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배는 반나절을 달려 남쪽 해역에 닿았다.
물빛이 확실히 달랐다. 이전에 내가 알던 바다보다 훨씬 어둡고, 훨씬 무거운 색이었다.
파도조차 낮게 깔려 있었다. 마치 무언가가 수면 아래에서 물의 흐름을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어부 중 한 사람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가 예전 산호초 지대 경계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저희도 처음입니다."
다른 어부가 뒤를 이었다.
"삼 년 전까지만 해도 여기, 색이 이렇지 않았어요. 물이 맑았단 말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두려움과 그리움이 반쯤씩 섞여 있었다.
도현이 뱃전에서 물속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좁혔다.
"물살이 이상하게 빨라요."
나도 뱃전에 몸을 기대고 물빛을 살폈다. 표면은 잔잔했지만, 그 아래로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듯 흐르는 게 느껴졌다.
배 밑창이 미세하게 떨렸다.
엔진 소리는 아니었다.
나는 밧줄을 허리에 두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제가 먼저 내려가 볼게요."
"윤서야." 도현이 손목을 잡았다. "조심해요, 알겠죠?"
그의 손이 평소보다 차가웠다.
"알아."
나는 그의 손을 가볍게 떼어내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면 아래는 예상보다 훨씬 혼탁했다. 무너진 산호 조각들이 부유물처럼 떠다녔다. 시야는 짧았고, 물살은 옆으로 세게 밀어붙였다.
나는 몸을 뒤집어 아래로 향했다.
열 자.
물빛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스무 자.
산호초의 흔적들이 부서진 채 바닥에 쌓여 있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짓밟아 놓은 것처럼, 형태가 남아 있는 조각이 거의 없었다.
서른 자.
서른 자를 넘어서자 빛이 거의 사라졌다. 이곳은 완전히 낯선 세계였다.
물이 무거웠다. 압력이 아니라, 공기 자체가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무언가 거대한 것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그르륵―
낮고 무거운 소리였다. 산호 파편이 무너지는 소리와는 달랐다.
뼈와 살이 동시에 긁히는 소리에 가까웠다.
나는 그대로 몸을 굳혔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형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매끈하고 축축한 피부, 짙은 회흑색의 몸통, 그리고 그 크기는 배 한 척에 가까웠다.
비늘 사이로 희미한 인광이 번졌다가 사라졌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기분이었다.
'뭐야, 저건.'
그것은 거대한 심해 생물이었다. 산호초를 뒤엎을 만큼 강한 힘을 가진, 이 해역에 도사리고 있던 위협.
그것이 서서히 나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웨에에엥―
귀를 찢는 듯한 낮은 진동음이 물속을 울렸다.
물살이 그 진동을 따라 파르르 떨렸다.
나는 물살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틀었다. 거대한 몸통이 스쳐 지나가며 물살이 크게 흔들렸다.
그 여파로 몸이 통째로 밀려났다. 나는 두 손으로 물을 움켜쥐듯 저으며 균형을 잡았다.
숨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나는 계산했다.
'정면으로 부딪히면 안 돼. 저 눈 아래, 아가미 근처가 약할 거야.'
'몸통은 단단해. 저길 정면으로 치면 작살이 부러질 거고.'
'한 번에 끝내야 돼. 두 번 기회는 없어.'
허리에 찬 짧은 작살을 뽑았다. 몸을 회전시켜 그것의 옆구리를 향해 밀고 들어갔다.
거대한 눈이 나를 향해 돌아가는 게 보였다.
작살이 살에 박히는 순간, 물속 전체가 진동했다.
그것이 몸부림치며 산호 파편들을 흩뿌렸다. 나는 그 반동에 밀려 뒤로 튕겨나갔다.
등이 무언가에 부딪혔다. 부서진 산호 더미였다.
다시 자세를 잡고, 이번엔 완전히 힘을 실어 두 번째 타격을 가했다.
낮은 비명 같은 진동이 울리고,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물살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선 채, 남은 숨을 확인했다.
아직 삼 분은 더 버틸 수 있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산호초 손상의 근원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야 저편, 더 짙은 어둠 속에서 무언가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산호초와는 다른 종류의 빛이었다.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먼저 아래로 향했다.
'저게 뭔지만 확인하고―'
그 순간, 위쪽에서 밧줄이 세게 당겨졌다.
도현이었다.
몸이 강제로 위로 끌려 올라가는 감각과 함께, 아쉬움이 명치 어딘가에 걸렸다.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수면을 향해 올라갔다.
물 위로 고개를 내밀자 도현의 얼굴이 새하얗게 굳어 있었다.
"괜찮아요?! 뭔가 큰 게 지나가는 진동이 배까지 느껴졌어요!"
그의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다.
"처리했어. 괜찮아."
나는 숨을 몰아쉬며 뱃전을 붙잡았다.
손끝이 아직 떨리고 있었다.
어부들이 나를 끌어올렸다. 다들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 어부가 중얼거렸다.
"저런 게… 이 밑에 있었다니."
도현은 한동안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말없이, 그저 시선만으로.
"윤서야."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방금… 더 내려가려고 했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만 갑판 위에 울렸다.
"밧줄 당겼을 때, 아쉬운 표정이었어요. 위험한 걸 처리한 사람 같지 않았어요."
그의 눈빛에 처음으로 낯선 불안이 스쳤다.
그 눈빛은, 예전에 내가 위험한 일을 할 때마다 보이던 조심스러움과는 조금 다른 색이었다.
더 깊은, 근본적인 무언가에 대한 불안 같았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듯 젖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착각이야."
하지만 도현은 그 말을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내 눈을 붙잡았다가, 천천히 아래로 떨어졌다.
배는 서둘러 뱃머리를 돌렸다. 남쪽 해역은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채, 어둠 속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멀어지는 수평선 너머로, 그 은은한 빛이 다시 한번 잠깐 번뜩인 것 같았다.
착각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나는, 그 어둠 속으로 조금 더 내려가고 싶었던 그 순간의 마음을 아직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도현의 시선이 등 뒤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는 걸, 나는 모른 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