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하녀가 문 앞에서 낮게 고개를 숙였다.
"한지우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뭐?'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한씨 공작가의 차자, 강하윤의 혼약자.
지난 열 번의 삶에서도 이런 식으로 불쑥 나타난 적은 없었다.
그는 언제나 배경이었다. 무대 위 조연, 아니 그마저도 아니었다. 강하윤 옆에 서 있는 그림자.
그런데 오늘, 그 그림자가 제 발로 걸어와서 나를 찾는다고 한다.
"거절할까요?"
하녀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저택에서 손님을 무작정 돌려보낼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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