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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대기실 안은 조명 아래로 은은하게 감도는 헤어스프레이 냄새와 파운데이션 특유의 화한 향이 뒤섞여 있었고, 화장대 앞에 늘어선 조명 거울들은 방 안의 긴장을 배가시키듯 두 사람의 얼굴을 이중, 삼중으로 비추고 있었다. 다른 스태프들이 잠시 휴게실로 커피를 가지러 자리를 비운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고, 유나는 문을 걸어 잠그듯 세게 닫으며 도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손잡이를 놓는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그것을 숨기려 애써 어깨를 펴며 그를 정면으로 마주 보았다. "설명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목소리에는 이미 눌러왔던 감정이 뾰족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고, 그 끝이 갈라지지 않도록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도윤은 소파에 가위 케이스를 내려놓으며 천천히 그녀를 마주 보았는데, 그 동작 하나에도 조급함이라곤 조금도 섞여 있지 않아서 오히려 그 여유가 유나의 신경을 긁어놓았다. "뭘 설명해야 하는데." 되묻는 말투에는 흔들림이 없었고, 그 무감함이 오히려 유나의 가슴을 더 세게 짓눌렀다. "반년이에요. 반년 동안 연락 한 번 없이 사라졌다가, 이제 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나의 목소리가 끝에서 갈라졌다. 그녀는 그 반년 동안 자신이 견뎌야 했던 것들을 떠올렸다. 촬영장에서 스태프들이 등 뒤에서 수군거리던 소리, 잡지에 실린 짤막한 가십 기사 한 줄, "그 스타일리스트 때문에 팀이 흔들렸다더라"는 말이 자신의 이름 뒤에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던 기억. "나만 이상한 사람 만들었잖아요, 그 사람이 원인이라는 소문 다 감당하면서, 나는 그냥 버려진 것 같았는데."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녀는 애써 눈을 부릅뜨며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참았다. 도윤은 잠시 그녀의 얼굴을 살피더니,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대답했다. "버려진 게 아니라 계약이 끝난 거였어." "……!" 유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그 말이 그녀의 명치를 정확히 찔러 들어왔다.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감각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갔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화장대 모서리가 허벅지에 닿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그의 말 한마디가 그녀의 다리에서 힘을 빼놓고 있었다. "고용된 사람이 일을 그만두는 데 이유를 다 설명해야 하는 건 아니잖아." 도윤이 덧붙이자, 유나는 손끝이 차갑게 식는 것을 느끼며 그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 속에는 배신감과 억울함이 뒤섞여 있었지만, 그는 그것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 "그럼 지금은 왜 다시 온 건데요." "회사에서 다시 계약했으니까." 짧고 단정적인 대답이 돌아오자, 유나는 억울함과 분노가 동시에 치솟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게 다예요? 그냥 계약 때문에?" 도윤은 대답하지 않은 채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가, 낮게 한숨처럼 말했다. "기대한 게 있었어?" 그 한마디가 유나의 가슴 한가운데를 갈랐다. 기대. 그래, 기대했었다. 그가 돌아오면 무언가 다를 거라고, 최소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있을 거라고. 반년 동안 매일 밤, 그가 사라진 이유를 홀로 짐작하며 뒤척이던 시간들이, 그의 무심한 한마디에 산산조각 나고 있었다. '나만 아팠던 걸까.' 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물었지만,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여유롭게, 마치 이 상황을 완전히 장악한 사람처럼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각처럼 정갈한 그의 옆얼굴 위로 대기실 조명이 미끄러지듯 떨어졌고, 그 냉정한 빛이 오히려 유나의 마음을 더 시리게 만들었다. 유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나가주세요." 겨우 내뱉은 말에 도윤은 순순히 가위 케이스를 챙겨 들고 문 쪽으로 걸어갔고, 그 걸음걸이는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은 사람처럼 매끄러웠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대기실 안을 울리고 나서야, 유나는 무너지듯 소파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어깨가 들썩였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고, 그저 숨이 턱에서 막혀 삼켜지지 않는 감각만이 반복해서 그녀를 짓눌렀다. '나만 아팠던 걸까.'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에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고, 그녀는 그 침묵 속에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다. 한편 복도로 나선 도윤은, 대기실 문에서 멀찍이 떨어진 뒤에야 걸음을 멈추고 벽에 몸을 기댔다. 형광등 불빛이 차갑게 내려앉은 복도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그는 그제야 애써 붙잡고 있던 무표정을 잠시 내려놓았다. 표정은 여전히 무심했지만, 셔츠 소매 아래 감춰둔 손목에서 시작된 통증이 팔꿈치까지 저릿하게 번지고 있었다. 그는 소매를 살짝 걷어 밴드 밑으로 드러난 흉터를 확인했는데, 붉게 부어오른 살결이 아직도 완전히 아물지 않은 채였다. '오늘은 오래 못 잡겠는데.' 속으로 되뇐 말은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반년 전, 마지막 촬영 도중 가위를 쥔 손목이 순간적으로 꺾이며 인대가 파열되던 그 순간의 통증이 지금도 손끝을 스치면 그대로 되살아났다. 플래시가 연달아 터지던 세트장 한가운데서, 손목에서 뭔가 뜯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던 그 짧은 순간을 그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손에서 가위가 떨어지던 소리, 스태프들이 놀라 다가오던 발소리,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눌러 삼키던 자신의 모습까지도. 병원에서는 완치까지 최소 일 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그는 그 진단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회사에도 '개인 사정'이라는 말로 잠적을 정당화했다. 유나가 자신을 원망하는 것을 알면서도, 도윤은 진실을 밝히는 대신 여유로운 얼굴 뒤로 통증을 숨기는 쪽을 택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그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지금 와서 반년 전의 진실을 꺼내놓는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고, 그는 스스로를 다독이듯 되뇌었다. 밴드를 다시 단단히 조여 감으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스튜디오로 걸어갔다. 그때, 재킷 안주머니에서 진동이 짧게 울렸다. 화면에는 팀장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오 분 후 촬영 들어갑니다, 도윤 씨. 오늘 컷 중요한 신이니까 부탁드려요." 그는 잠시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밴드 위로 손을 얹은 채, 저릿하게 떨려오는 감각을 억누르며 그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완벽해야 해.' 스튜디오 문 앞에 선 그의 손끝이, 그 다짐과는 상관없이 다시 한번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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