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으로 가짜 여친 포위망

1화

강도윤이라는 이름을 반에서 세 번 이상 불러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생각을 스스로 해본 적이 있을 만큼 그는 존재감이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출석을 부를 때조차 선생님의 시선이 그를 그대로 지나쳐 다음 번호로 넘어가는 일이 흔했고, 심지어 체육 시간에 조를 짤 때도 마지막까지 남아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채 서 있다가 선생님이 대충 끼워 넣어주는 자리에 앉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급식을 먹을 때도 늘 서준혁 하나와 마주 앉아 조용히 밥을 씹는 것이 그의 하루 중 가장 사교적인 순간이었으며, 그마저도 서준혁이 떠드는 것을 반쯤 흘려들으며 고개만 끄덕이는 정도가 전부였다. 도윤은 그런 자신의 위치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은 곧 아무도 자신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뜻이었고, 그것만으로도 학교생활은 충분히 편안했으니까. 그날도 다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준혁이 젓가락으로 반찬을 뒤적이며 심심하다는 듣지도 못한 말을 흘리듯 던진 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야, 강도윤 여자친구 있대." 그 한마디가 식판 부딪는 소리와 겹쳐 교실 뒤편까지 흘러갔을 때만 해도 도윤은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서준혁이 원래 이런 식으로 심심하면 아무 말이나 던지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뭔 소리야, 없는데." 도윤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정정하려 했지만, 서준혁은 이미 장난기가 발동한 얼굴로 옆 테이블을 향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었다. "있잖아, 있어. 어제 카톡으로 그러던데? 좋아하는 사람 있냐니까 얼굴 빨개지면서 있다매." 사실 그 대화는 존재하지도 않았고, 도윤이 얼굴을 붉힌 것도 서준혁이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던져서였을 뿐이었지만, 교실이라는 공간은 그런 미묘한 진실 따위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뒤쪽 테이블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일었고, 그 웅성거림은 물결처럼 옆줄로, 앞줄로 퍼져나가며 강도윤이라는 이름이 오랜만에 교실 전체의 입에 오르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누군가는 숟가락을 든 채로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옆자리 친구의 팔을 툭 치며 귓속말을 주고받았으며, 그 모든 시선과 소음이 하나로 뭉쳐 도윤이 앉은 자리를 향해 서서히 좁혀들고 있었다. 도윤은 그 순간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서늘한 감각을 느꼈는데, 그것은 관심을 받는 데서 오는 낯선 온기가 아니라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눈덩이를 지켜보는 사람의 불안이었다. 손끝이 저도 모르게 식판 가장자리를 꾹 눌렀고, 목구멍 안쪽이 바짝 마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되돌려야 할지 도윤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눈덩이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훨씬 가까운 곳에서 두 개의 시선을 끌어당겼다. 창가 쪽 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윤서아가 고개를 든 것이 먼저였다. 검은 단발머리 사이로 드러난 눈매가 순식간에 흔들리는 것을, 도윤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는데, 서아는 유치원 시절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서아가 도윤을 바라보는 눈빛이 무엇을 담고 있는지 도윤 자신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책장을 넘기던 서아의 손가락이 그대로 멈춰버렸고, 펼쳐놓은 책이 무릎 위로 슬며시 미끄러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러나 서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복도 쪽 문에서 성큼성큼 걸어 들어온 것은 한지우였다. 마침 다른 반에서 뭔가를 빌리러 왔다가 소문의 한가운데를 지나쳤는지, 지우의 걸음에는 망설임이 조금도 없었다. 갈색 사이드테일이 걸음에 맞춰 흔들리며, 지우는 곧장 도윤의 책상 앞으로 다가와 손바닥으로 책상을 탁 소리 나게 짚었다. 그 소리에 근처 아이들이 흠칫 놀라 자세를 고쳐 앉을 정도였다. "뭐야, 여자친구? 언제부터?" 지우의 목소리에는 이미 웃음기가 걸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웃고 있지 않았고, 오히려 그 눈빛은 도윤의 얼굴을 하나하나 읽어내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눈빛을 마주한 도윤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다가온 서아가 지우와 거의 동시에 도윤의 책상 옆에 도착해버렸다. 두 여자가 좁은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힐끗 쳐다보는 그 짧은 순간, 교실 안의 공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고, 누군가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레 죽이며 상황을 지켜봤다. 도윤은 자신이 지금 무슨 상황에 놓였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그저 두 개의 시선이 자신에게 못 박혀 있다는 사실만을 뼈저리게 느꼈다. 책상 위에 놓인 식판의 국물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일 정도로, 도윤의 손끝은 티 나지 않게 떨리고 있었다. "강도윤." 서아가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평소라면 장난스럽게 이름을 부르던 그 입에서 지금은 어딘가 날카로운 결이 섞여 나오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우 역시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지만, 서아가 한 발 먼저 도윤의 팔을 붙잡았고, 그 손끝의 힘이 예상보다 훨씬 세다는 것을 느낀 도윤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팔뚝에 닿은 손가락 마디마디가 파고드는 감각이 선명해서, 도윤은 잠시 그 통증에 정신을 빼앗길 지경이었다. 교실 안 모든 시선이 세 사람에게 집중된 그 순간, 서준혁조차 자신이 벌인 일의 크기를 그제야 깨달았는지 젓가락을 든 손을 어색하게 내리며 슬쩍 눈치를 살폈고, 몇몇 아이들은 이미 휴대폰을 꺼내 상황을 촬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윤은 뭔가 대답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입을 열었지만, 목구멍 안쪽에서 소리가 제대로 뭉쳐지지 않아 목소리는 갈라진 숨소리처럼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아니라고 말해야 되는데.'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되뇌면서도, 도윤은 자신을 노려보듯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빛 사이에서 어느 쪽을 먼저 향해야 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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