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 ›공개 의식이 시작된 뒤로 마을의 소문은 잠시 잦아드는 듯했으나, 그것은 진화가 아니라 다른 형태로의 이행이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은 낮 동안 예배당 앞에 모여 도윤의 손끝에 축복의 입맞춤을 받고 돌아가면서도, 저녁이 되면 다시 자신들의 집 문을 걸어 잠그고 소곤거렸다. 저 아이가 정말로 신의 은총을 지녔다면 왜 하필 저런 고아원 출신이겠느냐는 말들이, 낮의 경건함과는 상반되게 밤마다 되살아났다. 그러나 그 소문의 향방이 어디로 흐르든, 고아원 안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조용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예은은 낮의 공개 의식과는 별개로, 밤마다 도윤의 방을 따로 찾아와 '기도 시간'이라는 명목의 시간을 만들어 냈는데, 그것은 교단의 규율이 미치지 않는 사적인 영역이었으므로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촛불 하나만 켜 둔 방 안에서 그녀는 성서를 읽어 주는 척하며 도윤의 손을 오래 붙잡았고, 그 손끝의 온도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을 도윤은 느꼈지만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여전히 알지 못했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스치듯 지나갔고, 그때마다 도윤은 저 표정이 기도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를 가늠하려다 곧 포기했다. 사제라는 사람이 저렇게 오래 손을 잡고 있어도 되는 걸까? 그런 의문이 들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물었지만, 답을 알려 줄 사람은 없었다.
그 무렵 수아는 예은을 향해 표면적으로는 더없이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시스터, 오늘 저녁 식사 준비는 제가 할까요." 그녀가 부엌에서 웃는 얼굴로 묻자 예은도 다정하게 답했다. "그래 주면 고맙지, 수아." 두 사람의 대화는 겉으로 보기에 평온했으나, 그 사이를 오가는 시선에는 서로가 이미 상대의 속내를 짐작하고 있다는 팽팽한 긴장이 숨어 있었다.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는 부엌 안에서, 수아는 감자를 썰다 말고 슬쩍 던진 말, "요즘 도윤 오빠 방에 자주 가시더라구요, 기도 때문에요?" 그 말에 예은의 손이 국자 위에서 짧게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아이의 마음을 돌보는 것도 사제의 일이니까." 그녀가 답했지만, 수아는 그 대답의 매끈함이 오히려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준비된 듯한 문장이 즉석에서 나올 리 없다는 것을, 수아는 오래 이 집에서 자라며 이미 배워 알고 있었다.
그날 밤, 수아는 잠들지 못한 채 오래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여섯 살, 부모를 잃고 이곳에 처음 온 날 그녀는 구석에 웅크려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했는데, 그때 유일하게 그녀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것이 예은이었다. 그날의 예은은 지금과 같은 사제복이 아니라 수련생의 소박한 옷을 입고 있었고, 목소리도 지금보다 훨씬 가늘었던 것으로 수아는 기억했다.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그녀에게 예은은 또 다른 은인이어야 했으나, 도윤이 온 뒤로 예은의 시선이 온통 그 아이에게만 쏠리는 것을 지켜보며 수아의 마음속에서는 은인에 대한 감사보다 소외감이 먼저 자라났다. 밥을 먹을 때도, 성서를 읽을 때도, 심지어 아이들을 나란히 앉혀 놓고 이름을 부를 때조차 예은의 눈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은 도윤이었다. 그리고 그 소외감이 도윤을 향한 소유욕과 뒤섞여, 그녀 안에서 예은을 향한 은밀한 경쟁심으로 발화된 것이었다. 나만이 오빠의 진짜 마음을 알고 있다는 확신. 그것이 그녀가 지금까지 버텨온 유일한 자존이었다.
다음 날 아침, 도윤이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있을 때 수아가 다가와 다짜고짜 물었다. "오빠, 시스터가 밤마다 뭘 하는지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 두레박이 돌 틈에 부딪혀 물이 몇 방울 튀었고, 그 소리에 도윤이 잠시 고개를 들었다. 그 질문에 도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냥, 기도 시간이야." "진짜 그게 다야?" 그녀가 재차 물었으나 도윤은 명확히 답하지 못했는데, 사실 그 자신도 그 시간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할 언어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손을 오래 잡고 있는 것도 기도의 일부인 걸까, 성서를 읽어 주며 얼굴을 그렇게 가까이 대는 것도 원래 그런 의식인 걸까. 그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수아의 눈빛은 점점 더 날카로워졌고, 그녀는 마침내 자신이 직접 그 방 안을 확인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됐어, 됐어. 안 궁금하니까." 그녀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몸을 돌렸지만, 우물을 떠나는 걸음은 평소보다 빠르고 단호했다.
그날 오후, 예은이 마을에 다녀오겠다며 잠시 고아원을 비운 사이, 수아는 몰래 예배당으로 들어갔다. 예배당 안은 낮인데도 어둑했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만이 먼지 낀 바닥에 알록달록한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그녀는 그 빛의 무늬를 밟고 지나가며 촛대 아래 놓인 낡은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의 자물쇠는 오래되어 헐거웠고, 손끝으로 몇 번 흔들자 쉽게 풀렸다. 그 안에는 축복의 입맞춤 의식에 대한 교단의 원본 규율문이 들어 있었는데, 거기에 적힌 절차는 예은이 지금까지 진행해 온 방식과 확연히 다른 것이었다. 문서를 손에 쥔 수아의 손이 가늘게 떨렸고, 그녀의 입가에 서서히 옅은 웃음이 번져 갔다.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결정적인 무기라는 사실을, 그녀는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종잇장을 넘기는 손끝에서 오래된 잉크 냄새가 났고, 그 냄새가 마치 승리를 예고하는 향처럼 느껴졌다. 수아는 문서를 원래 자리에 조심스레 되돌려 놓으며 생각했다. 이제 시스터가 그토록 다정한 얼굴로 숨겨 온 것을 모두 앞에 꺼내 놓을 시간이 온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