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 ›리베른 마을에는 오래전부터 은월 교단이 정한 규율이 있어서, 사제가 아이를 축복할 때는 반드시 문을 열어 두고 다른 성인의 눈길이 닿는 곳에서 행해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였는데, 이는 남자가 극히 드문 이 세계에서 소년 하나를 두고 벌어질 수 있는 온갖 잡음을 미리 막기 위한 오래된 방책이었다. 마을 여자들은 그 규율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고, 축복식이 열리는 날이면 예배당 앞뜰에 모여 앉아 열린 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기도 소리를 듣는 것이 오랜 관습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은월 고아원의 밤 의식은 언제나 예배당 문이 닫힌 채로 이루어졌고, 그 사실은 마을 사람들의 눈에 조금씩 걸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사제의 헌신이라 여겨졌던 소문이, 계절이 바뀌며 조금씩 다른 색을 띠기 시작한 것이었다. 가을이 깊어지며 밤이 길어질수록, 닫힌 문에 대한 상상도 함께 길어져 갔다.
장날 아침, 시장 골목에서 빵을 사던 수아는 등 뒤에서 낮게 오가는 여자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 고아원 시스터가 그 아이를 유독 예뻐한다더구먼." "예뻐하는 정도가 아니라던데, 밤마다 문을 닫아 놓고 뭘 하는지." "글쎄, 아무리 사제라도 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딱 잘라지나." 그 말끝에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으나, 그 웃음에는 호기심보다 짙은 냄새가 배어 있었다. 수아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 자리를 지나쳤지만, 손에 든 빵 봉투를 쥔 손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는 것을, 함께 있던 하니만이 알아차렸다. "언니, 왜 그래." 하니가 소매를 잡아끌며 묻자 수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답했으나, 그 대답이 얼마나 얇은 껍질에 불과한지는 그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니는 언니의 얼굴을 몇 번이고 살피다가, 더 묻지 않기로 했다. 언니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는 아무리 캐물어도 소용없다는 걸 그동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골목을 빠져나오는 동안에도 여자들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고, 그 목소리는 바람을 타고 두 소녀의 등 뒤로 오래 따라붙었다.
소문은 그날 오후 교단 관리인의 방문으로 형태를 갖추었다. 마른 체형의 중년 사제가 고아원 문을 두드리며, 최근 마을에 떠도는 이야기에 대해 몇 가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정중하게 말했는데, 그 정중함 속에는 이미 결론을 내려 둔 자의 여유가 묻어 있었다. "소문이라는 건 대개 근거 없는 것이지만, 교단으로서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확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가 말하며 서류를 펼치자, 예은의 얼굴에서 순간 핏기가 걷혔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그녀는 소매 속으로 감추었으나, 숨이 가빠지는 것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저희 고아원의 의식은 교단의 절차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녀가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관리인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표정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요." 그가 웃으며 서류를 다시 접었지만, 그 웃음은 안심의 웃음이 아니라 확인 절차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웃음이었다. "다만 앞으로 몇 차례 더 방문하게 될 것 같습니다. 형식적인 절차이니 부담 갖지 마십시오." 형식적이라는 그 말이 오히려 예은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관리인이 방을 둘러보며 벽에 걸린 낡은 성화를 훑어보는 시선에서, 그녀는 이미 그가 무엇을 찾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관리인이 다녀간 뒤, 예은은 예배당 문을 걸어 잠그고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명예. 그녀의 안에서 그 단어가 오래도록 맴돌았는데, 그것은 사제로서의 명예이기도 했고, 동시에 도윤을 향한 자신의 감정을 지켜야 한다는 다른 종류의 명예이기도 했다. 만약 소문이 커져 고아원이 문을 닫게 된다면 아이들은 흩어질 것이고, 도윤 역시 이곳을 떠나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손끝이 다시 떨렸다. 왜 하필 문을 닫아야 했을까. 밤 의식마다 문을 걸어 잠갔던 것이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도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이제는 그 경계마저 흐려져 버렸다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가장 깊은 자리에는, 도윤을 잃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다른 모든 두려움보다 크게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녀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예배당 안의 촛불이 바람도 없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그녀는 문득 자신이 무언가를 이미 잃어버린 사람처럼 서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밤, 도윤은 복도 끝에서 예은이 홀로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예민한 귀가 그 작은 울음소리를 놓치지 않았고, 그는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끝내 문을 두드리지 못했다. 손을 들어 문을 두드리려다가도, 그 순간마다 손끝이 문살에 닿기 직전에 멈춰 섰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으나, 정작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시스터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것뿐이었는데,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다른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그를 낯설고 두렵게 만들었다. 복도의 등불이 흐릿하게 흔들리는 가운데, 그는 결국 발걸음을 돌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지만, 그 울음소리는 밤이 깊어질 때까지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마을 어귀에 낯선 게시문 하나가 붙었다는 소식이 아이들 사이에 퍼졌는데, 그것이 고아원의 이름을 정면으로 겨냥한 첫 번째 경고문이라는 사실을, 그날 도윤은 아직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