필요한 학생이지." 그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사무적이어서, 나는 오히려 그 태도에서 어떤 방어벽 같은 걸 느꼈다. 서류를 정리하는 손끝이 유난히 느렸다는 것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진짜 이유가 그거예요?"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교복 재킷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문턱에 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듯 바라봤다. 서연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눈빛에선 아무것도 읽어낼 수가 없었지만, 그 침묵의 길이가 대답이었다. 몇 초, 정확히는 셋, 넷, 다섯. 나는 그 침묵을 세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앉아." 짧은 명령형이었고, 나는 그 말투에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의자는 딱딱했고, 상담실 안은 늦가을 오후의 햇살이 창을 통해 비스듬히 들어와 책상 모서리에 걸려 있었다. 그 빛 속에서 서연의 옆얼굴은 유독 창백해 보였다.
"피하려면서 곁에 두는 건 무슨 심리예요." 나는 참지 못하고 던졌다. 서연의 손끝이 서류 위에서 아주 짧게 멈췄다. 그 정지, 그 한순간의 균열이 나에게는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였다.
"학교에서 널 다른 반으로 보내려는 얘기가 있었어." 갑작스러운 정보에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다른 반, 다른 담임, 다른 상담. 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뒤섞이며 이상하게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교사 인사이동 시즌이라 담당 배정이 바뀔 수도 있었는데, 내가 자원했어." 그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조금 흔들렸다. 아주 미세하게, 마치 실을 팽팽하게 당겼다가 살짝 놓은 것처럼.
"그니까 저를 못 놓겠어서 그런 거네요." 나는 반쯤 웃으며 말했지만, 사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손바닥에 땀이 났고,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나는 팔짱을 꼈다.
"착각하지 마." 서연은 딱 잘라 말했는데, 그 말이 너무 단호해서 오히려 거짓말처럼 들렸다. 단호함이 진짜라면 저렇게 눈을 피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한심했다, 이런 순간에도 그녀의 부정을 믿지 않는 내가.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우리는 그날 삼십 분 넘게 마주 앉아 있었다. 서연은 형식적으로 몇 가지를 물었다. 결석 이유, 가정 상황, 진로 계획. 나는 대충 대답하면서도 그녀의 손이 움직이는 방향, 시선이 머무는 각도, 숨을 들이쉬는 타이밍 같은 걸 하나하나 눈에 새기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한심한 짓인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수업 태도는 나쁘지 않다고 들었는데." 서연이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중얼거렸다.
"선생님이 신경 쓰실 정도로요?" 나는 슬쩍 웃으며 되물었고, 그녀는 대답 대신 서류를 탁, 소리 나게 덮었다. 그 짧은 소음이 상담실 안의 정적을 깼다.
그날 상담이 끝날 무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손목은 생각보다 얇았고, 그 아래로 맥박이 빠르게 뛰는 게 손끝으로 전해졌다.
"놔." 서연이 낮게 경고했지만, 나는 그 목소리 안에 담긴 떨림을 놓치지 않았다. 명령이라기엔 너무 힘이 없었다.
"진짜로 끝내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무서운 거예요." 나는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고, 서연은 그 질문에 대답 대신 눈을 질끔 감았다. 감은 눈꺼풀 위로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둘 다야." 그녀가 마침내 내뱉은 대답이었고, 그 순간 나는 뭔가 억눌려 있던 게 터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상담실 안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무거워졌다.
"혼자가 되는 게, 그게 그렇게 무서워요?" 나는 물었고, 서연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이미 답이었다. 창밖으로 낙엽 하나가 바람에 밀려 유리창에 부딪혔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작은 소음마저 이 순간을 방해하는 게 원망스러웠다.
손끝이 닿았을 때, 나는 그녀가 나를 밀어내려는 힘과 붙잡으려는 힘이 동시에 실려 있다는 걸 느꼈다. 그 모순된 힘의 균형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손목을 쥔 내 손끝으로 다 전해졌다.
"이러면 안 돼."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손을 빼지 않았고, 나는 그 모순이 지금 이 관계 전체를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안 된다고 말하면서 밀어내지 않는 것, 무섭다고 말하면서 곁에 자원하는 것, 착각하지 말라면서 눈을 피하는 것.
"선생님." 나는 낮게 불렀다. 그 호칭이 지금 이 순간과 얼마나 어울리지 않는지 알면서도, 그 거리감을 확인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서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만 손목을 쥔 내 손 위로, 그녀의 다른 손이 아주 잠깐 겹쳐졌다가, 곧 떨어졌다. 그 짧은 접촉이 나에게는 어떤 확신보다 강렬했다.
상담실 문이 잠겨 있다는 걸 확인한 건, 그녀도 나도 아니었다. 창밖이 완전히 어두워지고서야, 우리는 그 사실을 동시에 깨달았고, 그 순간의 어색한 정적 속에서 서연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돌리는 그녀의 뒷모습이, 평소보다 조금 더 굽어 있었다는 걸 나는 기억한다.
다만 그날 이후로 우리는 겉으로는 담임과 학생, 안으로는 걷잡을 수 없는 다른 관계로 다시 얽히기 시작했고, 학교 안에서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그 믿음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나는 그때는 조금도 짐작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