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닭도깨비 한 마리가 죽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사 초다.
신경독이 퍼지는 시간, 그게 사 초라는 뜻이다.
나는 그 사 초를 벌써 몇백 번은 세어봤다.
하나, 둘, 셋, 넷.
숫자 네 개 세는 게 뭐 대수냐 싶겠지만, 이 미궁에서는 그 사 초 안에 내 목숨이 왔다갔다한다.
'명치 신전이었나, 뭐였나. 예전엔 이런 거 숫자 세면서 안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밥 먹듯이 세고 있다.
취독관은 오른팔에 채워진 낡은 발사 장치였다.
놋쇠로 된 몸통에, 손목 안쪽으로 이어지는 가는 관.
옛날 사람들이 만든 물건이라는데, 나는 그런 거 몰라도 상관없었다.
박물관에 있어야 할 물건이 지금은 내 생명줄이라는 게 좀 웃기긴 했지만.
방아쇠를 당기면 독침이 날아간다, 그거면 충분했다.
작동 원리 같은 거 알아서 뭐 하나.
자동차 몰면서 엔진 구조 다 알고 모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취독관: 잔여 독침 3발]
표시가 뜨자마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세 발 가지고 이 층을 어떻게 돌아.'
세 발이면 세 마리, 딱 세 마리 잡으면 끝이라는 소리다.
오늘 사냥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용돈 삼만 원 들고 오락실 간 애 마음이 이런 거였을까.
한 판 더 하고 싶은데 동전이 없는, 그런 기분.
닭도깨비는 키가 1.2미터쯤 되는 놈들이었다.
생긴 건 꼭 거대한 닭인데, 몸에 온갖 금속 조각을 붙이고 다녔다.
반지, 목걸이, 부러진 칼날, 녹슨 못까지.
그게 이놈들 취미였다.
반짝이는 건 일단 주워서 몸에 박는다.
미적 감각은 없는데 수집욕만 넘치는, 딱 그런 캐릭터였다.
옛날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팔던 스티커 다이어리 있잖나, 아무거나 다 붙이고 다니는 애들.
닭도깨비가 딱 그거였다, 스티커가 칼날이고 못이라는 것만 빼면.
그리고 눈은 거의 장식이었다.
눈이 아니라 귀로 사는 놈들이었으니까.
소리 하나 잘못 내면 그날로 뼈도 못 추린다.
발자국 소리, 숨소리, 심지어 옷깃 스치는 소리까지 다 잡아낸다.
이 미궁에서 삼 년 가까이 살면서 배운 게 있다면, 조용히 하는 기술만큼은 도가 텄다는 거다.
'침착하게, 침착하게.'
나는 벽에 붙은 채로 숨을 죽였다.
벽은 축축했고 이끼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익숙한 냄새였다, 이제는 향수 냄새보다 더 친숙한.
앞쪽 통로에서 놈들 특유의 발톱 끄는 소리가 들렸다.
타각. 타각.
한 마리다.
혼자 다니는 놈은 대개 늙었거나 다친 놈이었다.
그런 놈일수록 몸에 붙은 금속이 많았다.
오래 산 놈일수록 부자다, 이 미궁에서는.
세상 어디를 가도 결국 재산은 나이 든 놈들이 쌓아두고 있더라, 이런 건 인간 세상이나 여기나 똑같구나 싶었다.
놈이 통로 모퉁이를 돌아 나왔다.
부리 옆에 은반지 세 개가 꽂혀 있었다.
'저건 순은이잖아.'
빛을 받으면 은은하게 반짝이는 거, 저건 도금이 아니라 진짜다.
오늘 저녁은 걸렀다 싶었는데 갑자기 배가 안 고파졌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반지 세 개에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다니.
나는 취독관을 들었다.
팔이 저릿했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발사였으니까.
숨을 반만 참았다.
숨을 다 참으면 손이 떨린다, 그건 옛날에 배운 거였다.
정확히 말하면 죽을 뻔하고 배운 거였다.
첫 발을 놓쳤을 때, 놈이 나를 보기 전에 도망쳤던 그날.
그때 이후로 숨은 반만 참는다, 이게 내 나름의 생존 법칙이다.
피융.
독침이 놈의 목덜미에 박혔다.
놈이 화들짝 뛰며 목을 좌우로 흔들었다.
끼에엑!
크게 한 번 울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나, 둘, 셋, 넷.
[대상 마비 완료]
다행이다, 넷에서 끝났다.
가끔 다섯, 여섯까지 가는 놈들도 있는데, 그럴 때마다 심장이 쫄리는 건 몇 년째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는 놈에게 다가가 은반지를 뽑았다.
부리에서 뽑을 때 미세하게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는데, 뭐 어쩔 수 없었다.
죽은 놈은 말이 없으니까.
손끝에 묻은 걸 옷에 슬쩍 닦았다, 이런 거 신경 쓰면 이 생활 못한다.
[취독관: 잔여 독침 2발]
'이제 진짜 그만 잡아야지.'
독침 한 발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가 얼만데.
이 미궁 안에서 자라는 독버섯 세 종류를 섞어서, 반나절을 끓여야 한 대가 나온다.
그것도 화력이 좋을 때 얘기다.
화력이 나쁜 날은, 그냥 하루를 통째로 버린다고 봐야 한다.
이런 걸 알고 나면 독침 한 발이 그냥 총알이 아니라 하루짜리 노동의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그러니 아껴 써야 한다, 당연히.
나는 은반지를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렸다.
주머니가 묵직해지는 이 느낌, 이게 이 미궁에서 유일하게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익숙한 통로였다.
몇 년을 걸어서 이제는 눈 감고도 걸을 수 있는 길.
돌 틈 하나, 갈라진 벽 무늬 하나까지 다 외웠다.
숨소리도 안 낼 정도로 조심조심.
삼 년 가까이 이 미궁에서 산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아마도.
가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 말고도 누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으려나.'
답은 항상 똑같았다,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런데 그날, 딱 그날.
통로 저 멀리서 뭔가 이상한 게 보였다.
빛이었다.
'뭐야, 저거.'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이 미궁 안에서 몇 년을 살면서, 저런 빛을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미궁 안에서 빛이 있을 곳은 딱 두 군데였다.
내가 켜놓은 등, 아니면 벽에 사는 발광 이끼.
둘 다 아니었다.
내 등은 지금 내 배낭 안에 잠들어 있었고, 발광 이끼는 저렇게 흔들리지 않는다.
저건 흔들리는 빛이었다.
사람이 손에 들고 걷는 것처럼.
위아래로 살짝, 좌우로 살짝, 딱 걸음걸이에 맞춰서 흔들리는 그런 빛.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 미궁에 불빛이라니, 이건 완전 규칙 위반이었다.
내가 몇 년 동안 지켜온 규칙 1번, '절대 빛을 내지 않는다'를 저렇게 대놓고 어기는 존재가 있다니.
닭도깨비가 제일 싫어하는 게 바로 빛이라는 걸, 나 말고 대체 누가 모르고 들어온 걸까.
아니, 모른다는 것도 이상했다.
이 미궁 초입에라도 발을 들여본 사람이라면 그 정도는 다 안다.
그러니까 저건 모르고 온 게 아니라, 알면서도 켜고 다니는 거다.
그게 더 무서웠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숨을 죽였다.
심장이 손목의 취독관보다 더 빠르게 뛰고 있었다.
저 빛이 이쪽으로 오면, 오늘 하루가 아주 길어질 것 같았다.
'제발, 제발 이쪽으로 오지 마라.'
빛은 흔들리며,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내가 있는 방향으로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