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비명은 짧고, 날카로웠다.
그리고 뚝 끊겼다.
"이쪽입니다!"
윤미래가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나머지 정찰조원들이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억지로 움직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발밑의 풀이 축축했다.
아침 이슬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구분할 정신도 없었다.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와 내 숨소리가 뒤섞였다.
평소라면 평온하게 들렸을 그 소리가, 지금은 낯선 파문처럼 귀에 걸렸다.
언덕을 넘자 참혹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보급 마차 두 대가 뒤집혀 있었다.
짐짝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고, 병사 세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로, 대여섯 마리의 혈마군 전위병이 낮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검붉은 피부, 뒤틀린 팔다리,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짙은 어둠만 있었다.
그중 한 마리가 아직 숨이 남은 병사 위로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안 돼!"
윤미래가 활을 당겼다.
피융.
화살이 정확히 그 팔에 박혔다.
혈마군이 짐승 같은 울음을 토했다.
다른 전위병들이 일제히 이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 눈, 아니 눈이 있어야 할 어둠의 자리가 일제히 우리를 향했다.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감각이 흘러내렸다.
"신참 병사는... 아직 저 안쪽에 있습니다!"
한 병사가 소리쳤다.
마차 뒤편, 짐짝 더미에 몸을 숨긴 어린 병사 하나가 보였다.
그는 창을 손에 든 채, 온몸을 떨고 있었다.
혈마군 두 마리가 그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제가 갈게요!"
윤미래가 다시 활을 당겼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다른 병사들도 이미 다른 전위병들과 교전 중이었다.
누군가 짧게 신음을 흘렸다.
칼과 창이 부딪히는 소리, 살점이 찢기는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나는 그 자리에 굳은 채 서 있었다.
치료 스킬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손끝이 움직이지 않았다.
(누구부터... 누구를 먼저 살려야 하지.)
그때였다.
강도현이 움직였다.
그는 대답도 없이,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발끝이 흙을 강하게 박찼다.
순식간에 신참 병사와 혈마군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저 속도는...)
나는 눈으로 그를 쫓기조차 힘들었다.
그의 뒷모습이 흐릿한 잔상으로만 남았다.
바람이 그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소용돌이쳤다.
혈마군 하나가 병사의 목을 향해 손톱을 휘둘렀다.
강도현이 몸을 옆으로 틀며 그 사이로 파고들었다.
오른손이 허리춤의 검을 뽑았다.
스릉.
검신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 빛은 눈동자와 같은 색이었다.
"강도현 씨, 멈춰요!"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저건 스킬이야, 발동하면...)
목소리가 내 예상보다 크게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는 이미 검을 내리치고 있었다.
퍽.
혈마군의 팔이 통째로 잘려 나갔다.
방어력을 무시한 일격이었다.
검붉은 체액이 튀었다.
동시에 강도현의 팔목에 검붉은 줄무늬가 나선형으로 번져 올라오기 시작했다.
(자해 피해가... 시작됐어.)
나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드는 것도 몰랐다.
그의 팔에 번지는 문양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혔다.
그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다음 혈마군에게 몸을 돌렸다.
발끝이 땅을 파고들며 방향을 바꿨다.
두 번째 혈마군이 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강도현의 손목이 꺾였다.
검이 사선으로 그었다.
서걱.
혈마군의 몸이 두 조각으로 갈라졌다.
하지만 그 동작과 동시에, 그의 팔뚝을 감싼 나선 문양이 한 마디 더 늘어났다.
그의 얼굴에 처음으로 고통의 흔적이 스쳤다.
찰나였다.
눈썹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짧은 순간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았다.
"강도현 씨, 그만해도 돼요!"
내 말이 그에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이미 세 번째 전위병을 향해 몸을 던지고 있었다.
(더 계속하면... 저 몸이 버티지 못할 거야.)
나는 그를 향해 몇 걸음 다가섰다.
치료 스킬을 시전하려 손을 들었지만, 거리가 닿지 않았다.
빛이 손끝에서 흩어졌다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신참 병사는 이미 뒤로 물러나 무사히 짐짝 뒤로 완전히 숨었다.
임무는 사실상 끝난 것이었다.
하지만 강도현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이 완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동공의 초점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저건... 플래시백 상태예요!"
윤미래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저러면 상대를 구분 못 해요, 적이든 우리든!"
그녀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나는 그 두려움이 정확히 무엇을 향한 것인지 그제야 이해했다.
남은 혈마군 세 마리가 강도현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그는 여전히 검을 겨눈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팔목의 나선 문양이 이미 어깨까지 번져 있었다.
(저 몸에 지금 얼마나 큰 피해가 쌓이고 있는 걸까.)
문양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번져 올랐다.
그의 피부색이 조금씩 창백해지는 것이 이 거리에서도 보였다.
나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병사 하나가 내 팔을 붙잡았다.
"가까이 가면 안 됩니다, 치료사님! 저 상태에서는 아군도 못 알아봐요!"
"그럼... 그럼 저대로 두라는 거예요?"
내 목소리가 떨렸다.
병사는 대답 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 손의 힘이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여전히 다른 전위병들과의 교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화살이 시위를 떠나는 소리.
그 모든 소음 속에서도 강도현이 서 있는 자리만은 이상하게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를 둘러싼 세 마리의 혈마군이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낮게 웅크린 자세, 짙은 어둠의 눈, 그 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눈에 박혔다.
강도현의 검끝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것이 그의 몸이 버티는 한계를 알리는 신호처럼 보였다.
혈마군 세 마리가 동시에 강도현에게 달려들었다.